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스브레인이 학생의 좌우뇌 불균형을 진단하는 장면이라며 누리집에 게재한 사진.
정확한 의학적 정의 없는데도
1시간 6~7만원짜리 ‘두뇌 운동’ 등
의료·교육업체들 발빠른 마케팅
공포 재생산하는 분위기도 원인
‘정상 범위 일탈’과 ‘중독’ 구분돼야
1시간 6~7만원짜리 ‘두뇌 운동’ 등
의료·교육업체들 발빠른 마케팅
공포 재생산하는 분위기도 원인
‘정상 범위 일탈’과 ‘중독’ 구분돼야
자녀들의 스마트폰 과다사용으로 인한 부모들의 우려가 높아지면서 발빠르게 ‘불안산업’이 고개를 들고 있다.
‘뇌균형 운동 센터’를 내세운 밸런스브레인이라는 업체는 최근 사업 규모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변한의원이 2007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설립한 밸런스브레인은 현재 전국 14곳에 센터를 두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발달지연 등을 유발한다”며 운동과 신체 자극을 통해 좌우 균형이 깨진 뇌를 바로잡아 장애를 고치는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3000명의 학부모를 끌어모았다고 소개한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대치센터 앞에서 관찰한 결과 1시간에 10여명의 학부모가 유치원부터 초등학생 자녀들을 데리고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센터 이용 비용은 적지 않다. 하루 1시간 운동치료를 받는 데 6만~7만원이다. 한달에 20회, 석달짜리 상품의 경우 300만원이다. 센터 앞에서 만난 한 30대 학부모는 “아이를 1년가량 보내고 있는데 운동을 시키기 때문에 증상이 호전되는 면은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 때문에 내 아이에게 장애가 생겼다고 단언하는 건 좀 과하게 겁을 주는 것 같다. 스마트폰을 많이 써도 괜찮은 아이도 많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 업체는 ‘국가 공인’을 받은 것처럼 과장 광고를 하고 있다. 누리집에 “국가 공인의 자격 등록에 의한 두뇌운동 전문 지도자”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조회한 결과, 이 업체에서 정부에 등록한 두뇌운동 전문지도자 자격증은 공인 자격증이 아니었다. 누구나 쉽게 등록하는 ‘비공인 민간자격증’은 현재 6680건에 이르지만, ‘국가 공인 민간자격증’은 국가자격증 수준의 발급체계를 갖춰야 해 현재 93건밖에 공인을 받지 못했다. 개발원 관계자는 “비공인 민간자격증 소지자를 국가 공인 자격증 소지자라고 광고하면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변기원(한의사) 밸런스브레인 대표이사는 “국가 공인이라는 말은 국가에서 사단법인 허가를 내줬다는 뜻이다. 지금은 국가 공인 자격증으로 허가를 받기 위해 추진하는 중”이라고 해명했다. 밸런스브레인만이 아니라, “유대인 전통 대화식 교육으로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을 구제할 수 있다”고 광고하는 교육업체 등 자녀들의 스마트폰 중독을 걱정하는 부모들의 불안심리를 이용한 사업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논란이 되고 있는 ‘게임중독법’(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정신의학계의 바람을 반영한 법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법안은 게임을 마약·알코올·도박과 함께 중독 유발 물질로 규정하고 정부가 관리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중독정신의학회는 지난해 11월 회원들에게 안내문을 보내 “중독관리법을 통해 중독과 관련된 예방·연구·치료·교육 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게임규제개혁공대위 위원)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전국적으로 게임중독치료센터가 만들어지는 등 정신과 의사들에게 큰 이익이 된다. 정신의학계는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차원에서 이 법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스마트폰과 관련해 과도한 불안을 조장하고 이를 돈벌이 기회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생겨나는 것은 사회 일각에서 디지털 기술에 대한 교육보다 공포를 확대재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진행하는 디지털 교육 관련 사업은 대부분 디지털 기술을 부정적으로 보는 통제 위주(<한겨레> 1월9일치 8면)다. 서울시 아이윌센터처럼 “스마트폰은 마약”이라며 부작용을 부각시키는 ‘인터넷 중독 예방 교육’은 올해부터 만 3살 이상 유아와 초중고생 모두 1년에 1차례씩 교육을 받도록 법제화됐다. 각 교육청에서 활용중인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기술적으로 통제하는 앱 ‘아이 스마트 키퍼’도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정부와 학부모단체 등이 디지털 기기의 부작용을 과장하기보다 긍정적 활용과 함께 부모와 학교의 대화와 관심을 촉진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마트폰 중독은 아직 의학적으로 명확히 정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청소년기에 스마트폰을 과다사용하는 것은 일상생활에 장애가 오는 ‘중독’이 아닌, 정상적 범위의 일탈로서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황용석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교수는 “정부부터 인터넷과 스마트폰 중독 현상을 실제보다 부풀리고 있기 때문에 과학적 근거가 없는 대안의료 사업까지 나타나 학부모들을 기만하고 있다. 대부분 청소년들은 회복 탄력성이 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과다사용하더라도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온다. 병리적으로 중독 현상을 보이는 소수 학생은 제대로 치료해주고, 일반 학생들에겐 건강한 인터넷과 스마트폰 이용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밸런스브레인이 학생의 좌우뇌 불균형을 진단하는 장면이라며 누리집에 게재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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