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청와대 대변인에 임명된 2013년 정부로부터 소셜뉴스(위키트리 운영사)의 주식을 백지신탁하라는 통지를 받자 배우자가 갖고 있던 이 회사 주식을 배우자의 친구에게 팔았다가 같은 값에 되산 것으로 확인됐다.
김 후보자와 가족이 보유한 소셜뉴스 주식 전량을 배우자의 누나와 친구에게 맡겨놨던 것과 다를 바 없어, 김 후보자가 백지신탁 제도를 무력화했다는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의 배우자 김아무개씨가 2013년 보유하고 있던 소셜뉴스 주식 2만2000주를 매각한 대상이 김씨의 친구 ㄱ씨인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김 후보자가 청와대 대변인에 임명된 뒤 김 후보자 가족이 보유했던 소셜뉴스 주식 가운데 2만135주(김 후보자 1만135주·딸 7000주, 배우자 3000주)를 김 후보자 시누이에게 매각한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배우자가 갖고 있던 나머지 주식마저 지인에게 매각한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다.
ㄱ씨는 김 후보자 배우자와 50년지기 친구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ㄱ씨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김씨와는 중학교 때부터 죽마고우 사이”라며 “당시 친구가 (소셜뉴스) 주식이 백지신탁 대상이 됐는데, 좀 사달라고 해서 3억8500만원에 샀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김씨가 주가가 오르지 않거나, 내가 돈이 필요해지면 판 값에 되사겠다고 했다”며 “5년 정도 주식을 보유하다가 별 이익이 없어서 2018년께 김씨에게 같은 가격에 돌려줬다”고 밝혔다.
김행 여성가족부 후보 배우자의 소셜뉴스 주식(백지신탁 대상) 2만2000주가 2013년 5월23일 배우자의 친한 친구에게 팔린 것으로 확인됐다. 2013년 6월21일 관보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김 후보자 배우자의 주식 매수로 ㄱ씨는 2014년 소셜뉴스의 2대 주주(2만6000주, 지분율 15.2%)가 됐다. 1대 주주는 지분 32%를 보유한 소셜홀딩스(소셜뉴스의 지주회사), 3대 주주는 지분 12.82%를 보유한 김 후보자의 시누이였다. 김 후보자와 친분 관계가 있는 이들이 보유한 주식이 28%에 달한 것이다.
앞서 김 후보자는 배우자 지분을 시누이에게 넘긴 사실이 드러나며 ‘주식 파킹’(주식을 제3자에게 맡겨두는 것) 논란이 일자 “시누이의 소셜뉴스 지분은 12%가량이라 경영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대주주가 아니”라, 대변인 시절 자신이 회사 경영에 관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시누이와 배우자 친구가 인수했던 김 후보자 가족의 주식은 이후 김 후보자 가족에게로 고스란히 돌아왔다. ‘스마트 기업검색’(크레탑 세일즈)의 소셜뉴스 분석 보고서를 보면, 2018년 4월 김 후보자의 배우자는 소셜뉴스 전체 주식의 20.60%, 딸은 4.1%를 갖고 있다. 당시 발행 주식 수가 17만1081주였던 점을 감안하면, 배우자와 딸이 보유한 주식은 각각 3만5000주, 7000주 정도다. 백지신탁 전 김 후보자와 가족이 보유한 주식 수(4만2000주)와 동일한 것이다.
김 후보자 가족의 소셜뉴스 주식 전량이 회수 가능한 친척과 친한 친구에게 팔렸다가 고스란히 돌아온 정황이 확인되면서, 김 후보자가 백지신탁 제도를 무력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는 이날 해명을 듣기 위해 김 후보자에게 연락했지만, 김 후보자는 응답하지 않았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