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사기’를 함께 한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와 회계법인의 굳건한 ‘동맹’이 검찰 수사를 거치며 깨졌다. “삼성 쪽 요구로 거짓말을 했다”고 실토한 회계사들에 대해, 삼성바이오 쪽은 “회계사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30일 <한겨레> 취재 결과, 전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 양아무개 상무와 이아무개 부장 영장실질심사에서, 삼성에피스 쪽 변호인은 “회계사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지난해 금융당국 조사와 올해 초 서울행정법원 재판 등에서 ‘찰떡 공조’로 입을 맞춰온 삼성바이오와 회계법인들이 서로 상대가 거짓말을 한다고 충돌한 셈이다.
지난해 금융당국 조사 등에서 삼성바이오 외부감사를 맡은 삼정케이피엠지(KPMG) 소속 회계사들은 “(미국 업체 바이오젠과의) 콜옵션 계약서를 제공받았다. 이를 검토한 결과 회계장부에 반영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며 삼성바이오의 입장을 그대로 따랐다. 하지만 회계사들은 최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진술을 바꿨다. “콜옵션 계약서를 받은 적이 없다. 삼성 쪽 요구로 거짓말을 했다”고 실토했다. 삼성바이오로서는 한때의 ‘동맹’을 향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검찰은 삼성바이오와 삼성에피스 등이 회계자료를 조작하거나 은폐한 정황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젠이 보유한 ‘삼성에피스 콜옵션’을 ‘부채’로 반영하지 않은 이유로, 삼성에피스의 기업가치 평가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해왔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자회사인 삼성에피스를 설립한 직후인 2012년 기업가치를 평가한 문건을 확보했다고 한다. 특히 지난해 금융당국 조사 당시 삼성바이오가 ‘삼성에피스의 기업가치 평가를 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 문서를 조작해 제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은 조작 전 문건과 조작 뒤 문건 모두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증거인멸 혐의뿐 아니라 사건의 본류인 삼성바이오 회계사기 혐의와도 직결된다. 삼성바이오가 2012년부터 지속해서 삼성에피스 가치를 평가해왔다면, 이는 삼성에피스 합작사인 바이오젠의 콜옵션을 회계장부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김경율 회계사는 “만약 2012년부터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젠의 콜옵션을 부채로 장부에 반영했다면, 삼성바이오는 더 일찍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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