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사부작사부작] 네가 없는 세상의 안녕을 위해

등록 2019-11-20 16:57수정 2019-11-20 20:55

제주실습생 고 이민호군 2주기, 추모식과 동상 제막식 열려
일터에서 가족 잃은 산업재해 네트워크 ‘다시는’ 가족들 함께 해
19일 오후 제주도 제주시 제주학생문화원 광장에서 현장실습 고등학생 사망에 따른 제주지역공동대책위와 제주도 교육청이 주관한 고 이민호군 2주기 추모제 및 추모 조형물 제막식에서 이군의 어머니 박정숙씨가 추모 조형물을 보자마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제주/백소아 기자
19일 오후 제주도 제주시 제주학생문화원 광장에서 현장실습 고등학생 사망에 따른 제주지역공동대책위와 제주도 교육청이 주관한 고 이민호군 2주기 추모제 및 추모 조형물 제막식에서 이군의 어머니 박정숙씨가 추모 조형물을 보자마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제주/백소아 기자

“오른손을 내미는 것은 다시는 본인과 같은 아픔이 없도록 함께 해달라는 요청이며, 무표정한 얼굴은 학생으로서 장시간에 걸친 고강도의 현장실습을 겪어내야 했던 고됨을 의미합니다.”

19일 저녁 먹구름 낀 제주 하늘 아래, 고 이민호 2주기 추모제 및 추모조형물 제막식이 열렸습니다. 제주학생문화원 앞에 자리 잡은 이민호 추모조형물에 대해 공동대책위는 위와 같이 설명했습니다. 이날 제막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그의 손을 한 번씩 잡았습니다. 하얀 천이 흘러내리고 조형물의 모습이 드러나자 어머니 박정숙씨는 무너지듯 아들을 끌어안고 오열했습니다.

이민호 추모조형물의 뒷모습. 제주/백소아 기자
이민호 추모조형물의 뒷모습. 제주/백소아 기자

제주도 제주시 양지공원 추모관에서 열린 현장실습 고 이민호 2주기 기일제에서 어머니 박정숙씨(왼쪽)와 아버지 이상영씨가 아들의 제사를 지켜보고 있다. 제주/백소아 기자
제주도 제주시 양지공원 추모관에서 열린 현장실습 고 이민호 2주기 기일제에서 어머니 박정숙씨(왼쪽)와 아버지 이상영씨가 아들의 제사를 지켜보고 있다. 제주/백소아 기자

제주도 제주시 양지공원 추모관에서 열린 현장실습 고 이민호 2주기 기일제에서 아버지 이상영씨(오른쪽)가 이군의 납골함 앞에서 유경근 전 세월호 가족협의회 정책위원장(왼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백소아 기자
제주도 제주시 양지공원 추모관에서 열린 현장실습 고 이민호 2주기 기일제에서 아버지 이상영씨(오른쪽)가 이군의 납골함 앞에서 유경근 전 세월호 가족협의회 정책위원장(왼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백소아 기자

유가족과 산업재해 네트워크 다시는 가족들, 전교조,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이날 오전 이군이 잠들어있는양지추모공원을 찾아 두번째 제사를 지냈습니다. 이군의 부모 이상영씨와 박정숙씨는 눈물을 흘리며 아들의 영정 앞에 절하는 이들을 묵묵히 바라봤습니다. 유경근 전 세월호가족협의회 정책위원장이 이군의 납골함 앞에 선 이씨를 위로했습니다.

“맥주로 바꿔줘, 우리도 이제는 맥주도 올리고, 소주도 올려.”

“그래야지, 이렇게 다들 와주니까 웃지, 안그랬으면 애엄마랑 나랑 말없이 울기만 하지.”

추모조형물 옆 추모비 새겨진 이민호군 사진 위로 빗방울이 맺혀있다. 2년전 엄수된 영결식때는 눈이 내렸었다. 백소아 기자
추모조형물 옆 추모비 새겨진 이민호군 사진 위로 빗방울이 맺혀있다. 2년전 엄수된 영결식때는 눈이 내렸었다. 백소아 기자

제주도 제주시 양지공원 추모관에서 열린 현장실습 고 이민호 2주기 기일제에서 어머니 박정숙씨가 산업재해 네트워크 ‘다시는’ 회원들과 이야기 하는 모습이 창문에 비치고 있다. 제주/백소아 기자
제주도 제주시 양지공원 추모관에서 열린 현장실습 고 이민호 2주기 기일제에서 어머니 박정숙씨가 산업재해 네트워크 ‘다시는’ 회원들과 이야기 하는 모습이 창문에 비치고 있다. 제주/백소아 기자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어진 추모일정에는 산업재해 네트워크 ‘다시는’ 가족들이 함께 했습니다.

씨제이(CJ)제일제당에서 일하다 부당 노동과 작업장 내 폭력으로 세상을 떠난 고 김동준씨의 어머니,

전주엘지유플러스 고객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과도한 스트레스로 세상을 떠난 고 홍수연씨의 아버지,

수원의 한 공사장에서 안전교육도 받지 못한 채, 안전장치도 없이 일하다 세상을 떠난 고 김태규씨의 어머니와 누나,

열악한 방송노동현장에서 일하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세상을 떠난 고 이한빛 프로듀서의 아버지까지…

같은 이유로 가족을 잃은 이들이 만나 또다른 가족처럼 서로를 보듬습니다. 그리고 한목소리로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말하며 사랑하는 이가 떠난 세상의 안녕을 빌고 있습니다.

제주/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이재명 산 넘어 산…‘의원직 상실형’ 이어 재판 3개 더 남았다 1.

이재명 산 넘어 산…‘의원직 상실형’ 이어 재판 3개 더 남았다

‘입틀막’ 경호처, 윤 골프 취재하던 기자 폰 강제로 뺏어…경찰 입건도 2.

‘입틀막’ 경호처, 윤 골프 취재하던 기자 폰 강제로 뺏어…경찰 입건도

[단독] 용산-김영선 엇갈리는 주장…김 “윤·이준석에 명태균 소개” 3.

[단독] 용산-김영선 엇갈리는 주장…김 “윤·이준석에 명태균 소개”

월요병도 놀랄 내일 아침, 서울 -2도…전국이 0도 안팎 4.

월요병도 놀랄 내일 아침, 서울 -2도…전국이 0도 안팎

의대 ‘수시 미충원’ 늘 듯…“정시 이월 말자” 의료계에 교육부 곤란 5.

의대 ‘수시 미충원’ 늘 듯…“정시 이월 말자” 의료계에 교육부 곤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