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맨 오른쪽)이 4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고용노동 위기대응 티에프(TF) 대책회의 및 이천 화재사고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38명의 희생자를 낸 경기 이천 물류센터 화재와 관련해, 고용노동부가 이번 사고 사업장의 전반적인 안전관리 실태를 파악하고자 원청 시공사까지 특별감독을 하겠다고 밝혔다. 유사한 사고를 막을 수 있도록 전국 건설 현장의 긴급감독·점검에도 나선다.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4일 ‘이천 화재사고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서 “현재 진행 중인 사고 원인 조사와 아울러 사고 사업장의 전반적인 안전관리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금주 중에 특별감독을 할 계획”이라며 “올해부터 원청 책임을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된 만큼 이번 특별감독은 하청기업뿐 아니라 원청 시공사, 원청의 전국 냉동·물류창고 건설 현장까지 감독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월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한 원청업체는 이전보다 3배 강화된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형의 처벌을 받게 된다.
노동부는 또 건설 현장에서의 유사한 화재·폭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전국 건설 현장 가운데 50% 이상 공정이 진행된 사업장을 전수 파악해 집중적으로 관리해나가기로 했다. 인화성 물질이 있거나 용접 작업 등을 수행해 화재·폭발 위험이 있는 건설 현장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과 함께 패트롤 점검을 먼저 하고, 관리가 부실한 사업장에는 감독을 실시한다.
이와 관련해 박혜영 노동건강연대 노무사는 “전수조사에서 적발되면 이천 물류센터처럼 경고만 하지 말고, 공사를 중단시켜 문제를 개선한 뒤에 재개하게 하는 등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현장이 안전한지 어떤지는 노동자들의 얘기를 들어야 알 수 있다. 이미 점검에 대비하고 있을 관리자들의 말만 듣는 점검이 되지 않으려면 노동조합 등이 함께 점검에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도도 공사 현장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상시 현장 모니터링을 담당하는 전문가를 배치하는 ‘공사현장 안전지킴이’(가칭) 프로젝트 준비에 들어갔다. “일자리 사업과 연계해 일정 규모나 일정 시기에 상주 감시원을 파견해 공사 현장을 관리하라”는 이재명 경기지사 지시의 후속 조처로, 안전지킴이의 자격 기준과 규모, 제도화 방안, 예산 확보 방안 등 구체적인 검토에 들어갔다. 이 지사는 “안전지킴이의 업무는 안전시설이나 공사준비 점검 등을 망라하게 될 것”이라며 “건축허가 조건 중 하나로, 허가 관청이나 경기도가 파견한 안전지킴이가 공사 현장에 입회하게 하거나 조사에 응하는 것을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화재참사를 수사 중인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는 시공사 현장사무소와 공사 관계업체 등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소방당국 등 7개 기관이 화재 원인을 찾으려 합동 현장감식을 2차례 벌이고 정밀수색도 2차례 진행했으나, 아직 화재 원인이나 정확한 화재 지점을 특정하지 못해 6일 추가 현장감식을 벌일 예정이다. 희생자들의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이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는 이날도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유족들은 4일부터 장례 절차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양진 홍용덕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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