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9-4 승강장 안전문(스크린도어)을 수리하다가 사고로 숨진 김아무개군의 영결식이 9일 오전 서울 광진구 건국대병원 영안실에서 열려 유족이 오열하는 가운데 김군의 관이 운구차에 실리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못다 핀 열아홉 김군 떠나던 날
사고 12일만에 가족장으로 발인
유족·친구 20여명 참석 눈물바다
위패 옆엔 서울메트로 공식사과문
시민들 전날 ‘추모 문화제’ 열기도
사고 12일만에 가족장으로 발인
유족·친구 20여명 참석 눈물바다
위패 옆엔 서울메트로 공식사과문
시민들 전날 ‘추모 문화제’ 열기도
“어떡해. 어떡해. 우리 아들. 이렇게 가서 어떻게 하니.”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안전문(스크린도어)을 수리하던 도중 사망한 김아무개(19)군의 주검이 누운 관이 9일 오전 건국대학교병원 장례식장 1층에 모습을 드러내자, 검은 상복을 입은 김군의 어머니가 오열하며 털썩 주저앉았다. 침통한 표정의 친구들이 김군의 주검을 운구차로 옮기자, 수염이 덥수룩하게 올라온 아버지와 다른 유족들도 슬픔을 가누지 못하고 통곡했다.
‘공기업 정규직 직원이 되는 날’을 고대하며 홀로 안전문을 수리하다가 목숨을 잃은 열아홉살 김군의 영결식이 열렸다. 사고가 일어난 지 12일 만이다. 사고 직후 김군의 ‘개인 과실’을 탓하던 서울메트로가 공식 사과를 하고 보상안 등에 최종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영결식은 ‘조용히 아들을 떠나보내고 싶다’는 가족들의 뜻에 따라, 김군의 유족 및 친구들 20여명이 참여하는 가족장으로 치러졌다. 이날 영정 속 김군은 교복 차림의 앳된 소년이었다. 행여 언론에 노출될까, 유족들은 영정 속 김군의 얼굴을 검은 띠를 둘러 가렸다. 위패에는 이름 대신 ‘김군’이라고 적혔다. 위패 옆에는 사흘 전에야 뒤늦게 당도한 서울메트로의 공식 사과문이 놓였다.
서울 시립화장장 ‘서울추모공원’으로 떠나면서 잠시 감정을 추슬렀던 유족들은 ‘6호기 화장로’ 앞에 김군의 관이 멈춰 서자 다시 통곡했다. 관을 꼭 끌어안은 채 한참을 오열하던 어머니는 아들의 관이 불 속으로 들어가자 끝내 참지 못하고 실신했다. 김군의 동생은 장례 절차 내내 굳은 표정으로 형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봤다. 유족들의 뜻에 따라 김군의 장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가족들의 뜻에 따라 이날 장례식장을 찾지 못한 시민들은 하루 앞서 김군을 추모하는 행사를 열었다.
지난 8일 저녁, 시민 200여명은 사고 현장인 구의역 ‘9-4’ 승강장에 모여 국화꽃을 헌화한 뒤 ‘안전은 비용이 아니다’, ‘너의 잘못이 아니야’ 등의 손팻말을 들고 김군의 빈소가 마련된 건국대학교병원 장례식장까지 행진하기도 했다. 행진 뒤에는 ‘구의역 참사 서울지하철 비정규직 시민추모 문화제’를 열어 김군의 추모를 이어갔다. 이 자리에서 시민들은 “이런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특성화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라는 윤아무개(17)군은 추모 문화제에 참석해 “이 사고는 어른들의 욕심과 돈이 만든 참사”라며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고졸 청년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통과 차별을 겪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 우리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노동자인 안아무개(27)씨도 “비정규직이 부당한 것으로 끝나지 않고 누군가의 목숨을 앗아가는 끔찍한 것임을 이번 사고를 통해 알았다. 소중한 사람을 더 떠나보내기 전에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욱 방준호 기자 uk@hani.co.kr
[디스팩트 시즌3 #5_구의역 참사, 김군은 왜 나를 보호해달라 말하지 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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