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안전문(스크린도어)을 고치다 사고로 숨진 김아무개(19)군를 추모하는 시민들이 3일 오전 구의역 9-4 승강장에 헌화하고 있다. 비영리단체 ‘김제동과 어깨동무’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매일 헌화용 국화 300송이를 준비하겠다며 1송이에 500원의 후원금을 받는다고 밝혔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서울메트로 관계자 여러 명이 다시는 이런 일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여러 번 얘기했었는데….”
지난해 8월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승강장 안전문(스크린도어)을 수리하다 열차에 치여 숨진 조아무개(29)씨의 아버지 조영배(69)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1년도 안 돼 구의역에서 김아무개(19)군이 아들처럼 허망하게 숨졌다는 사실에 그는 화가 나 있었다.
3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조씨는 “자식 죽으면 마음이 다 똑같다. 지금 그쪽 부모 마음이 어떻겠느냐. (강남역 사고와) 다를 게 하나도 없어서 구의역 보도를 보고 쇼크를 받았다. 분노만 커진다”고 말했다.
조씨의 아들 역시 ‘2인1조’가 아니라 나홀로 작업을 하다가 변을 당했다. 김군과 마찬가지로 메트로는 “우리가 지휘감독권을 갖고 있지 않다”며 사고 원인을 조씨 개인과 조씨 소속 용역업체인 유진메트로컴(유진)에 떠넘겼다.
수사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메트로 강남역 안전관리 책임자 1명과 유진 관계자 2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수사중이다. 경찰은 최종적으로 송치 대상자를 확정한 뒤, 이달 중순께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방침이다. 경찰 수사 결과, 메트로도 ‘관리 부실’ 책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당시 승강장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분석하니, 열차 위치를 나타내는 표시기계가 고장난 상태였는데도 강남역 쪽에서 조씨의 작업을 방관했거나 고장 사실을 조씨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씨는 “사고난 지 9개월이 지났는데 아직 마무리도 안 되고 책임자들은 진실을 은폐하려고만 하는 것 같다”고 답답한 속을 털어놨다.
당시 사고 뒤 서울메트로는 2인1조 근무 매뉴얼을 구체화하는 등 대책을 내놨지만, 사고는 판박이처럼 일어났다. 용역업체가 안전문 수리 작업확인서에 나홀로 근무를 ‘2인1조’로 조작했고, 메트로도 이를 파악하고 있었던 정황도 드러났다. 구의역에서 숨진 김군의 소속 용역업체인 은성피에스디의 한 직원은 “강남역 사고 이후 처음엔 수리할 때 열차가 멈추거나 천천히 움직였는데 한 두달 지나고 나니 원상 복귀됐다”고 <한겨레>에 말하기도 했다. 강남역 사고 뒤 ‘반짝 대책’만 내놓고 인력 충원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외면한 것이 이번 구의역 사고를 불러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조씨는 아들의 3일장을 치른 직후 유진 쪽으로부터 합의금 4억원을 받았다는 점에 대해서도 “누가 아들 죽음과 돈을 맞바꾸겠느냐”며 “정신이 없던 상태에서 지장까지 찍어 합의 명목이었다는 것도 경찰 수사 과정에서 알았다”며 “지금이라도 무를 수 있다면 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조씨는 최근 아들이 사고 당시 휴대전화 통화를 했다는 ‘오보’에 가슴을 다시 쳤다. 그는 “언론이 그렇게 쓰면 안 된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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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구의역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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