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친구를 맺고, 유지하는 일은 실제 친구 사이엔 없던 고민을 낳는다.
만약 상사가 페이스북에서 친구 신청을 해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페이스북 경영진으로 일하다 디지털 미디어와 인간관계에 관해 조언해주는 회사를 차린 랜디 저커버그는 그의 책 <미묘한 인터넷>(Dot Complicated)에서 “상사와 친구 관계를 맺는 것은 해볼 만하다. 당신이 상사에게 직접 이야기하는 게 어렵다면, 상사가 당신에게 직접 말하는 것도 일상적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사회관계망 친구 맺기는 이런 장벽을 줄여줄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저커버그도 상사를 페이스북에서 ‘먼 친구’로 두는 등 공개 범위 설정을 이용해 보여주고 싶지 않은 글이 상사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설정하는 기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반면, 상하관계가 더 엄격한 한국 상황에서는 상사와 친구를 맺지 않는 편이 낫다는 견해도 있다. 지난해 <스마트폰 제발 스마트하게>라는 책을 쓴 박세헌 씨제이이앤엠(CJ E&M) 메조미디어 본부장은 “나는 상사들과 페이스북 친구 맺기를 안 하는 편이다. 사적인 페이스북까지 자기 검열을 하고 글을 올려야 한다는 게 피곤하다. 외국에서도 사회관계망에 잘못 글을 올렸다가 해고됐다는 이야기가 드물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상사나 업무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친구 요청을 피할 수 없을 땐 받아주되, ‘제2 계정’을 만들어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방법도 제안했다.
가까운 사람에겐 중요한 소식을 소셜미디어로 접하게 하기 전에 직접 알려줄 필요도 있다. 저커버그는 “내가 임신했을 때 이 소식을 빨리 페이스북에 올리고 싶었지만, 어떤 친구들은 이 소식을 페이스북으로 먼저 접했을 때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한다. 그는 친구들에게 직접 전화를 하거나 이메일과 문자를 보내 이를 알린 뒤에야 페이스북에 임신했다는 글을 올렸다.
친구 맺는 것만큼 정리하는 것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봄맞이 대청소를 하듯이 장기간 의미 있는 소통이 없던 사람과는 친구 관계를 끊는 것이다. 저커버그는 “내 자녀 사진을 보여주는 게 거북한 상대라면 친구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 단 상대가 알지 못하도록 조용히 끊어야 한다. 당신도 친구 끊기의 대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별한 연인과는 온라인에서도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 영국의 브루넬대학의 연구자들은 “이별한 사람과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실연의 아픔을 더 크게 하고 성적 욕망을 자극하며 인격 성장을 방해한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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