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자유한국당 전 원내대표가 지난해 12월20일 국회에서 <한겨레>가 보도한 자신의 딸 특혜채용 의혹이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케이티(KT)에 딸을 부정 채용시킨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온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뇌물수수 혐의로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일)는 “케이티 내부 문건을 중점적으로 검토한 결과 자녀를 국회의원의 직무와 관련해 부정채용한 혐의가 인정된다”며 김 의원을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케이티 내부 문건을 보면, 케이티에서 이석채 전 케이티 회장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증인 채택을 막기 위해 아주 다각적인 노력을 하는데 그 노력에 김 의원도 포함된다”며 “김 의원 의원실 방문 등등의 노력을 했고, 그 시기 즈음에 이 전 회장이 서유열 전 사장에게 ‘김 의원이 고생했는데 해주자’고 말해 채용 과정이 진행됐다. 그래서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뇌물은 돈이 아니라 ‘자녀의 취업기회 제공’ 자체를 뇌물로 봤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이미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인 이 전 케이티 회장은 김 의원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김 의원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던 다음해 딸이 케이티에 계약직으로 입사했고, 환경노동위원회(2012~2014년) 위원일 때 딸이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당시 케이티는 국정감사 관련 이슈가 많았다. 기지국 수사 협조 및 개인정보 유출(2011년)과 이석채 회장 비리 및 부당 노동 행위(2012년) 등으로 이 전 회장의 국감 증인 채택이 뜨거운 이슈였다. 특히 김 의원은 2012년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비리 및 부당 노동 행위 등으로 이 전 회장의 증인 채택을 요구하던 민주당에 강하게 반대하며 채택을 저지하고, 국감을 파행으로 이끌었다.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였던 김성태 의원은 2012년 10월8일 국감 개의 직후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해 “지난 5일 민주통합당 은수미 의원은 새누리당이 기업 살인에 동조했다는 극히 입에 담지 못할 막말을 했다”며 “은 의원은 케이티 이석채 회장에 대한 증인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새누리당이 266명의 노동자가 죽고 16명이 자살한 기업 살인에 동조했다’는 인신공격성 발언을 했다. 민주당의 공식사과가 없으면 환노위 운영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민주통합당 은수미 의원은 “속기록을 구해 봤는데 제 발언은 ‘케이티에서 불법·부당한 프로그램이 작동됐다는 양심선언과 녹취록이 나왔는데도 새누리당이 증인 채택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이는 기업 살인에 동조하는 것’이라는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이후 30분 동안 공방이 오가다 김 의원이 정회를 요청했고, 신계륜 환노위원장이 이를 받아들여 감사가 중지되는 등 국감이 파행했다.
검찰은 다만 “김 의원의 업무방해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는 인정할 증거가 없어서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업무방해 혐의는 뭘 조작해서라도 채용해달라 이런 게 되어야 하는데 그런 혐의는 없었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는 사기업에 취직시켜 달라는 게 공무원의 직권은 아니기 때문에 외관상 직권 행사가 있다고 볼 수 없어서 법리상 적용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 결과를 발표하기 전 대검찰청 지시로 수사 실무 경험이 있는 법대 교수와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부장검사 이상급 검사 등으로 구성된 ‘전문 수사자문단’을 구성해 수사 결과를 검증받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수사자문단 심의 결과 압도적인 다수가 김 의원에 대해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며 “이로써 남부지검 수사팀의 의견이 검증받은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한겨레>가 처음 김 의원 딸의 특혜 채용 의혹을 보도한 뒤 케이티 새노조, 민중당, 시민단체 ‘약탈경제반대행동’ 등이 김 의원을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와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고발하면서 검찰은 지난 1월부터 케이티 채용 비리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당시 임원과 인사담당자 등을 조사해 김 의원의 딸이 2012년 하반기 케이티 대졸 신입사원 공개채용에서 서류조차 제출하지 않았음에도 적성검사를 건너뛰고 인성검사를 치렀고, 여기서도 불합격 대상이었지만 1·2차 면접을 통과해 최종합격한 사실을 확인했다. 앞서 검찰은 2011년 김 의원이 딸의 이력서를 서유열 전 케이티 홈고객부문 사장에게 직접 전달했다는 진술을 서 전 사장에게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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