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기획] ‘조작사건’ 책임자 사전 ③ 훈장받은 조작수사
김철씨 국가·수사관 상대로 소송
“8억700만원 배상” 판결 받아내
강기훈씨도 31억 배상소송 중
김철씨 국가·수사관 상대로 소송
“8억700만원 배상” 판결 받아내
강기훈씨도 31억 배상소송 중
재심 무죄 과거사 사건의 수사 담당자에게 민사상 책임을 지운 사례가 있다.
‘간첩조작 의혹 사건’의 피해자인 김철(85)씨는 2012년 7월 재심 무죄 확정 판결을 받고 이듬해 “경찰의 무리한 수사로 수감생활을 하게 됐다”며 국가와 당시 치안본부 소속 수사관 유아무개(80)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3부(재판장 박평균)는 “당시 사건으로 겪었을 정신적 고통과 사회적 편견, 경제적 어려움이 인정된다”며 “국가와 유씨는 총 8억700여만원을 김씨와 그 가족들에게 지급하라”고 2014년 1월 김씨에게 일부승소 판결을 했다. 피고 유씨가 항소하지 않아 판결은 확정됐고, 배상금은 전액 국가가 납부했다.
김철씨는 28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억울하게 7년을 감옥에서 보냈는데, 고문하고 증거를 조작해 간첩으로 몰아세운 수사관들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아 당시 소송에 나섰다”고 말했다.
법원이 이 사건에서 수사관의 책임을 인정한 것은 유씨의 불법행위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유씨는 김씨를 불법체포하고 장기간 감금한 상태에서 가혹행위 등을 통해 허위자백을 받아내고, 조작된 증거를 이용해 김씨가 유죄판결 받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며 “이는 국가배상법상 공무원의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김철 간첩조작 의혹 사건 재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박형남)도 2010년 무죄를 선고하며 “수사기관이 증거를 조작하는 데 개입했다”고 지적했다.
‘유서대필의혹 사건’의 피해자 강기훈(52)씨는 직접 수사를 맡은 검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5월 재심 무죄 판결을 받은 강기훈씨는 1991년 사건 당시 수사 책임자였던 강신욱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 신상규 강력부 수석검사, 잘못된 필적감정을 한 김형영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인과 국가를 상대로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법에 3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강씨는 소장에서 “이 사건은 국가가 진실을 조작해 무고한 시민을 ‘유서대필자’로 만든 인권유린 사례”라며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와 가해자들의 책임을 물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강씨는 당시 수사관들과 다른 검사들은 피고로 삼지 않았다. 소송대리인단의 송상교 변호사는 “수사 관계자 모두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소송의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며 “이번 소송은 당시 핵심적인 수사 책임자에게 법적·역사적 책임을 묻기 위한 의도에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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