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크먼센터는
1995년은 미국에서 닷컴 버블이 시작되고, 훗날 거대 온라인 쇼핑몰이 되는 아마존닷컴과 이베이(eBay)가 설립된 해였다. 이듬해 찰스 네슨 하버드 법대 교수는 대학원을 갓 졸업한 조너선 지트레인과 유리창도 없는 법대 건물 지하 사무실에 버크먼센터의 모태가 되는 ‘법률과 기술 센터’를 만들었다.
1997년 잭 버크먼이라는 하버드 법대 출신 방송통신 사업가가 540만달러를 센터에 기부해, 이듬해 버크먼센터라는 이름의 비영리 연구소가 공식 출범했다. 설립자의 정신을 이어 연구 성과를 ‘모두에게 무료로’ 공개한다는 원칙에 따라 운영된다. 누리집에선 센터에서 만든 보고서를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다.
2012년엔 유명 팝가수 레이디 가가가 자신의 노래 제목을 따 청소년 ‘왕따’ 추방을 위해 설립한 ‘본 디스 웨이’(Born this way) 재단과 제휴를 맺어 벌이는 사업은 센터의 위상을 잘 보여준다. 이외에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미국 국무부 등 20개 기업과 정부 기관으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다.
버크먼센터엔 인터넷 연구에 관한 세계적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 최근 <펭귄과 리바이어던>을 펴내 각광을 받은 이타심과 협력 연구의 대가 요하이 벵클러 교수가 연구위원 겸 버크먼 석좌교수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수전 크로퍼드 전 오바마 정부 기술특보, 세계경제포럼 펠로인 조너선 지트레인 하버드 법대 교수도 이 센터의 연구위원이다. 11명의 연구위원이 모인 평의회에서 센터 전반의 사항을 결정한다. 이들 외에도 35명의 전임연구원을 포함해 140명가량의 연구자가 버크먼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다.
방대한 버크먼센터의 연구 분야와 업적을 요약하기란 쉽지 않다. 현재도 40~50여개의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다. 인터넷의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뒤쫓는 ‘인터넷 모니터’, 인터넷상에서 벌어지는 법률 문제를 상담해주는 공익 ‘사이버 법률 클리닉’, 청소년의 미디어 사용을 연구하는 ‘청소년과 미디어’ 같은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산드라 코르테시 버크먼센터 ‘청소년과 미디어’ 연구위원은 “버크먼센터는 하버드 법대 부설 연구소로 출발한 배경 덕분에 현장 조사와 법률, 정책 관련 분야에서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일반인을 교육하는 프로그램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센터는 1월부터 ‘카피라이트엑스’(CopyrightX)라는 일반인 대상 저작권 수업을 시작했다. 이 수업은 전세계에서 500명의 일반인 수강생을 모집해 스마트폰 앱과 인터넷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기말고사도 치른다.
버크먼센터는 전세계 연구소와 연계해 전지구적 차원의 연구도 진행한다. ‘학제간 인터넷과 사회 연구센터 네트워크’를 만들어 동일한 주제를 가지고 독일(훔볼트 인터넷과 사회 연구소), 인도(방갈로르 인터넷과 사회 센터), 브라질(제툴리우 바르가스 법대 기술과 사회 센터) 등과 연구를 진행한다.
보스턴/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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