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18일 미국 보스턴 하버드대 부설 인터넷과 사회 연구소(버크먼센터)에서 우르스 가서 선임연구위원이 연구소의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미 ‘버크먼센터’ 우르스 가서 연구위원
미국은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나라다. 50개 주 정부마다 고유의 정책이 있고, 사립학교가 9%가량 있는 까닭에 연방정부에서 통일된 정책을 국가 차원에서 시행하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미국의 인터넷 관련 정책과 연구는 정부가 주도하기보다 민간의 역할이 크다. 특히 인터넷 분야에선 권위 있는 민간 연구소들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한 자율적인 인터넷 생태계를 구축해가는 문화가 발달해 있다.
미국 유수의 대학들엔 인터넷 관련 연구소들이 있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미디어연구소(Media Lab), 스탠퍼드법대의 인터넷과 사회 센터(CIS), 워싱턴대의 인터넷 연구 센터 등이 대표적이다. 그중에서도 하버드대학교 부설 인터넷과 사회연구소(버크먼센터)는 단연 두드러지는 존재다.
<한겨레>는 2013년 12월18일 미국 보스턴 하버드대 안에 자리한 버크먼센터를 방문해 센터 운영 전반을 책임지는 우르스 가서 선임연구위원을 인터뷰했다. 그는 하버드법대 교수이면서, 스위스 장크트갈렌대, 중국 푸단대, 일본 게이오대 방문교수로 전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존 팰프리 필립스 아카데미 앤도버 교장과 함께 <그들이 위험하다>라는 책을 쓴 것(<한겨레> 1월9일치 9면)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디지털 기기 부작용 막는 데
더 많은 법이나 규제 필요없어
한국, 청소년 미디어 사용에 부정적
역기능보다 학습과 혁신 강조해야
인터넷 기업들은 교육자료 제공외
교사·학생·부모 대화 이끌어내야
-디지털 기기 사용의 부작용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더 많은 법과 규제를 만드는 방식은 별 효과가 없다. 교육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다. 학생들이나 학부모·교사가 디지털에 관해 더 배워나가야 한다. 요즘엔 사람들이 같이 식사를 할 때 휴대전화를 쌓아두고 먼저 전화기를 드는 사람이 음식값을 내게 하는 게임(폰스택게임)을 하기도 한다. 우스운 사례지만 사람들이 규칙을 만들어간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모두 배우는 중이다. 아이들부터 시작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다.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에겐 자신도 어디서 얼마만큼 어떤 것을 사용해야 할지 생각할 기회를 준다. 전문가인 나도 정답을 모른다. 이런 일은 가정·학교·정부·사회 모두의 많은 대화를 필요로 한다.” -한국은 인터넷중독대응센터 같은 정부 기관이 역기능에 대처한다. 미국 정부는 게임 중독이나 사이버 왕따 같은 문제를 어떤 식으로 대처하나? “사이버 왕따는 미국에서도 아주 큰 관심사다. 최근에 법이나 규제를 만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것을 넘어 어떻게 우리의 분위기와 문화를 만들어가느냐가 중요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모든 학교들은 이렇게 해야 한다’ 이렇게 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정부의 역할은 먼저 사생활 보호 같은 기본적인 법률을 만드는 것이다. 다음으로 사람들이 광대역 통신망을 구축하는 등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육시켜야 한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학교 교육 과정에 포함시키는 것 같은 역할이다. 더 많은 법이 필요하지 않다. 정부가 교육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한국의 디지털 현상에 관해 연구하고 싶은 주제가 있나? “한국의 빠른 인터넷과 많은 접속 인구는 흥미로운 사례 연구 주제다. 또한 한국이 어떻게 새로운 인터넷 현상에 대응해나갈 것인가를 연구하는 것은 매력적일 것이다.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앞서 있기에 한국에서 일어난 일을 보고 배워서 다른 나라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부모와 교사가 청소년의 미디어 사용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이 있다. 인터넷 연결이 중독 같은 부정적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하지만 기회와 위기를 균형적으로 보고 과잉 대응하지 않을 필요가 있다. 인터넷으로 성취할 수 있는 학습과 혁신을 강조해야 한다.” -정부 정책이나 입법 활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버크먼센터의 연구들이 있나? “버크먼센터의 강점은 조사 결과를 정책에 반영시키는 것이다. 정책 변화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광대역 연구보고서와 청소년과 미디어 연구 등 여러 연구가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영향을 끼쳤다.” -여러 기업의 후원을 받는데 독립성을 유지하는 장치가 있나? 후원을 받아도 기업들의 부정적인 경향에 대해서도 연구가 가능한가? “기업 후원은 연간 예산의 5~7%밖에 안 된다. 93%는 버크먼가족재단과 맥아더재단으로부터 온다. 기업 후원금도 기업들과 목적을 명시한 계약 방식이 아니고, 조건 없는 기부다. 기업의 상업적 목적과 연구 사이엔 어떤 간섭도 없기에 연구소가 독립성을 지킬 수 있다. 우리는 구글이 좋아하지 않을 연구 결과를 자주 발표하고 있다. 기업에 맞춰서 결과를 내면 우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신뢰를 잃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다. 기업과 연구소가 대화 창구를 만들어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의 연구소들이 어떤 연구를 해나가는지를 아는 것은, 연구소가 인터넷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고 움직여갈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역으로 기업도 버크먼센터에서 어떤 시각으로 자신들을 보는지 아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인터넷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데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교육 자료는 이미 많이 있다. 이제는 도움을 받는 사람 입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기업들이 관심있게 봐야 한다. 학교나 도서관이 부모들에게 자료를 나눠주고 같이 해보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부모들이 모든 자료를 찾아볼 시간이 없으니 이런 교육기관이 학부모들을 방치하지 않고 이끌어줘야 한다. 좋은 교육 자료를 주는 것만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 부모 사이의 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기업이 새롭게 도전해야 할 영역이다.” -일반인 교육과 세계 곳곳의 연구소와의 협력에도 관심을 쏟는가? “교육은 버크먼센터의 중요한 임무다. 우리는 교육 자료를 만들어 모두에게 공개하는 방식으로 기여하고 있다. ‘카피라이트엑스’(CopyrightX) 같은 온라인 강의는 오프라인 교육과 융합해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온라인 강의를 듣는 사람들이 국가와 지역별로 만나서 토론하고 그 지역의 문제를 조사하는 거다. 강조하고 싶은 두번째 역점 사업은 인터넷과 사회 연구소들 간에 국제 네트워크를 만드는 거다. 현재 9개의 세계 유명 연구소들과 시작했다. 초국가적인 인터넷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 세계의 연구기관들이 네트워크를 맺고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에서도 <한겨레> 같은 언론사와 대학이 함께 연구소를 만들어 이 네트워크에 연결되길 기대한다.” 보스턴/글·사진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더 많은 법이나 규제 필요없어
한국, 청소년 미디어 사용에 부정적
역기능보다 학습과 혁신 강조해야
인터넷 기업들은 교육자료 제공외
교사·학생·부모 대화 이끌어내야
-디지털 기기 사용의 부작용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더 많은 법과 규제를 만드는 방식은 별 효과가 없다. 교육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다. 학생들이나 학부모·교사가 디지털에 관해 더 배워나가야 한다. 요즘엔 사람들이 같이 식사를 할 때 휴대전화를 쌓아두고 먼저 전화기를 드는 사람이 음식값을 내게 하는 게임(폰스택게임)을 하기도 한다. 우스운 사례지만 사람들이 규칙을 만들어간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모두 배우는 중이다. 아이들부터 시작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다.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에겐 자신도 어디서 얼마만큼 어떤 것을 사용해야 할지 생각할 기회를 준다. 전문가인 나도 정답을 모른다. 이런 일은 가정·학교·정부·사회 모두의 많은 대화를 필요로 한다.” -한국은 인터넷중독대응센터 같은 정부 기관이 역기능에 대처한다. 미국 정부는 게임 중독이나 사이버 왕따 같은 문제를 어떤 식으로 대처하나? “사이버 왕따는 미국에서도 아주 큰 관심사다. 최근에 법이나 규제를 만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것을 넘어 어떻게 우리의 분위기와 문화를 만들어가느냐가 중요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모든 학교들은 이렇게 해야 한다’ 이렇게 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정부의 역할은 먼저 사생활 보호 같은 기본적인 법률을 만드는 것이다. 다음으로 사람들이 광대역 통신망을 구축하는 등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육시켜야 한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학교 교육 과정에 포함시키는 것 같은 역할이다. 더 많은 법이 필요하지 않다. 정부가 교육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한국의 디지털 현상에 관해 연구하고 싶은 주제가 있나? “한국의 빠른 인터넷과 많은 접속 인구는 흥미로운 사례 연구 주제다. 또한 한국이 어떻게 새로운 인터넷 현상에 대응해나갈 것인가를 연구하는 것은 매력적일 것이다.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앞서 있기에 한국에서 일어난 일을 보고 배워서 다른 나라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부모와 교사가 청소년의 미디어 사용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이 있다. 인터넷 연결이 중독 같은 부정적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하지만 기회와 위기를 균형적으로 보고 과잉 대응하지 않을 필요가 있다. 인터넷으로 성취할 수 있는 학습과 혁신을 강조해야 한다.” -정부 정책이나 입법 활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버크먼센터의 연구들이 있나? “버크먼센터의 강점은 조사 결과를 정책에 반영시키는 것이다. 정책 변화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광대역 연구보고서와 청소년과 미디어 연구 등 여러 연구가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영향을 끼쳤다.” -여러 기업의 후원을 받는데 독립성을 유지하는 장치가 있나? 후원을 받아도 기업들의 부정적인 경향에 대해서도 연구가 가능한가? “기업 후원은 연간 예산의 5~7%밖에 안 된다. 93%는 버크먼가족재단과 맥아더재단으로부터 온다. 기업 후원금도 기업들과 목적을 명시한 계약 방식이 아니고, 조건 없는 기부다. 기업의 상업적 목적과 연구 사이엔 어떤 간섭도 없기에 연구소가 독립성을 지킬 수 있다. 우리는 구글이 좋아하지 않을 연구 결과를 자주 발표하고 있다. 기업에 맞춰서 결과를 내면 우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신뢰를 잃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다. 기업과 연구소가 대화 창구를 만들어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의 연구소들이 어떤 연구를 해나가는지를 아는 것은, 연구소가 인터넷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고 움직여갈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역으로 기업도 버크먼센터에서 어떤 시각으로 자신들을 보는지 아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인터넷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데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교육 자료는 이미 많이 있다. 이제는 도움을 받는 사람 입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기업들이 관심있게 봐야 한다. 학교나 도서관이 부모들에게 자료를 나눠주고 같이 해보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부모들이 모든 자료를 찾아볼 시간이 없으니 이런 교육기관이 학부모들을 방치하지 않고 이끌어줘야 한다. 좋은 교육 자료를 주는 것만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 부모 사이의 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기업이 새롭게 도전해야 할 영역이다.” -일반인 교육과 세계 곳곳의 연구소와의 협력에도 관심을 쏟는가? “교육은 버크먼센터의 중요한 임무다. 우리는 교육 자료를 만들어 모두에게 공개하는 방식으로 기여하고 있다. ‘카피라이트엑스’(CopyrightX) 같은 온라인 강의는 오프라인 교육과 융합해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온라인 강의를 듣는 사람들이 국가와 지역별로 만나서 토론하고 그 지역의 문제를 조사하는 거다. 강조하고 싶은 두번째 역점 사업은 인터넷과 사회 연구소들 간에 국제 네트워크를 만드는 거다. 현재 9개의 세계 유명 연구소들과 시작했다. 초국가적인 인터넷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 세계의 연구기관들이 네트워크를 맺고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에서도 <한겨레> 같은 언론사와 대학이 함께 연구소를 만들어 이 네트워크에 연결되길 기대한다.” 보스턴/글·사진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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