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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n번방 방지법은 검열” 윤석열이 틀린 3가지 이유

등록 2021-12-14 04:59수정 2021-12-14 10:25

윤석열·이준석, n번방 방지법 실체 왜곡
“고양이 영상도 공유 못해” 허위 주장…일반영상 공유 가능
콘텐츠 보는 게 아니라 코드화…불법촬영물 특징값과 대조
카톡은 오픈채팅방만 식별 대상…대법원 “공적 공간” 인정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1일 오후 강원 춘천시 강원도당에서 열린 강원도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을 마친 뒤 마스크를 다시 쓰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1일 오후 강원 춘천시 강원도당에서 열린 강원도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을 마친 뒤 마스크를 다시 쓰고 있다. 연합뉴스

‘엔(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시행되자마자 반발이 거세다. 이 법안은 하루 이용자 10만명 이상 또는 연매출 10억원 이상의 부가통신사업자에게 불법촬영물 유통 방지 책임을 부과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통신사업자의 방조에 힘입어 불법촬영물이 유포됐던 엔번방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제정됐다.

이 ‘예방’ 조처가 ‘검열’로 작동한다는 게 제1야당과 일부 남성커뮤니티 이용자들의 주장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지난 1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고양이 동영상’도 검열에 걸려 공유할 수 없었다는 제보가 등장했다”고 썼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도 “‘카톡 검열’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썼다. 엔번방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제정된 이 법안은 졸지에 고양이까지 검열해버리는 위험하고도 우스꽝스러운 제도로 전락했다.

<한겨레>는 엔번방 방지법에 대한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당대표의 발언과 주장에 틀린 점이 있는지 확인했다. 또 이 법안과 관련해 온라인에 퍼진 오해의 진위 여부를 살펴보고, 건강한 토론을 위해 추가로 확인이 필요한 지점을 짚었다. 

고양이 동영상도 공유할 수 없다? 카톡 검열?

먼저 윤 후보자가 쓴 ‘고양이 동영상 공유 불가’ 제보는 사실이 아니다. 당연히 공유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불법촬영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법 시행으로 인해 공유가 제한되는 콘텐츠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불법촬영물이나 아동·청소년 성착취물로 규정한 일부 영상물(이미지·영상) 등에 불과하다. 일반적인 영상물은 모두 이전처럼 공유할 수 있다. 윤 후보가 받았다는 제보가 사실이 아닌 셈이다.

다만 전보다 영상물을 올리는 데 최장 10초 정도 더 소요된다. 이용자가 올리는 영상물의 특징값(일명 DNA)이 방심위가 보유한 불법촬영물의 특징값과 같은지 비교·대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영상을 일일이 열어보는 게 아니라, 코드화해서 살펴보기 때문에 최장 10초가 걸리는 것”이라며 “어떤 영상물을 올리더라도 이 10초 동안 ‘방심위에서 불법촬영물로 심의·의결한 정보에 해당하는지를 비교·식별 후 전송을 제한하는 조치가 적용된다’는 안내 문구가 뜨는데, 이 문구 때문에 오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준석 당대표는 또 ‘카톡 검열’이라고 주장하는데, 역시 오해의 소지가 있다. 카톡이라고 하면 가족방·동료방 같은 ‘사적 대화’를 떠올리기 쉽지만, 사전 식별의 대상은 오직 공적 대화의 공간인 ‘오픈채팅방’에 한정된다. 오픈채팅방은 누구나 들어와서 대화할 수 있는, 일종의 인터넷 게시판 같은 공간이다. 이런 공적 공간에 불법촬영물을 올려야만 이용 제한 조치가 취해지는 것이다. 오픈채팅방이 공적 공간이라는 점은 이미 대법원도 인정한 바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자신이 개설한 도박사이트를 홍보하기 위해 오픈채팅방을 만들고, 여기에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공연히 전시”한 ㄱ씨에 대해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비밀 침해받지 않는다’는 헌법에 위배된다?

엔번방 방지법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비판도 따라붙는다.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않는다’는 헌법 18조에 위배되며, ‘사전 검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이 법안은 통신매개자(사업자)가 이용자의 모든 통신 내용과 공유하는 정보를 사전에 모니터링하게 하여 이용자의 통신의 비밀, 표현의 자유, 알 권리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낸 상태다.

그러나 국가기관인 방심위가 불법촬영물로 인정한 ‘범죄 피해물’까지 표현의 자유의 보호 대상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수긍할 수 없다는 의견들이 나온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예를 들어 불법적으로 취득한 물건(장물)을 시장에 내놓지 못하게 했다고 해서 그걸 ‘검열’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며 “이 법안은 영상물의 유해 정도를 따지는 게 아니라 이미 국가기관에 의해 불법촬영물·범죄 피해물로 규정된 영상이 더는 유포되지 않도록 하는 조치다. ‘검열’이 아니라 누군가를 범죄자로 만들지 않기 위한 제도인 셈”이라고 했다. 최호진 단국대 법학과 교수(법무부 디지털 성범죄 등 전문위원회 자문위원)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가 타인의 성적 자유를 침해한 결과물인 성착취물까지 보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성착취물이 유포된 뒤 행해지는 모든 조치는 ‘사후약방문’이나 다름 없다. 그런 의미에서 선제적으로 불법촬영물 유포를 막는 행위는 검열이 아니라 필요한 조치”라고 했다.

헌법상 ‘사전 검열’의 요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검열의 핵심인 ‘심사’ 과정이 없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사전 검열의 요건 중 하나로 ‘사전 심사 절차가 존재할 것’을 두고 있다.(2015헌바75) 그러나 이 법안 시행과 함께 영상물의 유해성 등을 심사하는 별도 절차가 도입된 것은 아니다. 기존에 이미 불법촬영물로 규정된 영상물의 특징값과 신규 업로드되는 영상물의 특징값을 기술적으로 대조할 뿐이다.

이 법안을 사전 검열로 본다면 그동안 통신사업자가 자체적으로 해왔던 ‘스크리닝’ 기능도 검열로 볼 것이냐는 질문도 제기된다. 방심위 관계자는 “이미 일부 웹하드 사업자들도 불법촬영물을 코드화하고 이를 새로 올라오는 영상물과 대조해 재유포를 막는 기술을 써왔다”며 “그렇다면 이런 기술도 모두 검열로 볼 것이냐”고 반문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텔레그램 못 막으니 실효성이 없다?

엔번방 사태의 진앙지는 텔레그램이었다. 그러나 이 법안은 텔레그램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텔레그램이 국외에 본부를 둔 ‘해외 부가통신사업자’여서가 아니다.(구글과 페이스북은 이 법안 적용 대상이다) 텔레그램이 ‘사적 대화창’이기에 그렇다. 사적 대화를 검열하지 말라면서, 텔레그램은 포함 안 되어서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하는 건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결국 실효성 여부는 유포될 뻔하다가 법안 시행으로 게시할 수 없게 된 영상물의 숫자가 공개되어야 따져볼 수 있다. 그러나 카카오는 이 통계의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여태 공개한 적 없고, 내부적으로 공개 안 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현장에서 지원하는 활동가 ㄴ씨는 “1건의 유포를 막는 일이 앞으로 있을 수십, 수백건의 재유포 고리를 끊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평가절하할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또 다른 활동가 ㄷ씨는 “기술을 매개로 한 성폭력 피해가 확산하는 가운데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의 권리 보장이 사생활 논리 앞에 축소되는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했다.

임재우 최윤아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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