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숨진 김아무개(19)군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구의동 건국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맨 왼쪽)과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인 김광배씨가 김군의 부모를 위로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아이한테 직장 가면 상사가 시키는대로 하라고 했어요. 저 때문에 죽은 거예요.”(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안전문 사고 사망자 김아무개군 어머니) “저도 예은이한테 선원 말 잘 들으라고, 방송 지시 잘 따르라고 했어요. 그래서 갔어요.”(유경근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홀로 안전문(스크린도어)을 수리하다가 사고로 목숨을 잃은 김아무개(19)군의 부모와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만나 손을 맞잡고 함께 울었다. 1997년생 동갑내기 아이를 둔 부모들은 “내가 잘못 가르친 바람에 아이를 잃었다”고 자책했다.
유경근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과 김광배(49)씨 등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2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국대병원에 마련된 김군의 분향소를 찾아 김군의 희생을 위로했다. 같은 슬픔으로 처음 만난 자리에서 부모들은 서로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구의역에서 사고를 당한 김군의 아버지는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우리 애도 그때(세월호 참사 당시) 수학여행을 갔다”며 “(세월호 진상규명에) 아무런 도움이 못 돼 죄송하다”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우리 아이들 위해서 빨리 진상규명을 했어야 하는데 너무 부족했다”며 김군 부모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5월에 (생일을 맞아) 성년이 됐는데 이렇게 갔다”는 김군 어머니의 말에, 유 위원장은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 가는 아이들이 너무 부러웠다. 성인이 될 수 있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1997년생 동갑내기 아이들을 잃은 4명의 부모는 이내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소리내 울었다.
김군 어머니는 “시민 안전을 생각한다고 (아들이) 자기 안전도 버리고, 밥도 못 먹고 일하다가 저렇게 갔다”며 “다시는 이렇게 아이들이 희생되면 안 된다”고 울음을 터뜨렸다. 유 위원장은 “저희도 정신 똑바로 챙겨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유 위원장과 김씨는 꽃을 말려 만든 압화카드와 김군의 이름을 새긴 세월호 리본 목걸이를 김군 부모한테 전달했다. 조문을 마친 유 위원장은 “배 사고, 비행기 사고의 문제가 아니다. 자식을 잃은 사람들은 다 똑같다. 세월호가 이런 희생의 마지막이었어야 했다”며 “잘못 하나 없는 아이들이 갔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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