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역 사고, 구의역 판박이
3년전 안전문 작업중 숨진 심씨 동생
당시 상황자료 보고 말 잇지 못해
“재수사 통해 형 억울함 풀고 싶다
책임 묻지 않으면 참담한 일 반복”
3년전 안전문 작업중 숨진 심씨 동생
당시 상황자료 보고 말 잇지 못해
“재수사 통해 형 억울함 풀고 싶다
책임 묻지 않으면 참담한 일 반복”
“아… 이런 내용은 전혀 몰랐어요. (형의 죽음이) 이렇게 묻힌 건지 몰랐어요.”
지난 5일, 2013년 서울지하철 2호선 성수역 10-3 승강장에서 안전문(스크린도어)을 점검하던 도중 숨진 심전우(당시 37)씨의 동생(38)은 사고 당일 서울메트로가 작성한 ‘사상사고 상황보고’ 문건과 용역업체 은성피에스디(PSD) 강북지사 직원들이 작성한 ‘일상점검 문제점 통보’ 문건 등을 살펴보더니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네 형제 중 가장 살가웠던 셋째 형”이 회사에서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던 게 아니라, 다른 직원에게 인수인계받은 장애(고장) 처리를 했을 수도 있는 정황을 보여주는 문건들(<한겨레> 6월8일치 1·9면)을 본 심씨는 “재수사를 통해 형의 억울함을 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8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회사가 처벌을 받아봐야 가족에게 무엇이 돌아오느냐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구의역 사고를 보면서)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으면 우리가 겪은 참담한 일들이 반복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업체들의 책임을 다시 묻기 위한 형사고발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강문대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공소시효가 남아 있으므로 유가족이 고발한다면 법적으로 재수사가 가능하다. 제대로 수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성수역 사고는 반드시 다시 살펴봐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심씨 유가족은 전우씨가 근무하던 은성피에스디와 원청업체 서울메트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1심 패소 뒤 항소는 포기했다. 육안점검만 해야 할 낮 시간에, 그것도 종합관제소에 통보도 안 한 채 승강장 안쪽에서 점검을 한 건 “책임감이 강해서 그냥 지나쳐도 될 일을 무리하게”(은성피에스디 운영이사가 서울지방노동청 동부지사 근로감독과 주고받은 문답 내용) 했기 때문이라는 업체 쪽 주장 등이 받아들여진 탓이다. 승소 가능성이 낮다는 변호인의 조언에 따라 심씨 가족은 법원의 화해조정권고를 받아들였다. 1심 때보다 1500만원 상향된 위로금 4500만원을 받았지만 대부분은 소송비용으로 들어갔다.
이들에게 소송 과정은 고통이었다. 서울메트로는 ‘용역업체 직원들에 대한 재해보상의 모든 책임은 을(은성피에스디)에 있다’고 규정한 ‘외부위탁협역서’를 들어 유가족을 만나주지도 않았다. 한때 전우씨가 몸담았던 회사 관계자들로부터 ‘왜 시키지도 않은 10-3 승강장에 나가서 사고를 당했는지 모르겠다’ ‘우리도 피해를 많이 봤다. 경찰에, 노동청에 불려다니느라 힘들다’는 등의 말을 듣기도 했다. 소송이 끝난 뒤, 서울메트로 쪽에선 ‘소송비용(500만원)을 물어내라’는 우편물을 보내왔다.
“형이 갑자기 죽었는데, 그 모든 게 형의 책임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게 정말 견디기 어려웠어요. 멀쩡하던 사람이 일을 하다가 갑자기 죽었는데 어떻게 회사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건지….” 그는 “수사기관과 법원도 제대로 된 수사 없이 모두가 형의 책임이라고 판단해 버렸다는 게 억울하다”며 “이제라도 형의 억울함을 풀어줄 방법을 꼭 찾겠다”고 말했다.
방준호 이재욱 기자 whorun@hani.co.kr
이슈구의역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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