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박 대통령 ‘헌재 답변서’ 공개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일”
법률 위반사실은 전면 부정하며
무죄추정 원칙 내세워 ‘지연작전’
최순실 전횡·사익추구 몰랐고
참모들 과도한 직무집행 몰아가
헌법학계 “헌법 위반 횟수로 판단하나?”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일”
법률 위반사실은 전면 부정하며
무죄추정 원칙 내세워 ‘지연작전’
최순실 전횡·사익추구 몰랐고
참모들 과도한 직무집행 몰아가
헌법학계 “헌법 위반 횟수로 판단하나?”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낸 탄핵심판 답변서에서 “최순실의 국정 관여 비율은 대통령의 국정수행 총량 대비 1% 미만이며, 이마저도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은 또 “헌법의 무죄추정 원칙”, “방어권 보장” 등을 주장하며 탄핵심판 지연 의도를 분명히 했다. 최대한 시간을 끌어 지지층 재결집 및 이를 통한 헌재 압박 등에 나서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국회 탄핵심판 소추위원단·대리인단은 18일 오전 연석회의를 열어 박 대통령이 지난 16일 법률대리인들을 통해 헌재에 낸 A4 용지 25쪽 분량의 답변서를 공개했다. 박 대통령 쪽은 국회가 탄핵 사유로 의결한 5가지 헌법 위반과 8가지 법률 위반 모두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고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기각할 것을 주장했다. 특히 준사법기관인 검찰이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두달여 수사한 결과에 대해 “검사의 의견을 적은 것에 불과하다”며 전면 부정한 뒤, △대통령은 최순실 등의 전횡과 사익 추구를 알지 못했으며 △청와대 참모들의 과도한 직무 집행은 대통령의 발언을 오해한 결과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모든 책임을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에게 떠넘겨버린 것이다.
박 대통령이 최씨 등의 의견에 따라 특정인을 장차관에 앉히거나 공무원을 경질한 것을 두고는 “각계각층의 의견을 참고했지만 최종 인사권은 대통령이 행사했으니 잘못이 없다”는 식의 주장을 폈다. 또 민간기업에 압력을 넣어 최씨의 지인 회사 물건을 납품받도록 한 혐의에 대해서는 “시야가 제한된 직업공무원들의 보고에 의존하지 않고 여러 경로를 통해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씨의 국정농단과 이권개입을 떠받쳐준 대통령의 포괄적 직무수행 권한을, 역으로 “국정수행의 한 과정”이라며 박 대통령 자신의 위법 행위를 덮는 데 적극 활용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헌법학계 전문가들은 “답변서 내용이 궤변에 가까워 헌재 심리에 영향을 주기 어려워 보인다”고 평가했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국정 관여 비율을 주장하는데 불법의 횟수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헌재 심리를 장기화하려는 의도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종수 연세대 교수는 “재직 중 형사소추가 불가능해 대통령 탄핵제도가 있는 것인데, 공소장은 믿을 수 없으니 형사재판 결과를 지켜보자는 것은 헌법을 전혀 이해 못하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답변서는 결국 탄핵심판이 아닌 형사재판을 하자고 헌재에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요구대로라면 탄핵심판 제도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터무니없는 변명 일색이고 국민 상식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궤변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수차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울먹이며 국민 앞에 용서를 구하던 박근혜 대통령의 위선이 가증스러울 뿐”이라고 논평했다.
국회 탄핵심판 소추위원단은 박 대통령 쪽 답변서에 대한 반박의견서를 22일까지 헌재에 제출할 예정이다.
최혜정 김남일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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