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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스토킹 가해자를 감시했더라면…“GPS 추적으로 경보 울려야”

등록 2022-09-18 15:24수정 2022-09-18 21:35

“스토킹 가해자, 지피에스 위치 추적 등 감시 수단 마련해야”
스마트워치 지급 통한 신변보호 한계
가해자들, 피해자 접근금지 명령 위반
신변보호 전담부서 신설 필요성도 제기
서울지하철 신당역 화장실에서 직장 동료인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전아무개씨가 16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지하철 신당역 화장실에서 직장 동료인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전아무개씨가 16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은 스토킹처벌법을 통한 가해자 감시와 분리 조치의 한계를 드러냈다. 한계는 이번 사건 전에도 스토킹 강력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번번이 지적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더 많은 스토킹 피해자가 목숨을 잃지 않도록 실효성이 높은 가해자 감시 수단을 빠르게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18일 <한겨레>에 “우리나라 접근금지명령과 신변보호 제도의 문제점은 가해자 감시 수단이 적절히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에 있다”며 “접근금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가해자가 언제든지 위협과 폭력을 자행할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피해자와 그 가족의 일상이 마비되고, 급기야 살해당하는 현실은 그런 제도적 결함에서 기인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재 안전조치(신변보호)를 요청한 피해자에게 긴급호출용 스마트워치를 주지만, 범죄 예방의 ‘실효성’은 크게 떨어진다. 피해자가 스마트워치를 작동해 경찰이 현장에 최소 2∼3분 만에 긴급 출동해도, 가해자가 미리 피해자에게 접근해 있다면 범죄 예방은 불가능에 가깝다. 또 스마트워치로 구조를 요청해도 정확한 위치 추적이 어렵다. 스토킹 살인범 김병찬(36)이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오피스텔에서 피해자를 살해하기 전 피해자가 스마트워치로 경찰에 구조신호를 요청했지만 경찰은 위치 추적에 실패했다.

경찰 긴급응급조치와 법원의 잠정조치를 통한 ‘100m 이내 접근금지’도 피해자 보호에 충분하지 않다. 경찰이 피해자로부터 스토킹 신고를 접수하고 김병찬에게 피해자 주거 등으로부터 100m 이내 접근금지, 정보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조치를 했지만 김병찬은 살인 범행을 저질렀다. 또 다른 스토킹 살인 가해자 이석준(26)도 지난해 12월 그의 성폭력 범죄를 신고한 뒤 신변보호 조치를 받고 있던 피해자 집에 침입해 피해자 가족을 살해했다. 이렇듯 지난해 10월21일 스토킹처벌법 시행 뒤에도 가해자가 접근금지 명령을 무시하고 살인 등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해자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감시 장비’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박형식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난 3월 논문 ‘경찰의 범죄피해자 신변보호강화 방안에 관한 연구’에서 “연이어 발생하는 스토킹 피해자 및 피해자 가족 사망 사건은 경찰의 신변보호제도가 피해를 예방하고 안전을 보장하는데 커다란 흠결이 있음을 드러냈다”며 “가해자에게 지피에스(GPS) 추적 장치를 부착해서 피해자에게 접근할 수 없도록 조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미국 테네시주는 피해자로부터의 접근금지명령을 위반한 가정폭력 가해자뿐만 아니라 스토킹 가해자에게도 지피에스 추적 장치 부착을 명령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설치 및 운영에 드는 비용은 가해자가 내야 한다.

허민숙 조사관은 “가해자의 행방을 알 수 없어 피해자가 늘 불안에 떨고, 가해자를 맞닥뜨린 이후에야 구조를 요청하는 현행 시스템보다는, 지피에스 추적과 같은 전자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해자 추적은)피해자 사망이라는 참극을 예방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허민숙 조사관은 ‘①피해자가 있는 장소로부터 반경 1km 이내 일정 거리에 도달하는 경우 ②경찰과 피해자에게 실시간 경보가 울리도록 해서 ③피해자가 신속하게 대피하면서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가해자의 사생활이 침해된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해서 허 조사관은 “가해자를 실시한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가 접근금지구역에 진입했을 때 피해자와 경찰에게 그 위치를 알려주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받을 권리를 침해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변보호 업무를 전담하는 부서 신설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형식 교수는 “현재 경찰에서의 신변보호는 협박과 폭행 등 형법상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범죄 행위는 형사, 스토킹과 성폭력, 가정폭력 등은 여성청소년, 일반적인 범죄 예방은 생활안전 등 사건 내용에 따라 여러 기능에서 담당하고 있다”며 “그러나 해당 부서는 본연의 범죄수사 업무를 하면서 부가적으로 신변보호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문성을 확보할 수 없다. 별도의 전담부서를 설치하여 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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