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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작은 심장이 멈출 때면, 엄마는 ‘하늘’을 잃을까 숨이 멎는다

등록 2021-04-05 04:59수정 2021-07-06 15:36

‘뇌병변’ 일곱살 하늘이
“한달에 한번꼴로 심정지 ‘악몽’
갈비뼈 상할까 손가락으로 눌러”
세번의 유산 겪은 새터민 손씨
24시간 쪽잠 자며 곁 지키지만
의료용품 비용 등 빚만 쌓여가
손예은씨가 3월31일 충북 진천 자택에서 아들을 무릎에 앉힌 뒤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 흡인성 폐렴이 잦아 2019년 12월 위루관 수술을 받은 하늘이가 위에 연결된 튜브를 통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진천/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손예은씨가 3월31일 충북 진천 자택에서 아들을 무릎에 앉힌 뒤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 흡인성 폐렴이 잦아 2019년 12월 위루관 수술을 받은 하늘이가 위에 연결된 튜브를 통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진천/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엑스레이 사진 속 보통 사람들의 뇌는 하얗지만, 하늘(7)이 뇌는 온통 검다. 산소 공급이 안 돼 뇌가 손상됐기 때문이다. 하늘이는 뇌병변 1급 장애를 가지고 있다. 뇌가 제 기능을 못 해 제대로 먹지도, 듣지도, 보지도, 움직이지도 못한다. 지난 3월31일 충북 진천군에 있는 집에서 만난 하늘이는 천장을 바라보고 가만히 누워 있었다. 유일하게 하늘이가 몸을 움직이는 순간은 하루에 스무번 넘게 찾아오는 경련 때뿐이다. 척추가 휠 정도로 강한 경기가 지나가면 어느새 목에 가래가 가득 찬다. 어머니 손예은(38)씨가 1분에 한번씩 석션(기도에 막힌 이물질을 빨아들이는 치료)을 하지 않으면 금방 하늘이의 숨소리는 그릉그릉 소리를 내며 거칠어진다.

한달에 한번씩 찾아오는 심정지

하늘이는 심장도 안 좋다. 한달에 한번꼴로 심정지가 찾아온다. 지난해 11월 찾아온 심정지는 어머니 손씨에게 ‘악몽’이었다. 하늘이 머리맡에 놓인 심전도기에서 ‘삐’ 소리가 났다. 심전도기 액정화면에 표시된 숫자가 ‘0’이 됐다. 심정지 직후 119에 전화했지만 ‘도착까지 20분은 걸린다’는 말에 손씨는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하늘이 갈비뼈가 상할까봐 두 손가락으로만 하늘이 심장을 10분 동안 반복해 눌렀다. “움직임이 아예 없는 거예요. 심폐소생술 하는 내내 눈물이 났어요. (간호사로 일해서) 연습을 많이 해봤지만 내 자식 심장에 대고 심폐소생술을 할지 어떻게 알았겠어요. 5분 동안 심폐소생술을 했는데 그대로니까 안 돌아오는 게 아닌가 싶었어요. 10분 하니까 다시 뛰더라고요. 돌아온 걸 보고 너무 고마웠어요.”

하늘이 심장이 걸핏하면 멈추는 건 숨을 제대로 못 쉬는 호흡부전 때문이다. 지난해 2월 기관절개술을 통해 목에 ‘캐뉼라’란 튜브를 꽂은 것도 조금이나마 하늘이가 편하게 호흡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저녁이 돼 체력이 떨어지면 하늘이는 숨 쉬는 걸 어려워한다. 그럴 때 캐뉼라에 인공호흡기를 단다. 하늘이가 힘들어하면 24시간 내내 인공호흡기를 달 때도 있다.

하늘이 배에는 작은 구멍도 있다. 위루관 튜브를 삽입했기 때문이다. 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다 보니 식도로 가야 할 음식물이 기도로 갔다. 폐에 염증이 생기는 흡인성 폐렴이 나타났다. 2019년 12월 하늘이는 음식물을 식도로 보내기 위해 위루관 수술을 받았다. 수술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요즘도 위루관 주변에 진물과 염증이 생긴다. 하루에도 몇번씩 하늘이 배를 꼼꼼히 닦아줘야 한다.

하늘이를 보면 안쓰러우면서도 기특하다. 캐뉼라를 2주에 한번, 위루관을 2개월에 한번씩 교체할 때마다 아파서 울 것 같은데 하늘이가 울음을 참고 있는 것만 같기 때문이다. “기특해요. 지금까지 너무 힘들었을 텐데 그걸 다 이겨내고 지금 내 옆에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요….”

손예은씨가 3월31일 충북 진천 자택에서 아들을 안아주자 하늘이가 웃고 있다. 뇌병변 장애가 있는 하늘이는 3개월 전부터 웃기 시작했다. 손씨는 위루관 수술을 받은 뒤 특별영양식이 공급돼 기운이 좀 생긴 거 같다고 말했다. 진천/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손예은씨가 3월31일 충북 진천 자택에서 아들을 안아주자 하늘이가 웃고 있다. 뇌병변 장애가 있는 하늘이는 3개월 전부터 웃기 시작했다. 손씨는 위루관 수술을 받은 뒤 특별영양식이 공급돼 기운이 좀 생긴 거 같다고 말했다. 진천/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세번의 유산 끝에 얻은 ‘최고의 선물’

손씨는 새터민이다. 그는 하늘이 형을 가슴에 묻고 남으로 내려왔다. 북한군에서 간호사로 복무하다 전역한 손씨는 2008년 첫째 정현이를 낳았지만 1년 반 만에 허망하게 아이를 잃었다. 먹고살기 위해 장사를 하던 그는 시가에 아이를 맡기고 스무날 정도 집을 비웠다. 집에 돌아오니 아이는 없었다. 뭘 잘못 먹었는지 아이가 소화불량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첫아들이 너무 허망하게 갔어요. 북한에서 정신과 진료를 6개월 받았는데 정말 죽을 거 같더라고요. 어머니가 못 버티겠으면 남으로 가라고 했어요. 그래서 넘어왔죠.”

2010년 12월31일 두만강을 건넜다. 두 나라를 거쳐 2011년 5월 한국에 도착했다. 그러다 남편을 만나 재혼했지만 임신은 쉽지 않았다. 세번이나 유산했다. 의사는 아이를 낳지 못할 거라 했다. 어느날 속이 너무 메스꺼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임신 테스트기를 사용해보니 ‘두 줄’이 떴다. “진짜 최고의 선물이었어요. 임신 내내 넘어질까봐 걷는 것도 조심히 걸었어요. 정현이 다 잊고 새롭게 아기를 키우라는 선물이구나 싶었어요. 세상에서 제일 이쁘게 키워야지 생각했어요.” 손씨는 불러오는 배를 보며 하늘이가 자라서 의사가 되는 모습을 꿈꿨다.

2014년 4월23일 마침내 하늘이가 세상에 나왔다. 손씨는 그날 정신을 잃었다. 자연분만 과정에서 하혈이 심해 자궁을 들어내야만 했다. 1개월 동안 의식을 잃었다. 남편은 의식이 돌아온 손씨에게 아이가 건강하다고 ‘선의의 거짓말’을 했다. 그러나 곧 현실을 알게 됐다. 휠체어를 타고 급하게 신생아 중환자실로 향했다. 하늘이 몸 전체에 관과 바늘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 아이가 출산 때 골반에 오랜 시간 끼여 있었는데 병원의 대응이 늦어 저산소증으로 인한 뇌병변이 나타났다는 말을 들었다. “눈이 캄캄했어요. 오래 기대했던 아이였으니까요. 병원에서 4년도 못 살 거라고,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어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키우겠다고 했어요. 물론 그때부터 힘들었죠. 잠을 제대로 못 자기 시작했어요.”

하늘이가 세살이 되기 전까지 손씨는 잠을 거의 못 잤다. “조금이라도 자는 동안에 세상을 떠날까봐 겁이 나기 때문”이다. 지금도 거실에 있는 하늘이 옆 소파에서 10분, 15분씩 자는 쪽잠이 전부다. 24시간 내내 하늘이 옆에 있다 보니 ‘외식’을 한 것도 4년 전인지, 5년 전인지 가물가물하다. 그의 유일한 낙은 방송 프로그램 ‘미스터 트롯’을 보는 것이다. 손씨의 헌신 덕일까. 4년만 살 수 있다던 하늘이는 7살이 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2㎏이던 몸무게가 올해 들어 23㎏이 됐다. 3개월 전부터는 손씨가 뽀뽀를 해주거나 안아주면 방긋방긋 웃는다. “어떨 때는 절 위로한다고 웃는 것만 같아요.”

손예은씨가 3월31일 충북 진천 자택에서 아들의 발가락에 꽂힌 센서를 만지고 있다. 하늘이는 최근 호흡부전으로 인한 심정지가 잦아졌다. 손씨는 언제 심정지가 찾아올지 몰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 진천/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손예은씨가 3월31일 충북 진천 자택에서 아들의 발가락에 꽂힌 센서를 만지고 있다. 하늘이는 최근 호흡부전으로 인한 심정지가 잦아졌다. 손씨는 언제 심정지가 찾아올지 몰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 진천/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월 100만원씩 쌓이는 빚

웃는 하늘이를 보며 힘을 내 보지만 손씨가 처한 현실은 만만치 않다. 하늘이를 온종일 돌봐야 하는 손씨는 직업을 가질 수 없다. 남편과는 지난해 여름 이혼했다. 남편이 전처와 낳은 아들의 사고 합의금으로 하늘이 치료비가 자주 사용됐다. 다툼이 늘었다. 이혼하면서 지금 사는 보증금 400만원, 월세 40만원짜리 집을 손씨 명의로 돌렸다. 대신 양육비는 받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 9월부터 받게 된 기초생활수급비 110만원과 하늘이 장애수당 20만원이 손씨 수입의 전부다.

매달 생기는 빚만 100만원이 넘는다. 매일 쓰는 의료용품 비용부터 만만치 않다. 위루관 때문에 먹는 특수식만 한달에 70만원이다. 좀 저렴한 제품을 쓰면 하늘이가 설사를 너무 많이 해 좋은 걸 쓸 수밖에 없다. 기저귀 한 묶음이 28개인데 하루면 다 쓴다. 기저귀랑 물티슈 비용을 합치면 한달 80만원이다. 석션에 쓰는 관, 거즈와 식염수를 사는 데도 한달에 70만원이 든다. 한달에 드는 의료용품비만 200만원이 넘는다. 한달에 한번꼴로 심정지가 올 때 하늘이는 열흘씩 입원해야 한다. 하루에 10만원씩, 입원비만 평균 100만원이 깨진다. 지난해 심정지 때문에 입원한 횟수만 13번이다. 한달에 한번 있는 병원 검진도 부담이다. 검진 비용은 저렴하지만 왕복 24만원인 사설 구급차 비용이 문제다.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지인과 사금융권에서 융통한 빚은 줄지 않는다.

뇌병변 장애가 있는 하늘이의 집 한쪽에 의료용품이 쌓여 있다. 의료용품에 쓰는 돈만 한달에 200만원이 넘는다. 진천/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뇌병변 장애가 있는 하늘이의 집 한쪽에 의료용품이 쌓여 있다. 의료용품에 쓰는 돈만 한달에 200만원이 넘는다. 진천/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수차례 하늘이의 심정지를 경험한 손씨의 소망은 별다른 게 없다. 하늘이가 지금보다 아프지만 않게, 나빠지지만 않길 바랄 뿐이다. 그래도 하늘이가 조금이라도 나아진다면, 엄마는 아들과 같이 하고 싶은 게 있다. “임진각 통일전망대에 같이 가고 싶어요. 북한을 보여주면서 엄마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 저기라고, 저기 엄마의 엄마가 살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진천/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캠페인에 참여하시려면

하늘이네 가족에게 도움을 주시려는 분은 계좌로 후원금을 보내주시면 됩니다.(하나은행 188-910030-69104, 예금주: 사회복지법인밀알복지재단) 또 다른 방식의 지원을 원하시는 분은 밀알복지재단(1600-0966)으로 문의해주십시오. 모금에 참여한 뒤 밀알복지재단으로 연락 주시면 기부금 영수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모금 목표액은 1500만원입니다. 후원금은 하늘이의 통원치료비, 의약품비, 긴급생계비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밀알복지재단은 하늘이의 건강을 지속적으로 살피며 후원금을 투명하고 성실하게 전달하겠습니다. 1500만원 이상 모금될 경우, 목표액이 넘는 금액은 하늘이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장애아동에게 지원됩니다.

보도 이후

자폐증 동생들을 둔 지희(가명)씨의 사연(<한겨레> 3월9일치19면)이 <한겨레>와 대한적십자사가 함께한 ‘2021 나눔꽃 캠페인’에 소개된 뒤 279분께서 2085만3013원(4월2일 기준)의 따뜻한 마음을 모아주셨습니다. 대한적십자사는 “소중한 후원금은 지희씨네 가족의 병원비와 생활비로 전달하겠다. 또한 목표액을 넘어선 후원금은 지희씨와 같은 어려운 상황에 처한 다른 위기가정에 소중히 지원하겠다”고 전했습니다. 지희씨네 가족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해주신 후원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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