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선물위원회가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고의 분식회계’를 최종적으로 확정하고 이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하면서, 금융당국 조사 결과를 지켜보던 검찰의 수사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날 공정거래위원회가 차명재산 자료 제출을 고의로 누락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아버지와 아들이 동시에 수사받는 처지가 됐다.
삼성바이오 사건은 지난 7월 참여연대 등의 고발로 이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 배당된 상태다. 그간 검찰은 금융당국 조사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수사 속도를 조절하고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증권선물위) 고발 내용이 기존에 수사했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외형은 기업 분식회계 사건이지만 본질은 아직 재판이 끝나지 않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와 직결된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바이오 기업가치가 고의로 부풀려졌다는 증권선물위 고발 내용은 이미 2016~17년 검찰과 특검 수사에서 윤곽이 잡힌 상태다. 당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합병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대주주인 제일모직 가치가 부풀려졌고, 합병에 찬성한 국민연금공단 역시 제일모직이 지분을 보유한 삼성바이오의 기업가치를 ‘가장 낙관적 기준’으로 잡은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특검팀은 이런 내용을 이 부회장,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등 관련자 공소장에 적시해 재판에 넘겼다. 관련 공소장에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청탁 혐의 등과 관련해 “피고인이 바이오 사업을 삼성의 신수종 사업으로 선정해 자신을 대표하는 사업으로 그룹 차원에서 집중 육성” “이를 위해 자신이 대주주인 제일모직을 통해 지분 46.5%를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추진” “그룹 차원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을 내지 못해 적자를 기록해 유가증권 시장 상장이 불가능한 상황” “제일모직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은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업가치를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산정한 가장 낙관적 보고서를 기준으로 했음” 등 삼성바이오의 고의 분식회계 가능성을 떠받치는 내용이 다수 등장한다.
더구나 당시 특검팀에 파견돼 이 사건을 수사했던 이들이 이번 고발 사건을 맡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한동훈 3차장검사다. 앞서 지난 8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부는 삼성바이오 상장 등과 관련해 “이 부회장의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한 바 있다. 반면 이보다 앞선 지난 2월 이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부는 “경영권 승계 작업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며 삼성바이오 관련 혐의를 아예 들여다보지도 않았다.
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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