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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수사지휘권 가지고…, 수사관 가혹행위 도운 검사들

등록 2016-01-27 21:43수정 2016-01-28 09:39

[탐사기획] ‘조작사건’ 책임자 사전 ② 책임 안지는 판검사
그때 그 검사들
수사관 가혹행위 규명 한명도 없어…묵인 넘어 돕기까지
무죄 재심 과거사 사건 3건 이상 담당 검사 중 대표 인물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재심 무죄 판결을 받은 과거사 사건 75건의 담당 검사 127명을 심층분석해보니, 수사지휘권 등 강한 권한을 가진 검찰이 수사관들의 고문·가혹행위를 밝혀내지 못했거나 ‘적극적 묵인’을 했던 실체가 드러났다. 과거사 사건을 맡은 뒤 검찰총장과 법무장관 등 검찰 최고위직에 오른 검사도 6명이 있었다.

이번 취재로 3명의 전직 검찰총장과 3명의 전 법무장관이 재심 무죄 과거사 사건 수사나 공소유지를 담당한 사실이 밝혀졌다. 김기수 전 총장(27대)은 전주지검 군산지청 소속 검사로, 이웃의 북한 찬양 발언을 듣고 전하지 않았다는 반공법 불고지죄 혐의로 이 이웃과 함께 기소돼 1973년 유죄 판결을 받은 어부 임봉택씨 사건의 수사와 공소유지를 담당했다. 임씨와 함께 기소된 피고인은 검찰 앞에서는 고문과 가혹행위에 대해 말하지 않았으나 1심 법정에서 탄원서를 제출해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그러나 1심 공소유지를 맡은 김 전 총장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김 전 총장은 “전혀 기억나지 않고 (이사건이) 재심 무죄 판결을 받은 사실도 몰랐다”며 “(수사관의) 가혹행위가 있었다면 (검사인) 내가 인정 안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순용 전 총장(29대)은 1982년 ‘전민학련, 전민노련 반국가단체 조작의혹 사건’의 수사 및 1·2심 공소유지를 담당했다. 박 전 총장은 “당시 피고인들의 여러가지 혐의 가운데 (나는) 집시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만 수사했고 재심 판결 때도 집시법 위반 혐의는 그대로 인정됐다”며 “국가보안법 혐의에 대해서는 모른다. (당시 담당자인) 다른 검사에게 물어보라”고 말했다. 김경한 전 법무장관도 이 사건 1·2심 공소유지를 맡았다.

127명 중 6명 총장·장관 지내
막강 권한 비해 ‘공익대표’ 역할 못해
3건 이상 관련 11명…최대 7건
‘차풍길’ 담당 이종찬 전 서울고검장
피의자 조서 작성때 수사관 입회시켜

‘어부 임봉택씨’ 담당 김기수
1심 법정 고문 폭로뒤 적절조처 안해
“기억 안나고 재심 무죄 몰랐다”
‘전민학련·전민노련’ 담당 박순용
“보안법 혐의 소관 아니어서 모른다”

서동권 전 총장(20대)은 1976년 재일동포 강종헌의 간첩죄 혐의 형사사건에서 2심 공소유지를 담당했다. 변호사 사무실 직원을 통해 서 전 총장에게 당시 수사에 대해 물었으나 답하지 않았다. 심상명 전 법무장관은 1975년 재일교포 김우철 형제 간첩조작의혹사건에서 수사와 공소유지를 담당했다. 심 전 장관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최상엽 전 법무장관은 1974년 유신반대 성명을 낸 문인들을 간첩죄 혐의로 처벌한 ‘문인간첩단사건’에서 2심 공소유지를 맡았다. 최 전 장관은 “기억나지 않고 따라서 따로 할 말이 없다”고 직원을 통해 답했다.

3건 이상의 과거사 재심 무죄 사건에 관여한 검사가 11명으로 조사됐다. 황진호 전 검사, 장응수 전 인천지검장이 가장 많은 7건을 맡았고 성민경·김남옥 전 검사가 5건을 맡아 뒤를 이었다. 박태운 전 검사, 이사철 전 새누리당 의원, 이창우 전 서울지검장, 임휘윤 전 부산고검장, 정용식 전 검사, 최대현 전 유정회 의원 등이 3~4건의 재심 무죄 사건 원심 수사나 공소유지를 맡았다. 이 중 박 전 검사, 성 전 검사, 장 전 지검장 등 3명은 고검 소속 검사로 항소심 공소유지만 담당했고, 나머지 검사들은 더 중요한 수사나 1심 공소유지를 맡았다. 황 전 검사는 1961년 13회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해 1963년 춘천지검에서 검사 근무를 시작했다. 그가 맡은 과거사 사건은 1969년 남조선 해방 전략당 사건(수사와 1심 공소유지)부터 1983년 재일조총련 관련 최양준 간첩조작의혹 사건(2심 공소유지) 등 긴 시대에 두루 걸쳐 있었다.

과거 검사의 권한이 매우 강했기 때문에 검찰이 ‘공익의 대표자’ 구실을 못했다는 책임론이 계속 나온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과거사 재심 사건과 관련해 수사기관과 법원이 7대3 정도 책임을 나눠 진다”고 주장했다. 당시 검찰은 수사 지휘권과 기소 독점권은 물론 지금 검찰과 달리 일종의 ‘대법원 판례가 부여한 권한’도 가졌다. 1980년대 대법원 판례에 의해, 피고인이 검사 앞에서 조서를 작성한 뒤 이를 인정하면 법정에서 조서 내용과 달리 혐의를 부인하더라도 검사가 작성한 조서에 더 증거능력이 있다고 인정됐다. 피고인들은 이 판례 때문에 법정에서 가혹행위를 폭로하고 혐의를 부인하더라도 유죄 판결을 면할 수 없었다. 이 판례는 2000년대 중반에야 뒤집어졌다.

강한 권한을 가졌지만 과거사 재심 무죄 사건 담당 검사 누구도 당시 수사관의 가혹행위를 규명하지 못했다. 적지 않은 피의자들이 수사관의 협박 때문에 검사에게 가혹행위와 불법감금 사실을 밝히지 못했다. 그러나 이를 고려해도 가혹행위를 밝혀내지 못한 것이 ‘과실’인지 ‘적극적 묵인’인지 해석이 갈린다. 검사 출신 김희수 변호사는 “불법구금을 (검사가) 모를 수가 없다. 기록에 체포일자가 나오고 기록이 없어도 경찰 보고서 등을 보면 100% (불법구금 사실이) 나온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적극적 묵인’이라는 해석이다.

묵인을 넘어 가혹행위를 사실상 도운 검사도 있었다. 진실화해위 결정문을 보면, 차풍길 간첩조작의혹사건의 수사와 1심 공소유지를 맡았던 이종찬 전 서울고검장은 피의자 신문조서 작성 때 안기부 수사관을 입회시켰다. 이 전 고검장은 이후 법무부 검사적격심사위원장, 2008년 이명박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 등을 지냈다.

검찰은 법원과 달리 지금까지 과거사 재심 무죄 사건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조사를 하거나 사과 등 조처를 한 적이 없다. 김희수 변호사는 “‘왜 과거 일을 가지고 논란을 삼느냐’는 반박도 있지만 (검사에게) 민형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면 최소한 국가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못박을 필요는 있다. 검찰의 과거사 정리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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