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낮 서울시청 인근 횡단보도에서 한 시민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길을 건너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2014 기획] 당신의 디지털, 안녕하신가요
걸으면서 음악 듣고 문자·게임 하면
경적 소리에 반응하는 인지 거리
보통에 비해 절반 아래로 떨어져
미국선 보행중 사용 때 벌금 물기도
늦은 밤 알림도 잠자리 건강 위협
걸으면서 음악 듣고 문자·게임 하면
경적 소리에 반응하는 인지 거리
보통에 비해 절반 아래로 떨어져
미국선 보행중 사용 때 벌금 물기도
늦은 밤 알림도 잠자리 건강 위협
#1. 직장인 김선준(가명·34)씨는 지난해 가을 출근길의 아찔한 경험이 지금도 생생하다. 차를 몰고 경기도 양평역 앞을 지나던 중, 스마트폰의 ‘카톡’ 알림음에 여자친구의 메시지를 잠깐 확인하던 찰나 자동차가 인도 쪽으로 쏠린 것이었다. 급정거를 했지만 차의 오른쪽 모퉁이가 이미 갓돌(차도와 인도 사이의 경계가 되는 돌)을 타고 넘어간 뒤였다. 서행하던 중이어서 큰 사고는 피했지만, 인도로 돌진한 차량에 행인들은 깜짝 놀라 질린 표정이었다. 김씨는 “이후 운전중 스마트폰 사용을 안 하기로 굳게 결심했지만, 순간적으로 울리는 알림음에는 무의식적으로 반응하곤 한다”고 말했다.
#2. 황재준(가명·35)씨는 지난달 여러 차례 저질렀던 실수를 또 반복했다. 퇴근길 지하철에 몸을 실은 황씨는 여느 때처럼 스마트폰으로 웹툰에 빠져들었다. 서울 종로3가역에서 환승을 위해 걷던 중에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다가 코앞까지 다가온 맞은편 인기척에 급히 몸을 틀었다. 마주 오던 사람과 정면으로 부딪칠 뻔했던 것이다. 황씨는 “놀라 상대를 보니 역시 스마트폰을 보고 있더라”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이 우리 몸에 끼치는 영향은 과다사용으로 인한 신체 곳곳의 새로운 질환, 운동 부족에 따른 근육량 감퇴와 비만뿐이 아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무절제한 사용은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주의력을 떨어뜨려 크고 작은 안전사고로 이어지게 만드는 주된 요인이 된다.
특히 위험한 게 김씨처럼 운전중에 문자 등을 확인하는 스마트폰 사용 습관이다. 자칫하면 대형 참사의 원인이 된다. 2012년 5월1일 25t 트럭이 훈련중이던 상주시청 여자 사이클 선수단을 덮쳐 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친 사고가 대표적이다. 사고 운전자가 운전중 디지털멀티미디어(DMB) 방송을 보던 게 화근이었다. 삼성교통문화안전연구소 조사를 보면 운전중 휴대폰 사용은 음주운전보다 위험하다. 실험 결과, 혈중 알코올 농도 0.1%로 운전할 때 운전자의 전방 주시율은 72.0%였는데, 운전중 휴대폰 디엠비를 시청하는 경우 전방 주시율은 60.6%에 불과해 더 낮았다. 지난해 3월 한국도로공사가 밝힌 최근 1년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 원인을 보면 전방주시 태만이 18%로 졸음운전(30%)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 ‘운전중’ 못지않게 위험한 ‘보행중 사용’ 위험성이 비교적 널리 알려진 운전자의 스마트폰 사용에 비해, 걸으면서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위험성에는 이용자들이 둔감하기 쉽다. 강북삼성병원의 신헌규 정형외과 교수는 “스마트폰을 쓰고 걸으면서 주변 사람과 상황을 인지하는 능력히 현저히 떨어져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보행중 스마트폰 사용 역시 치명적 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다. 횡단보도는 보행자와 차량의 충돌사고가 가장 잦은 곳으로, 전체 차 대 사람 사고의 38.9%를 차지한다. 교통안전공단이 최근 3년 동안 서울·경기 지역에서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횡단보도 10곳에서 보행자들의 행태를 조사한 결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피시 등을 보면서 건너는 경우가 4.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행과 잡담을 하면서 건너는 경우(13.2%) 다음으로 많이 나타나는 주의 부족 원인이다. 휴대폰 통화(2.4%)보다도 많은데, 이는 스마트폰 이후 새로 생겨난 위험이다. 2012년 기준 차 대 사람 사고 치사율(3.94%)은 차 대 차 사고 치사율(1.32%)보다 훨씬 높다.
특히 스마트폰의 급격한 보급으로 관련 사고는 빠르게 늘고 있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가 2009~2012년 이 회사의 차 대 사람 사고 77만여건을 분석한 결과, 전체 사고는 1.1배 증가한 반면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사고는 1.9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스마트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다섯 가운데 한 명(21.7%)은 사고 날 뻔한 경험이 있었다고 답했다.
연구소의 이수일 박사는 “자동차 경적 소리에 반응하는 인지거리 실험 결과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경우 보통에 비해 38%로 짧아지고, 문자·게임을 하는 경우도 절반으로 짧아졌다”고 말했다. 보행중 사고가 심각해지자 외국에서는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 벌금을 부과하는 법(미국 뉴저지주 등)이나, 걸을 때 스마트폰이 자동으로 차단되는 기능(일본 통신사업자 NTT도코모)을 내놓기도 했다.
■ 수시로 울리는 알림, 잠자리 사용도 건강 위협 스마트폰 사용자 다수가 늘 겪는 일이라는 점에서 생활 변화로 인한 건강 위협은 광범위하다. 손에 들고 눕거나 앉아 있는 시간이 늘면서 물리적 운동량도 예전에 비해 줄기 마련이다. 특히 휴대가 편리해 잠자리에서도 스마트 기기를 쓰는 이들이 많은데, 수면 부족은 비만과 관련이 깊다. 잠이 줄면 식욕과 관계되는 그렐린이나 렙틴과 같은 체내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생기는데 이는 과식 위험을 높인다.
전자기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도 아직 인체에 대한 위험성이 검증되지 않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암연구기구(IARC)의 권고를 바탕으로 휴대폰에서 발생하는 전자기장을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아 장기간(10년 이상) 인체에 나타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현재 진행중이다. 또 음식점·사무실 같은 다중이용시설부터 개인공간인 화장실·침실까지 늘 들고 다니면서 얼굴에 갖다대는 스마트폰은 세균의 온상이다. 겨울철 유행성 독감 등을 옮기는 매개체로 기능하기도 한다. 종종 천에 알코올을 묻혀 화면을 닦는 소독 습관도 필요하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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