지난 28일 오전 평화나비 네트워크를 비롯한 대학생단체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근처 소녀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15 한-일 합의 즉각폐기와 문재인 정부의 투트랙 방침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박근혜 정부와 일본 아베 정부가 2015년 맺은 ‘12·28 한-일 위안부 피해자 합의’ 핵심 후속 조처의 하나로 지난해 7월 설립된 재단법인 화해·치유재단의 이사진 전원이 지난 26일 재단 쪽에 사임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재단이 자연스러운 해산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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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치유재단 이사진은 모두 11명이었으나 김태현 이사장과 이사 2명은 각각 지난 7월과 올해 초 이미 사임했고, 남은 이사진은 8명이었다. 이 가운데 당연직인 사무처장과 외교부 동북아시아국장,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을 제외한 5명의 이사진이 모두 사의를 밝힌 것이다. 이들은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가 결과보고서를 공표하기 하루 전날 재단 사무처에 사임서를 제출했다.
허광무 재단 사무처장은 29일 <한겨레>에 “5명의 이사진은 전부터 계속 사임 의사를 밝혀왔다. 지난 26일 사임서를 제출했지만 형식적 절차일 뿐이다. 정부 방침에 따르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화해·치유재단은 정관상 이사의 임면을 이사회에서 의결하게 돼 있다. 5명의 이사가 정식 사임하려면 이사회를 열어 스스로의 사임을 의결해야 한다. 어느 때보다 재단의 거취가 주목되는 시점에 이사진 전원이 사퇴 의사를 밝힌 상황이라, 재단이 자연스러운 해산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재단 정관을 보면, 재단을 해산하고자 할 때에는 재적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해 여성가족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돼 있다. 이 경우도 여성가족부 장관은 외교부 장관과 협의해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돼 있다. 요컨대 재단이 해산하려면 최종적인 정부 방침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재단은 어찌 됐건 민간 법인이라 정부가 먼저 나서 해산할 권한은 없지만, 남은 이사가 전부 사퇴 의사를 밝혔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돈(치유금)을 나눠주는 재단의 목적사업도 마무리 지은 상태라 이미 유명무실해진 상황이다. 한-일 관계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 재단의 최종 거취를 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사임한 이사 5명은 조희용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 소장,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심규선 동아일보 대기자, 이원덕 국민대 교수, 진창수 세종연구소 소장이다. 화해·치유재단은 지금까지 한-일 합의일 기준 생존자 47명 가운데 34명, 사망자 199명 중 58명에게 현금을 지급했다. 일본이 출연한 108억여원 자금 중 현재 61억원이 남은 상태다.
박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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