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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서울메트로 출신 채용’ 용역계약서, 갑질 넘어 공정거래법 위반 가능성

등록 2016-06-02 19:47수정 2016-06-02 22:14

2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안전문) 사고로 숨진 김아무개군의 분향소가 마련된 서울 광진구 건국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서울메트로 사장 직무대행 정수영 안전관리본부장과 임직원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2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안전문) 사고로 숨진 김아무개군의 분향소가 마련된 서울 광진구 건국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서울메트로 사장 직무대행 정수영 안전관리본부장과 임직원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스크린도어 관리 입찰조건에
채용·고임금·고용승계 못박아
법조계 “경영간섭 행위 해당”
서울메트로가 승강장 안전문 관리 위탁사업의 입찰 조건으로 내세워 논란이 된 ‘메트로 출신 직원 채용, 고임금 보장’ 조항이 ‘갑질’을 넘어 공정거래법 등을 위반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겨레>가 2일 서울메트로의 2015년 3월 ‘승강장안전문 유지관리 운영업무 위탁용역’을 위한 계약조건 및 과업지시서(이하 용역지시서) 등을 분석한 결과, 메트로의 안전문 관리를 맡고 있는 은성피에스디(PSD)가 재입찰에 실패했더라도 메트로 출신들만은 새로 안전문 관리를 맡은 회사로 고용·임금이 승계·보장되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용역지시서를 통해 “‘계약상대자’는 메트로 전적 직원을 정규직으로 고용승계해야” 하고 “전적 직원에 한하여 서울메트로 연 임금상승률 등을 반영·조정한다”고 못박았기 때문이다. 은성피에스디는 메트로 출신들이 2011년 세운 회사로, 그해부터 경쟁입찰로 메트로 사업을 맡아왔다.

메트로 출신 직원들에게 일자리와 임금 등을 보장한 것과 달리 메트로가 내세운 최저낙찰제 탓에, 입찰 경쟁력을 높이려는 용역회사는 자체 채용 직원들의 임금·처우만 제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메트로의 입찰조건은 위법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정거래법은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 “상대방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구속하는 조건의 거래행위” 등을 불공정거래 행위(23조 1항)로 금지시키고 있다.

노동전문 류하경 변호사는 “공정거래법 위반 여지가 있고 ‘입찰 조건 때문에 경영 사정과 다르게 임금을 많이 줬다’며 용역업체들이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변호사는 “이미 해당 업무를 해오던 이를 노동권 보호 취지로 고용승계하도록 하는 것과 특정인을 선임하는 것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경영 간섭 논란이 있겠다”고 말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사내 계약심사 단계에서 입찰조건이 법률상 무리가 없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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