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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담당 판검사들 이제라도 법적·정치적 책임 물어야

등록 2016-01-27 01:21수정 2016-01-27 13:41

[탐사기획] ‘조작사건’ 책임자 사전 ① 재심 무죄 75건 해부
가혹·불법행위 책임은?
(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
과거사 사건에 대한 재심 무죄 확정판결을 계기로 잘못된 수사와 재판을 담당한 이들의 책임 문제가 다시금 불거지고 있다. 직접 가혹행위를 한 사법경찰, 기소 독점권과 수사 지휘권을 갖고도 이를 바로잡지 못한 검찰, 최종 판단을 내린 법원 등이 모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법감금이나 가혹행위를 직접 저지른 수사관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도 물어야 한다는 데 법조인들의 의견이 대체로 모아진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직접수사를 통해 사건을 최초로 조작한 사법경찰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취재 대상인 75건의 과거사 사건 재심 무죄판결문 대부분엔 수사관의 불법체포, 가혹행위 등 불법행위가 사실로 인정됐다.

불법행위에는 형사처벌이 따른다. 문제는 공소시효다. 1960~80년대에 벌어진 조작간첩 사건 등은 발생한 지 수십년이 지나 불법체포 공소시효(7년) 등 수사관들이 저지른 죄의 시효가 만료된 지 오래다. 2009년 서울고법은 1980년대 ‘박동운 간첩조작 의혹 사건’의 재심을 결정하며 “수사관들이 피고인들을 불법적으로 연행·감금하고 가혹한 행위를 가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면서도 “공소시효가 지나 유죄판결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수사관 문책” 법조계 중론
공소시효 만료돼 문제
판검사 책임문제는 견해 엇갈려

국가가 구상권 행사 할수도
보수회귀 현 정부선 가능성 낮아
“국회입법 통해 포괄적 청산” 지적

이 때문에 불법을 저지른 수사관들에게 국가가 구상권을 행사해 민사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는다. 과거사 사건 피해자들은 법원에서 재심 무죄판결을 받은 뒤 이를 근거로 국가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왔다. 국가배상 판결이 내려졌을 때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우선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되, 나중에 실제 잘못을 저지른 공무원으로부터 배상액을 받아내는 절차가 구상권 청구다.

실제로 5공화국 시절 조작간첩 사건인 ‘수지 김 사건’ 피해자 유가족에 대한 국가배상 판결이 내려졌을 때, 2003년 법무부는 책임자인 장세동 전 안기부장과 당시 안기부 직원들에게 구상을 청구해 승소했다. 박종철씨 사건 국가배상 판결 때도 법무부는 고문 경찰관들에게 구상을 청구해 2000년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검사와 판사의 책임에는 견해가 갈린다. 도덕적 책임을 넘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관들의 고문·불법구금은 국가배상법상 공무원의 고의·중과실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구상권 행사를 통해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검사나 판사의 고의·중과실을 입증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사가 수사를 하면서 수사기관의 불법구금 여부를 모를 수 없고, 판사도 의지만 있었다면 법정에서 피해자들이 주장한 인권침해 사실 등을 밝혀낼 수 있었던 만큼, 이들에게 연대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무법인 덕수의 김형태 변호사도 “과거사 사건에서 검사가 피의자를 때리거나 법정에서 피고인이 고문을 받은 사실을 호소했는데도 판사가 이를 무시한 사례가 무수히 등장한다”며 “이런 경우 국가가 판검사에게도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 정부가 불법적 수사·재판 과정에 법적 책임을 물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검사 출신인 김희수 변호사는 “국가가 과오를 인정하고 관련 공무원들에게 구상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야만 예방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데, 현 정부가 구상권을 청구할 의지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법원이 국가 책임을 덜어주는 판결 성향을 보이는 점도 눈에 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1월 ‘문인 간첩단 사건’의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고문 피해자라도 민주화운동 보상금을 받으면 국가배상을 받을 수 없다”고 과거와 달리 판결했다.

이 때문에 국회가 입법을 통해 포괄적으로 과거사 청산 작업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형태 변호사는 “권력을 이용한 불법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국가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적용을 배제하는 특별법을 만들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을 제·개정해, 피해자에 대한 배·보상 문제와 가해자 책임을 포괄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며 “별도의 상설 독립기구도 만들어 과거사 청산 작업을 지속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욱 고나무 김민경 기자 dash@hani.co.kr



당시 판결문 등 확보
관련 판검사 명단 자체분석
전화·이메일로 의견 물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2005년 12월~2010년 12월31일 총 79건의 과거 공안·간첩조작 의혹 사건 판결에 대해 재심을 권고했고 이 중 올해 1월까지 75건이 재심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한겨레>는 잘못된 수사·재판을 맡았던 판검사 등 책임자들의 실체가 제대로 밝혀진 바 없다는 데 주목했다.

‘4·9통일평화재단’과 ‘서울대학교 공익인권법센터’로부터 과거사 사건 75건의 원심 판결문 224건, 진실화해위 결정문, 재심 판결문을 확보해 판검사 명단을 자체 분석했다.

근무연도 등을 대조해 본인 여부를 일일이 확인했다. 검사 127명 중 연락처가 확보된 80여명과 전직 대법관 등 주요 인물 다수를 전화나 전자우편으로 접촉해 재심 무죄판결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한겨레>는 ‘법원조직법’이 정한 합의부 재판의 취지에 따라, 재판장은 물론 2명의 배석 판사 모두 일정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실명을 보도하기로 했다. 수사관 등 사법경찰관리는 이력 추적이 안 돼, 훈포상 대상자만 추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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