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호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팀장이 19일 아침 대구 동구 안심역에서 내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 대구/백소아 기자
혹시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시나요? 주로 몇 번 칸에 타시나요? 2-3? 4-1?
어떤 분은 앉을 수 있는 확률이 높은 칸으로, 어떤 분은 환승 출입구가 가까운 곳의 칸으로, 어떤 분은 사람이 가장 몰리지 않는 칸으로, 각자의 이유로 선호하는 자리가 있으시겠죠.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19일 대구에 사는 이민호 다릿돌장애인생활센터 권익옹호팀장의 전동 휠체어 출근길을 함께 했습니다.
이 팀장이 19일 아침 대구 북구 동천역에서 출근길에 오르고 있다. 대구/백소아 기자
▶대구 3호선 동천역
오전 8시 55분. 이 팀장님의 출근길이 시작됩니다. 대구 북구 동천역에서 대구 동구 안심역까지. 지하철 노선도 끝에서 끝까지 가로지르는 길고 긴 출근길. 출근날의 반은 지하철을, 반은 장애인 콜택시인 ‘나드리콜'을 이용합니다. 경상도 인구가 줄어들면서 150명에 한 대꼴인 나드리콜의 수도 줄어들까 걱정이 된다고 합니다.
이 팀장이 19일 아침 대구 명덕역에서 지하철을 갈아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 대구/백소아 기자
▶대구 1·3호선 명덕역
모노레일인 3호선에서 지하철 1호선을 갈아타러 가기 위해선 3번의 엘레베이터를 타야 합니다. 환승역이기 때문에 사람들도 많고 복잡합니다. 이미 출근시간이 조금 지났지만 역사는 여전히 북적입니다. 엘리베이터를 한 번에 타기는 쉽지 않습니다. 대구 지하철 모든 역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지만, 승강기 한 대에 전동휠체어 2대가 채 들어가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이 팀장님은 3호선을 내려서도 어르신들이 먼저 내려가실 수 있도록 두 대의 엘리베이터를 보냈습니다.
이 팀장이 19일 아침 대구 명덕역에서 1호선 열차에 오르고 있다. 대구/백소아 기자
이 팀장이 19일 아침 대구 동구 안심역에서 내리고 있다. 대구/백소아 기자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1호선을 타고 안심역으로 향하는 길, 이 팀장님이 승강장 틈새를 가리킵니다. 서는 역마다 그 틈새의 크기가 제 각각입니다. 예전에는 장애인의 이동을 고려하지 않고 틈새가 넓었는데 사회단체들의 지적으로 바닥재를 덧댄 역이 많다고 합니다. 대화 중 동대구역에 열차가 멈췄습니다. 다른 역들보다 유난히 넓은 틈새가 보입니다. “선로가 누워있어서 그래요. 지하철도 조금 기울어져 있죠.” 순간 지하철 전문가가 되는 이 팀장님. 누군가에겐 그냥 지나칠 작은 부분이지만 다른 누군가에는 지나칠 수 없는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이 팀장이 19일 아침 대구 동구 안심역에서 내려 엘레베이터로 향하고 있다. 넓은 벽 한 가운데 손바닥 만한 엘리베이터 알림표가 보인다. 대구/백소아 기자
▶대구 1호선 안심역
출발할 때 확인한 지하철 어플리케이션은 1시간 3분이 소요된다고 알려주었는데 그보다 30분이 더 걸려서 도착한 목적지. 이 팀장님이 하얀 벽 위 파란 점을 소개합니다. “엘리베이터 표시에요. 호주에는 엘리베이터가 어디에 있는지 벽면 전체에 표시해요. 우리나라는 역마다 제각각이에요.”
보물찾기 같은 안내 표시 타일을 따라 가니 개찰구 한 개 짜리의 복도가 나오고 그 끝에 엘레베이터가 서 있습니다. 마치 비디오게임의 끝판왕이 맞아주는 느낌입니다.
조금 더 오래 걸렸지만 이 또한 누군가의 평범한 출근길입니다.
지친 얼굴로 출근해 환한 얼굴로 퇴근할 이 팀장님의 표정은, 아마 당신과도 닮았겠지요.
식물이 아닌 사람에게 이동권은 모두의 일상이자 권리입니다.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습니다.
모두의 출근길에 안녕을 빕니다
대구/백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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