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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최순실은 키친 캐비닛”…미국 은어로 국정농단 물타기

등록 2016-12-18 19:42수정 2016-12-19 09:46

박 대통령 ‘탄핵’ 답변서
“연설문 고친 건 국민 눈높이 자문 받은 것” 주장
“최씨 의견 일부 반영했어도 사회통념상 허용” 반박
정치학자들 “차원이 너무 달라 미국과 비교 불가”
“화이트 하우스 버블(white house bubble)”, “키친 캐비닛(kitchen cabinet)”.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낸 탄핵소추 답변서에는 난데없이 미국 정치권에서 쓰이는 ‘은어’가 등장한다. 박 대통령의 40년 지기 비선실세인 최순실씨의 국정개입에 대해 ‘미국 대통령도 다 그렇게 한다’며 물타기를 하려는 취지인데, 정치학자들은 “차원이 너무 달라서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18일 국회가 공개한 답변서를 보면, 박 대통령 법률대리인들은 “대통령이 국정수행 과정에서 지인(최순실)의 의견을 들어 일부 반영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일”이라며 ‘백악관 버블’(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 갇혀 외부와 고립되는 상황)을 인용했다. 최씨의 역할이 ‘버블 안’에 갇힌 박 대통령을 바깥 민심과 연결하는 ‘출구’였다는 주장인 셈이다. 대리인단은 또 최씨가 대통령 연설물을 고친 것은 ‘국민 눈높이 자문’을 받은 것이라며 이를 “속칭 ‘키친 캐비닛’이라고 한다. 박 대통령이 최씨 의견을 들은 것도 같은 취지였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에게 최씨는 미국 대통령들의 ‘사적 고문단’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두 용어 모두 정치학 용어가 아닌 미국 정가의 은어”라며 “박 대통령의 경우에는 의견을 묻는 정도가 아니라 최씨가 ‘리얼 캐비닛’이었다는 것이 문제다. 그런 말들이 미국에 있다고 해서 정당화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키친 캐비닛’이나 예비내각을 뜻하는 ‘섀도우 캐비닛’도 아닌, 실제 국정운영과 장차관 인사까지 좌지우지한 ‘내각 실세’처럼 최씨가 군림했다는 것이다.

미국 정치 전문가인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미국도 백악관에 들어가는 것을 ‘감옥’에 갇힌다고 한다. 청와대만큼 백악관도 고립된 공간”이라면서도 “미 대통령들은 고립되지 않기 위해 폴리티컬 컨설턴트 등과 계약을 맺어 외부 의견을 듣기도 하고, 주요 연설문 작성 때는 백악관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를 통해 시민사회 의견을 수렴하는 프로세스가 있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씨의 말을 들은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미국과 한국의 정치 현실과 사법체계를 법률대리인단이 혼동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헌법학)는 “한국의 탄핵 제도는 의회가 제소하고 헌재가 결정한다. 즉 정치적 고려와 사법적 판단이 결합된 것인 반면, 미국은 하원에서 소추하고 상원에서 결정한다는 차이가 있다”고 했다. 미 정치권에서나 탄핵 반대의 근거로 주장할 수 있는 내용을 헌법적 판단을 하는 헌재에 주장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는 것이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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