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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 너의 잘못이 아니야’ 공감에서 분노로

등록 2016-06-02 19:26수정 2016-06-03 17:16

지하철 2호선 이용하는 ‘2030’
‘공감 포스트잇’ 구의역 번져
“개인 아닌 사회구조의 문제”
불평등 죽음 막을 해법 요구

김군 어머니 “여러분들 힘으로
메트로 잘못 인정 받아내”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홀로 안전문을 수리하다 숨진 노동자 김아무개군(19)을 추모하려는 시민들이 2일 안전문에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는 등의 추모 메시지를 남겼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홀로 안전문을 수리하다 숨진 노동자 김아무개군(19)을 추모하려는 시민들이 2일 안전문에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는 등의 추모 메시지를 남겼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서울 지하철 2호선은 20·30대의 삶과 맞닿아 있다. 서울메트로의 ‘지하철 2호선 이용객 프로파일 조사 보고서’(2013년, 1만20명 면접조사)를 보면 지하철 2호선 이용객은 20·30대가 절반(50.7%)을 차지했다. 출퇴근·등하교(71.1%)와 모임·만남(11.8%)을 위해 20·30대는 오늘도 2호선을 탄다.

익숙한 2호선 지하철의 안전문(스크린도어)을 수리하던 동년배 청년 두 사람이 1년 사이 허망하게 세상을 떠난 뒤, 매일 이곳을 오가던 20·30대들이 바로 반응하고 있다. 추모 물결은 지난달 17일 서울 시내 번화가 한복판에서 벌어진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때 이뤄진 ‘포스트잇 추모’를 이어받고 또 변주됐다. 당시 ‘운 좋게 살아남았다’고 여긴 많은 이가 ‘#살아남았다’는 해시태그를 달았다면, 구의역으로 모여드는 이들은 안전문을 고치다 목숨을 잃은 19살 김아무개군에게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하고 있다. ‘효율’을 앞세워 끝 모를 줄세우기 경쟁에 내몰며 모든 결과는 ‘개인의 책임’으로 돌려온 한국 사회에 대해, 이것은 ‘개인이 아닌 구조적 문제’라는 목소리가 시민들 사이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위로의 마음으로 왔어요. 하지만 ‘너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추모메시지에 공감했습니다. 이건 그분의 잘못이 아니에요.” 2일 구의역에서 만난 대학생 성민희(22)씨가 힘주어 말했다. 실제로 구의역에 마련된 추모공간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나도 비정규직 청년노동자다” “나도 위험한 일을 한다”고 말하는 김군과 비슷한 처지의 20·30대의 울분이 터져나오고 있다.

‘구의역 19세 청년 추모행동’에 참가한 청년들이 2일 오후 서울 구의역 안에서 안전문(스크린도어) 수리 작업 도중 숨진 김아무개군을 추모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구의역 19세 청년 추모행동’에 참가한 청년들이 2일 오후 서울 구의역 안에서 안전문(스크린도어) 수리 작업 도중 숨진 김아무개군을 추모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하청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억울한 죽음은 지하철 2호선이 순환하듯 계속돼왔다. 하지만 지금 같은 현상이 불거진 것은 ‘흙수저·금수저’ ‘헬조선’ 같은 담론이 상징하듯 개인의 ‘노력’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양극화와 청년 문제가 누적돼왔기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구의역에서 만난 회사원 정창화(29)씨는 “나도 직장생활을 하지만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는 게 유난히 공감이 됐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 추모행진에 참여한 최경은(24)씨는 “나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다. 한 명의 죽음으로 끝내버리면 다시 다른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모든 시민이 알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청년 100여명은 구의역에서 국화와 촛불을 들고 김군의 분향소가 있는 건국대병원으로 추모행진을 했다.

이러한 포스트잇 추모는 그동안 흩어져 있던 ‘개인’들이 ‘우리’라는 의식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포스트잇을 통해 많은 이들이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공감을 갖고 있었구나’라는 의식을 갖게 됐다. 개인적 차원에서 사회적 차원으로 넘어가게 되는 질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 형성을 통한 추모 물결은 “더는 어이없는 죽음이 없어야 한다”는 문제 해결에 대한 요구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회사원 이아무개(43)씨는 이날 구의역 추모 현장을 찾아 “알려지지 않아 그렇지 이런 사건이 참 많을 것이다. 정부는 늘 터지면 수습하고 막기 바쁘다. 구조적인 부분들이 고쳐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와 알바노조 등은 이날 ‘서울시 지하철 하청노동자 사망재해 해결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는 것만이 네 번째 죽음을 막는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아들의 분향소를 지키던 김군의 어머니는 “(서울메트로 등이) 저희 아이가 죄지은 게 아니라고 이제야 인정을 하는데 다 여러분들 덕분이다. 여러분 힘이 강하다는 걸 처음 알았다”며 “저도 여러분처럼 다른 사람을 도우며 살겠다”고 말했다.

이승준 김미영 방준호 박수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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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보고있다 #21_스크린도어, 박원순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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