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1999년 경기도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지난달 6일 전두환(88) 전 대통령이 강원도 ㄱ골프장을 찾아 골프를 쳤을 당시 경찰 경호 인력 4명과 경찰 차량 2대가 동원된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달 6일 전씨의 경호 인력은 경정 1명, 경위 3명으로 모두 4명이었으며 차량은 승용차 2대가 지원됐다. 평소 전씨는 경찰관 5명의 경호를 받는다. 이 때문에 경찰관 1명은 전씨의 연희동 집에 남아 있고, 경찰관 4명이 ㄱ골프장까지 따라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 이재정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전씨의 경호경비 인력 현황을 보면, 경찰관 5명이 전씨를 경호하고 의경 78명이 전씨와 노태우씨의 집을 함께 경비한다.
전씨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 사실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지난해 8월 첫 재판과 지난 7일 두번째 재판을 알츠하이머와 독감 등을 앓는다는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씨가 병을 이유로 재판 출석을 거부하던 무렵 강원도 ㄱ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사실이 <한겨레> 보도(
▶관련기사: [단독] “알츠하이머라 재판 못 간다”던 전두환, 멀쩡히 골프 쳤다)로 드러난 이후 전씨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전씨에 대한 경호 등 전직 대통령 예우 차원의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대통령경호법)을 보면, 대통령경호처는 전직 대통령을 10년까지 경호할 수 있으며 필요할 경우 기간을 5년 연장할 수 있다. 전씨의 경우 이 기간이 모두 지나 대통령경호처의 경호는 받지 않고 있다. 다만 경찰 경호는 계속 받고 있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필요시까지 경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필요시’가 이미 지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전씨의 경호에는 매년 2억원이 넘는 세금이 들어간다. 2017년 11월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예산·결산 및 기금심사소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당시 경찰청 경호과장은 “경찰관 인건비를 기준으로 1인당 평균 4350만원 연봉으로 기준을 잡으면 전두환 대통령에 한 4억3500만원이 투입된다”고 밝혔다. 경찰관 경호 인력은 당시 10명에서 지난해 1월 이후 5명으로 줄어 현재는 2억2000만원가량 투입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경호를 하는 시설과 장비를 유지하는 데에도 매년 3500만원 가까이 든다. 전씨 경호에 매년 2억5000만원이 넘는 세금이 드는 셈이다.
전체 세금 규모에서 견주면 2억5000만원은 큰 규모는 아니지만, 전씨가 알츠하이머를 핑계로 법원 출석은 거부하면서 골프를 치는 등 전직 대통령의 격에 맞지 않는 행동을 보이는 상황에서 세금을 들여 경호를 해야 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정 의원은 “역사의 범죄자이자 1000억원이 넘는 추징금도 내지 않고 있는 전두환이 골프를 치는데 경찰 경호를 동원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경호의 법적) 근거도 빈약한 만큼 경찰 경호는 당장 중단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정환봉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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