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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중증발작으로 희귀병 7년 치료 물거품…“기적이 다시 올까요?”

등록 2020-10-05 04:59수정 2021-07-06 15:33

색소실조증 복합장애 앓는 7살 수현이
태어날 때부터 온몸 수포·반점 반신마비·뇌전증 나타나고
발달장애에다 영구치도 안 나
꾸준한 치료로 숫자 세고 한글 익혀

작년 중증발작 생후 7개월로 퇴행
병원에선 “더는 기적 어렵다”
넉달 입원치료로 다시 섰지만
혼자 밥 못먹고 친구도 기억 못해

가족 떠난 아빠 대신 엄마 홀로 돌봄
수입은 기초수급 월 70만원이 전부
치료비·생계비로 빚까지 불어나
엄마 “지난해 상태만큼만이라도 회복해달라고 매일 밤 기도해요”
대구에 사는 수현(가명·7)이는 발달지연, 뇌전증 및 색소실조증이 있다. 태어난 뒤부터 경련 등이 일어나 지속적으로 병원에 다니며 약물 복용을 하고 있다. 색소실조증으로 오른쪽 눈은 보이지 않고 왼쪽 눈은 정면만 보이는 상태다. 인지기능은 7개월 수준으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하고 식사 등 기본 활동에 보호자가 필요하다. 지난 17일 오후 시각장애인학교에서 돌아온 수현이가 기자의 카메라를 향해 장난을 치고 있다. 대구/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대구에 사는 수현(가명·7)이는 발달지연, 뇌전증 및 색소실조증이 있다. 태어난 뒤부터 경련 등이 일어나 지속적으로 병원에 다니며 약물 복용을 하고 있다. 색소실조증으로 오른쪽 눈은 보이지 않고 왼쪽 눈은 정면만 보이는 상태다. 인지기능은 7개월 수준으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하고 식사 등 기본 활동에 보호자가 필요하다. 지난 17일 오후 시각장애인학교에서 돌아온 수현이가 기자의 카메라를 향해 장난을 치고 있다. 대구/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수현이가 그리고 쓴 스케치북. 대구/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수현이가 그리고 쓴 스케치북. 대구/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이지연(가명·36)씨는 매일 밤 딸의 새끼손가락을 잡고 잠이 든다. 초등학교 1학년인 딸 수현(가명·7)이가 뒤척일 때마다 잠에서 깨지만 다시 딸의 손가락을 부여잡는다. 뇌전증이 있는 수현이가 발작을 일으켰을 때 재빨리 알아차리기 위해서다. 응급처치가 늦어질수록 수현이의 뇌 손상은 더욱 심해진다. 수현이는 지금까지 네번의 큰 발작을 일으켰다. 그중 두번은 수현이가 잠든 새벽에 일어났다. 사소한 뒤척임에도 하루에도 대여섯번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지만 아이의 손을 놓을 수 없다.

잠잘 때만이 아니다. 이씨는 단 한순간도 수현이에게 눈을 뗄 수 없다. 수현이는 태어날 때부터 오른팔과 다리에 마비 증세가 있다. 오른쪽 눈은 거의 보이지 않고, 왼쪽 눈은 보통 시야의 5분의 1 정도만 보인다. 지연씨의 도움 없이는 밥을 먹을 수도 없다. 걸음걸이도 불안해 계단을 내려갈 땐 양팔로 벽을 의지해야 한다. 이씨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늘 ‘비상대기’를 하는 이유다.

대구 북구에 사는 수현(가명·7)이는 발달지연, 뇌전증 및 색소실조증을 앓고 있다. 태어난 뒤부터 경련 등이 일어나 지속적으로 병원에 다니면 약물 복용 하고 있으며, 색소실조증으로 오른쪽 눈은 보이지 않고 왼쪽 눈은 정면만 보이는 상태다. 인지기능은 7개월 아동 수준, 의사소통 불가능하고 식사 등 기본 활동에 보호자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17일 오후 시각 장애인 학교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수현이가 엄마를 바라보고 있다. 대구/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대구 북구에 사는 수현(가명·7)이는 발달지연, 뇌전증 및 색소실조증을 앓고 있다. 태어난 뒤부터 경련 등이 일어나 지속적으로 병원에 다니면 약물 복용 하고 있으며, 색소실조증으로 오른쪽 눈은 보이지 않고 왼쪽 눈은 정면만 보이는 상태다. 인지기능은 7개월 아동 수준, 의사소통 불가능하고 식사 등 기본 활동에 보호자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17일 오후 시각 장애인 학교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수현이가 엄마를 바라보고 있다. 대구/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 희귀병이 유발한 복합 장애

수현이의 병명은 색소실조증이다. 장기에 각종 장애를 유발하는 유전적 피부 질환이다. 태어날 때부터 수현이의 온몸을 붉은 반점과 수포가 뒤덮고 있었다. 의사는 처음 수현이를 보고 “출산 중에 (병균 등에) 감염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생후 10여일이 지나도 수포가 가라앉지 않았다. 수현이가 태어난 지 27일째, 피부과 전문병원에선 색소실조증 진단을 내렸다. 생전 처음 들어본 희귀병이었다. 의사는 “다른 부위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딸을 안게 된 기쁨을 누릴 틈도 없이 찾아온 소식이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기분이었어요.” 이씨는 돌이켰다.

생소한 이름만큼이나 병에 대한 정보도 많지 않았다. 수현이가 사는 대구에는 색소실조증 진료를 볼 수 있는 병원이 거의 없었다. 수소문 끝에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는 수현이를 보더니 “눈 부위가 이상하다”며 정밀 검사를 제안했다. 검사 결과, 수현이의 오른쪽 눈 상태는 이미 실명 상태에 가까웠고, 왼쪽 눈은 핏줄이 다 터져 있었다. 급히 수술에 들어가 왼쪽 눈 시신경 일부를 잘라냈다. 아이가 돌을 막 넘겼을 때의 일이다.

수현이가 기고 앉고 걸어야 할 때가 오자 오른쪽 반신 마비와 뇌전증 증상이 나타났다. 사물을 인지하기 시작할 즈음부턴 발달장애도 드러났다. 치아도 온전치 않게 자랐다. 아직까지 수현이의 치아는 14개밖에 없는데, 그중 6개는 뒤틀렸다. 어금니 자리에 송곳니가 났고, 영구치는 나지 않는다. 병원에선 “유치를 최대한 오래 써야 하고, 나중엔 임플란트를 해야 한다”고 알렸다.

수현이는 기적처럼 복합 장애를 넘어서고 있다. “재활밖에 방법이 없다”는 병원의 진단을 받고 수현이는 생후 7개월부터 꾸준히 물리치료와 인지치료를 받아왔다. 생계가 빠듯해도 이씨는 아이의 재활을 포기할 수 없었다. 엄마의 노력 덕분일까. 꾸준한 치료를 받은 수현이는 지난해 숫자를 20까지 셀 수 있게 됐다. 한글을 쓰고 그림 속 상황을 말로 설명할 수도 있게 됐다. 더디지만 또래들과도 밝게 뛰어논다. 병원에서도 “기적”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 중증 발작으로 신체·인지 능력 퇴행

하늘은 무심했다. 지난해 12월27일 이씨가 응급실에 달려갔을 때 일곱살 수현이는 병상에서 펄떡거리고 있었다. 어린이집에서 수현이는 발작을 일으켰다. 이제껏 본 적 없는 중증 발작이었다. “처음 보는 모습이었어요. 이전에도 발작을 세번 정도 했지만 발로 바닥을 치거나 눈이 돌아가는 정도였는데 그땐 정말 심각했어요.” 50분 이상 이어진 발작이 진정된 뒤 뇌파 검사를 해보니 뇌손상이 심각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씨가 또 한번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었다.

발작 이후 퇴행은 심각했다. 수현이는 발작 뒤 넉달 동안 꼼짝없이 병상에 누워 있었다. 오른팔은 어깨 쪽으로 붙어 아예 펴지지 않았다. 말을 하지도, 글을 쓰지도 못했고, 인지 수준이 생후 7개월 수준으로 떨어졌다. “더는 기적을 바라지 말라”는 병원의 진단을 받고 이씨에겐 우울증이 찾아왔다. 수현이를 “잘 키워내겠다”던 7년의 다짐이 산산조각나는 절망적인 나날이 이어졌다.

그러나 엄마는 이번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이씨는 “병원에서 걸어 나갈 수만 있다면 뭐든 다 할 수 있다”는 심정으로 수현이를 보살폈다. 이씨의 간절한 돌봄 덕에 입원한 지 넉달이 지났을 때 수현이는 다시 오른팔을 펼 수 있게 됐다. 퇴원을 할 땐 스스로 설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됐다. “수현이가 다시 섰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몰랐어요. 눈물이 났습니다. 다시 못 일어나면 어쩌나 너무 걱정했었거든요.” 이씨가 웃음 반 눈물 반 뒤섞인 얼굴로 말했다.

■ 재활이 필수이지만 버거운 치료비 부담

반년 동안 입원 상태에서 집중적으로 재활치료를 받은 수현이는 평지에서는 혼자 걸을 수 있고 ‘휴대폰’ 정도의 단어를 말할 수 있을 만큼 호전됐다. 하지만 여전히 밥을 혼자 먹을 수 없고, 기저귀도 차야 한다. 어릴 때부터 가장 좋아했던 친구도 기억하지 못한다.

병원에서는 수현이의 ‘기억’을 되살리는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꾸준한 치료가 중요하지만 문제는 비용이다. 일주일에 여섯번 언어치료와 물리치료, 인지치료를 받는데 치료비만 월 100만원 수준이다. 수술비 부담도 남아 있다. 지난 8월 수현이는 오른쪽 눈 수정체를 제거하고 백내장 수술을 받기 위해 수술대에 올랐다. 상태가 심각해 수술을 한번에 끝낼 수 없었다. 희귀·난치성 질환자로 인정받아 수술비 부담은 다소 줄었지만 40여만원이 들었다. 다음달에도 검사 뒤 또다시 오른눈 수술을 진행해야 할 수 있다. 매달 바꿔야 하는 시력 교정용 안경도 10만원가량이 든다. 홀로 수현이를 키우는 이씨에게 병원비는 큰 부담이다.

5년 전, 수현이의 부모는 이혼했다. 남편은 “수술해서 나을 병이라면 키우겠는데 그렇지 않다”며 가족을 떠났다. 법원에서는 전남편에게 매달 양육비를 70만원씩 지급하라고 했지만, 입금액은 불규칙하다. 이혼 뒤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받는 월 급여 70만원이 이들이 받는 지원의 전부다. 한시라도 수현이와 떨어질 수 없는데다 우울증과 당뇨병을 겪고 있어 꾸준히 일을 할 수도 없는 처지다. 두 모녀가 아끼고 줄여도 월세 25만원을 포함하면 월 200만원의 생계비가 든다. 돈이 부족할 때마다 얻은 빚이 어느덧 600만원까지 불어났다. 하지만 아이의 재활치료는 절대 줄이거나 포기할 수 없다.

■ 수현이가 다시 노래하는 날을 꿈꾸며

이씨는 매일 밤 수현이가 중증 발작을 겪기 전의 영상을 보고 잠든다. 지난해 7월 수현이가 교회에서 아이들과 함께 합창을 하는 영상이다. 영상 속 수현이는 또래 아이들처럼 의젓하게 서서 노래를 따라 부르고 율동을 한다. “매일 밤 영상을 보며 수현이가 이때만큼이라도 돌아오게 해달라고 기도해요. 아이가 무엇을 사달라고 직접 말할 수만 있다면, 정말 빚을 내서라도 무엇이든 사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수현이가 다시 건강해지면 이씨는 함께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수현이는 한 후원단체에서 희귀난치병이 있는 아이들의 바람을 들어주는 프로그램에 뽑혔다. 이씨는 수현이와 함께 제주도로 여행을 가려 했다. 수현이가 한번도 타본 적 없는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가서 감귤을 함께 따고 싶었다. 하지만 여행을 앞두고 수현이의 건강이 악화돼 소원을 이루지 못했다.

이씨는 수현이와 언젠가 함께 여행할 날을 꿈꾼다. “병원에선 기적을 바라지 말라고 했지만, 언젠가 함께 걸으며 웃을 수 있지 않을까요. 수현이는 조금씩 건강해지고 있으니 또다시 기적이 일어날 거라 믿습니다.” 언제나 수현이를 믿어주었던 단 한 사람, 엄마가 아이의 손을 꼭 쥐며 말했다.

캠페인에 참여하시려면

수현이 가족에게 도움을 주시려는 분은 계좌로 후원금을 보내주시면 됩니다. (기업은행 035-100411-01-456, 예금주: 사회복지법인어린이재단) 또 다른 방식의 지원을 원하시는 분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1588-1940)으로 문의해주십시오. 모금에 참여한 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으로 연락해주시면 기부금 영수증을 발행받을 수 있습니다. 모금 목표액은 3000만원입니다. 후원금은 재활치료비와 생활비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수현이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살피며 후원금을 투명하고 성실하게 전달하겠습니다. 3000만원 이상 모금될 경우, 수현이 보호자의 뜻에 따라 목표액이 넘는 금액은 다른 위기가정 지원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보도 이후

<한겨레>와 월드비전이 함께한 ‘나눔꽃 캠페인’을 통해 세연(가명)이네 가족의 사연(<한겨레> 2020년 8월10일치 14면)이 소개된 뒤 2540만1400원(9월15일 기준)의 정성을 모아주셨습니다. 월드비전은 “세연이를 위한 소중한 후원금은 세연이의 수술비, 재활치료비, 심리치료비와 세연이 가족의 생계비로 전달됐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세연이네 가족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해주신 후원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대구/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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