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추모분위기 거리응원 자제
분향소 시청광장 대신 삼성동 염두
축구경기마저 출근 시간대와 겹쳐
거리행사 지원 기업들도 줄어들어
분향소 시청광장 대신 삼성동 염두
축구경기마저 출근 시간대와 겹쳐
거리행사 지원 기업들도 줄어들어
2002년 월드컵 때부터 시작돼 ‘한국식 응원문화’로 자리잡은 거리응원전이 이번 월드컵에서는 크게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사고 추모 분위기 때문이다. 월드컵 경기를 홍보·마케팅 기회로 삼아온 기업들도 후원 규모를 줄이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거리응원의 상징적 공간인 서울시청 앞 광장은 쓰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는 실종자를 모두 찾을 때까지 자리를 지키게 된다. 서울시청 체육진흥과 이주영 주무관은 4일 “사고 전에는 과거 월드컵에 준해서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사고 이후 모두 변경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쪽은 “축구대표팀 응원을 주도하는 ‘붉은악마’가 합동분향소가 있는 서울광장의 대안으로 광화문광장을 제안했지만 경찰청에서 허가하지 않아 무산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경찰은 우리 대표팀의 예선전이 모두 새벽과 아침 시간에 열려, 자칫 출근시간대와 거리응원이 겹칠 경우의 교통 혼잡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도심 도로에서 진행되는 거리응원은 힘들 것으로 본다”고 했다.
월드컵 공식 후원사인 현대기아차와 거리응원을 중계하는 방송사 등도 서울광장 응원 행사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대신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처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일대에서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국민 정서를 고려할 때 시청광장에서 응원하기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삼성동 거리응원은 붉은악마와 함께할 예정”이라고 했다. 붉은악마 쪽은 거리응원 장소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다음주 초에 최종 결정을 할 것”이라고 했다.
거리응원을 지원하는 기업도 줄어들 전망이다. 새벽과 아침 시간대에 경기가 열리는데다 세월호 사고로 사회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한 스포츠브랜드 업체 담당자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 대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거리응원 행사를 후원했다. 반면 이번 월드컵은 기업들의 참여가 적어 함께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여기엔 거리응원의 마케팅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2001년부터 축구대표팀을 후원하는 케이티(KT)는 거리응원 후원 계획이 없다. 케이티 쪽은 “기업은 홍보 효과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기존 거리응원 방식이 기업에 어떤 도움이 될지 답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스포츠용품 업계 관계자는 “4년 전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한 홍보가 늘어난 것도 거리응원 후원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국제축구연맹(FIFA)은 공식후원사인 현대·기아차와 코카콜라 등 일부 기업 외에는 마케팅을 할 수 없도록 적극 제재하기로 했다. 공식후원사는 아니지만 2010년까지 거리응원 후원을 한 에스케이텔레콤(SKT) 쪽은 “피파가 ‘앰부시(매복) 마케팅’을 적극 막고 있다. 이번 월드컵은 거리응원을 포함해 후원 계획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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