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기획] 당신의 디지털, 안녕하신가요
디지털 관계, 이럴 때 이렇게
‘우리 집은 밥상에서 애들이 스마트폰만 들여다봐 대화가 없어요.’ ‘명절에 가족들이 모였는데 각자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네요.’ 스마트폰이 보급된 이후 가족과 연인의 풍경이 달라졌다.
■ 데이트할 때 스마트폰은? 랜디 저커버그는 마크 저커버그의 누나로 페이스북에서 5년 넘게 요직을 맡아오다 회사를 나와 소셜 미디어 환경에서 관계와 소통의 왜곡에 대한 대안을 찾고 있다. 그는 ‘미묘한 인터넷’(Dot Complicated)이란 누리집을 운영하며 같은 이름의 책을 써서, 소셜 미디어의 관계가 현실의 관계를 훼방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이별한 뒤에 과거 연인이나 배우자의 페이스북을 찾아가서 들여다보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고 경고한다. 그는 “당신이 어떤 순간을 나눠야 할 사람은 바로 곁에 있는 사람뿐일 때가 있다. 침실에서 디지털 기기를 치우고, 저녁 식탁에 마주한 소중한 사람에 집중하라”고 말했다.
2012년 영국 에식스대학 앤드루 프르지빌스키 교수는, 처음 만나는 남녀 사이에서는 상대의 전화기가 눈에 띄는 것만으로도 친밀도 형성에 장애가 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처음 만나 대화하는 상황에서 각각 탁자에 수첩을 놓은 집단과 휴대전화기를 올려놓은 집단간 대화 뒤 상대에게 느낀 관계와 친밀함을 비교하는 연구였다. 상대의 휴대전화가 눈에 띄는 것으로도 관계의 친밀함 정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 우리 가족 카톡방 스마트폰은 적절하게 통제하면서 잘 사용하면 가정이나 친척 간의 소통을 활성화하는 도구가 된다. 스마트폰 메신저는 자주 만나지 않는 가족이나 친척들 간의 대화를 쉽게 해주는 강점이 있다. 지난해 <스마트폰 제발 스마트하게>라는 책을 쓴 박세헌 씨제이이앤엠(CJ E&M) 메조미디어 본부장은 가족끼리 모인 ‘페이스북’ 그룹을 만들었다. 박 본부장의 아버지는 페이스북 그룹에 올라오는 조카의 유치원 발표회 영상이나 사진을 보고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단다. 대화방에서 가족 모임을 계획하고, 유머 영상을 올리기도 한다. 카카오톡으론 대화방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박 본부장은 “스마트폰으로 대화하기 시작한 뒤 예전보다 가족이 더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 친밀한 관계용 ‘설정’ 스마트폰 시대에 연인, 가족 사이의 친밀도를 강화하려면 기계적·인간적 차원의 ‘설정’이 필요하다. 연인과 만날 때 스마트폰을 꺼두자는 결심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방해받지 않고 싶은 데이트나 만남에 앞서, 스마트폰의 ‘설정’을 ‘방해금지·차단’이나 ‘비행중’ 모드로 바꿔놓으면 유용하다. 특정인을 지정해두거나 3분 안에 다시 전화가 걸려올 경우 벨이 울리도록 설정할 수도 있다. 전화기를 꺼두지 않으려면 적어도 카톡, 이메일, 문자메시지 등 가능한 모든 알림을 비활성화하거나 무음상태로 설정해놓아야 효과가 있다. 가정에서 밤 10시 이후로는 스마트폰을 ‘잠재우자’는 약속을 만들어 부모부터 실천하는 것도 방법이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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