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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표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등록 2018-06-28 10:40수정 2018-06-28 21:21

헌법 19조 ‘양심의 자유’ 규정에 따라
인격 형성의 근거, 가치관 등 의미해
법률상 용어로 ‘비양심’ 상대개념 아니지만
일반적인 언어 습관에 따라 거부감 커
오해 줄이기 위해 “새 용어 만들자” 의견도
매해 5월15일인 ‘세계병역거부자의날’을 며칠 앞둔 지난달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병역거부 인정, 대체복부제 도입 촉구 기자회견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 이조은씨가 감옥에 갇힌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 2010년 9월 병역거부 혐의로 1년6개월 형을 선고받고 1년3개월 복역한 뒤 출소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매해 5월15일인 ‘세계병역거부자의날’을 며칠 앞둔 지난달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병역거부 인정, 대체복부제 도입 촉구 기자회견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 이조은씨가 감옥에 갇힌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 2010년 9월 병역거부 혐의로 1년6개월 형을 선고받고 1년3개월 복역한 뒤 출소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군대 간 사람들은 비양심적이라는 말이냐?”

‘양심적 병역거부’가 사회적 쟁점으로 등장할 때마다 따라붙는 반론이다. 이런 반론은 ‘양심’이라는 용어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한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양심’과 헌법에서 사용되는 법률용어 ‘양심’의 의미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일상 대화에서 ‘양심’이라는 단어는 도덕적 가치판단이 전제된 선한 행위에 대한 의지를 뜻하기 때문에, 반대 개념으로 ‘비양심’이라는 단어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 헌법 제19조가 규정하고 있는 기본권 ‘양심의 자유’에서 사용된 ‘양심’의 개념은 ‘비양심’의 상대 개념이 아니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합헌 결정(2002헌가1)을 하면서 이런 사정을 자세히 풀어낸 바 있다. 당시 헌재는 “(헌법 19조가 규정한) 양심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않으면 자신의 인격적인 존재 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 즉 법률적인 의미의 양심”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양심의 자유는) 인간의 존엄성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모든 이들이 자신의 신념과 종교, 마음의 목소리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이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인 셈이다. 따라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자신의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했다는 뜻이다. 국가와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병역을 받아들인다면 이것 역시 ‘양심적 병역이행’으로 불릴 수 있는 셈이다.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용어는 전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영미권에서 사용되는 용어는 ‘conscientious objection’(양심적 거부)이며, 우리는 이 용어를 그대로 따와서 사용하고 있다. 독일기본법에는 양심의 자유 관련 조항에 아예 ‘양심적 집총 거부권’을 명시하고 있다. 법제처가 2010년 발간한 ‘헌법 주석서’를 보면 독일기본법 4조1항은 “신앙과 양심의 자유 그리고 종교적 및 세계관적 신념 고백의 자유는 불가침이다”라고 규정돼 있고, 3항에 “누구도 양심에 반하여 집총 병역을 강제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양심’과 ‘병역거부’는 보편적으로 짝을 이루는 용어인 셈이다.

이런 배경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용어에 많은 이들에게 거부감을 표시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2000년대 초반에 평화주의 운동가들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각자 개별의 내심의 결정(양심)에 따른다는 의미가 더 명확해 오해가 적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용어는 힘을 얻지 못했고, 현재 법원 등은 ‘양심적 병역거부’로 통칭하고 있다.

불필요한 거부감과 부정적 인식을 줄이기 위해 용어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예를 들어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 ‘종교에 따른 병역거부’ 등으로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취지다. 아예 모든 수식어를 빼고 ‘병역거부’로만 부르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날 헌재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하는 결정을 내리더라도 이후 대체복무제 도입 등을 위해서는 국회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도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용어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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