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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조작·오판 불구 정계·법조 중추로…‘재심무죄’ 사실도 몰라

등록 2016-01-27 01:17수정 2016-01-27 13:40

[탐사기획] ‘조작사건’ 책임자 사전 ① 재심 무죄 75건 해부
무죄로 뒤집힌 원심 판검사 505명 분석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서 재심을 권고한 확정판결 중 재심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75건의 원심 판결문 224건을 담당한 판검사 505명(중복 제외)의 이후 이력을 분석해보니, 적지 않은 수가 고위 법관이나 검찰 고위직에 오른 사실이 드러났다.

조작간첩 사건 등을 판결한 판사 378명 가운데 사실심인 1·2심에서 판결을 담당했던 판사는 333명이다. 이들 중 107명이 이후 고법 부장 이상의 고위 법관을 지냈다. 또 법원장 임명자는 45명, 대법원장·대법관은 29명, 헌법재판소장,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된 판사는 12명이다. 대법관 신분으로 과거사 사건 3심을 맡았다가 재판 이후 대법원장에 임명된 대법관은 4명이었다.

검찰의 경우, 과거사 사건 수사·공소유지를 맡은 검사 59명은 사건 이후 안강민 전 서울지검장 등 12명이 지검장 등 검사장에 임명됐다. 김기수 전 검찰총장과 심상명 전 법무장관도 과거사 사건 담당 뒤 고위직에 올랐다. ‘강기훈 유서대필 의혹 사건’의 수사를 맡았던 강신욱 전 서울고검장은 2000년 대법관에 임명되는 등 검사 출신 전 대법관은 2명, 헌재 재판관도 1명이다.

1·2심 판사 107명 고위법관 지내
법원장 45, 대법원장·대법관 29…
강일원 헌재재판관 “기억안나”
양승태 대법원장 답변 거부

수사검사도 14명이 고위직으로
검사장 12, 총장 1명, 법무장관 1…
임내현 국민의당 의원 “죄송하다”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기억안나”

이들 중 16명이 현직 법관·국회의원·공직자로 재직 중이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서울형사지법에 재직하던 1976년 ‘재일동포 유학생 김동휘 간첩 사건’의 합의부 1심 배석판사였다. 권순일 대법관도 서울형사지법에서 근무했던 1985년 ‘이준호 가족간첩 사건’ 1심 재판부에 배석판사로 판결에 참여했다. 이준호씨 가족은 당시 1심 법정에서 간첩죄 혐의를 부인하고 가혹행위를 폭로했다. <한겨레>가 양 대법원장과 권 대법관에게 당시 재판에 대해 물었으나 답하지 않았다. 양 대법원장은 이전에 긴급조치 위반 사건 재판부에 있었던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강일원 헌재 재판관은 1985~1986년 서울형사지법 제13부에서 4건의 조작간첩 사건을 판결했다. 강 재판관이 1심 배석판사로 담당한 사건은 ‘재일동포 유학생 윤정헌 간첩조작 의혹 사건’, ‘재일동포 조일지에 대한 간첩조작 의혹 사건’, ‘구명서 간첩조작 의혹 사건’, ‘홍종열·박희자·변두갑 간첩조작 의혹 사건’이다. 재심 무죄판결문을 보면, 구명서씨는 당시 1심 재판부에 ‘고문에 못 이겨 없는 사실을 있는 것처럼 꾸며서 이야기했다’는 탄원서를 보내기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강 재판관은 <한겨레> 기자와 만나 “판결 시점으로 보아 2건은 판사 임관 뒤 한 달 만에 판결한 것으로 주심이 아니었던 것 같고 다른 2건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며 “최근 재심이 난 사실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가기밀전달 미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던 재미동포 김철씨의 원심 판결에는 성낙송 수원지법원장과 김이수 헌재 재판관이 각각 1심과 파기환송심 배석판사로 참여했다. 당시 대법원은 고문으로 조작된 김철씨의 여러 혐의 가운데 일부를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고,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1990년 대법원 파기환송 취지대로 판결내리며 징역 10년에서 7년으로 감형했다. 김철씨 사건은 재심에서 모든 혐의가 무죄로 드러났다.

김 재판관은 “사건이 기억나지 않고 재심 사실도 몰랐지만,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면 (사실을) 가려내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성 법원장은 <한겨레>에 “답변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현직 국회의원 4명도 과거 담당한 사건의 재심 무죄판결을 알지 못했다. 황우여 새누리당 의원은 ‘전민학련·전민노련 반국가단체 조작 의혹 사건’ 2심 등 2건, 여상규 새누리당 의원은 ‘석달윤 등 간첩조작 의혹 사건’ 1심 등 2건,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아람회 사건’ 1심 등 1건의 재판에 참여했다. 이에 대해 황 의원은 “잘 모르겠다. 주심, 배석, 재판장인지 따져야 한다”고 했고, 여 의원도 “판결에 대해 책임지려면 판결이 확정된 최종심 판사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이인제 최고위원에게 여러 차례 전화했지만 받지 않았다.

검사들 중에는 임내현 국민의당 의원과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눈에 띈다. 임 의원은 인천지검에 재직하던 1983~1984년 ‘납북귀환자 정영 등 간첩조작 의혹 사건’의 수사와 공소유지를 담당했다. 정영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6년간 복역했다. 임 의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본인들이 자백했고, 억울함을 호소한다거나 그런 일이 없었다. 안기부의 고문, 폭행이 있었다면 수사 과정에서 밝히지 못해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서울지검에 재직했던 1985년 ‘이준호 가족간첩 사건’을 수사했다. 이에 대해 고 이사장은 “기억나지 않아 할 말 없다”고 답했다.

김민경 고나무 김경욱 기자 salmat@hani.co.kr



당시 판결문 등 확보
관련 판검사 명단 자체분석
전화·이메일로 의견 물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2005년 12월~2010년 12월31일 총 79건의 과거 공안·간첩조작 의혹 사건 판결에 대해 재심을 권고했고 이 중 올해 1월까지 75건이 재심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한겨레>는 잘못된 수사·재판을 맡았던 판검사 등 책임자들의 실체가 제대로 밝혀진 바 없다는 데 주목했다.

‘4·9통일평화재단’과 ‘서울대학교 공익인권법센터’로부터 과거사 사건 75건의 원심 판결문 224건, 진실화해위 결정문, 재심 판결문을 확보해 판검사 명단을 자체 분석했다.

근무연도 등을 대조해 본인 여부를 일일이 확인했다. 검사 127명 중 연락처가 확보된 80여명과 전직 대법관 등 주요 인물 다수를 전화나 전자우편으로 접촉해 재심 무죄판결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한겨레>는 ‘법원조직법’이 정한 합의부 재판의 취지에 따라, 재판장은 물론 2명의 배석 판사 모두 일정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실명을 보도하기로 했다. 수사관 등 사법경찰관리는 이력 추적이 안 돼, 훈포상 대상자만 추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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