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기획] 당신의 디지털, 안녕하신가요
⑤ 가족·연인, 달라지는 친밀함
⑤ 가족·연인, 달라지는 친밀함
“남자친구가 페북 자주 확인
대화에 집중 안해 서운해” 페북 친구서 연인으로 발전
앱 통해 ‘사랑의 기록’ 쌓았지만
카톡 확인 안했다고 말다툼
페북 ‘연애중’ 표시 안해 삐걱
스마트폰 갈등의 불씨 되기도 스마트폰은 사랑을 이어줄 때도 있지만 갈등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카카오톡 알림 숫자 ‘1’은 그중 하나다. 카카오톡엔 메시지를 보내면 상대방이 읽기 전까지는 읽음 알림 숫자가 남아 있는 기능이 있다. 한 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임종훈(가명·24·남)씨는 밤에 여자친구와 카톡으로 대화를 했다. 여자친구가 카톡을 읽었는데도 답이 없어 임씨는 한참 기다렸다. 30분 정도 기다리다 ‘내 카톡을 무시하나’ 하는 생각에 기분이 나빴고, 다음날 말다툼을 했다. 여자친구는 카톡을 하다가 잠들어 읽은 것처럼 알림 숫자가 사라졌을 뿐 실제는 읽지 못했다고 설명해 오해를 풀었다. 페이스북의 ‘연애중’ 표시도 연인 사이에 다툼의 빌미를 제공한다. 지난해 11월 여자친구를 만난 회사원 김현승(가명·30·남)씨는 사귄 지 1년이 넘었지만 페이스북에서 교제 상태를 ‘연애중’으로 설정하지 않았다. 여자친구는 이를 문제삼았고 다툼으로 이어졌다. 여자친구는 “다른 사람한테 연애하는 걸 알리지 않는 건 나랑 헤어질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며 캐물었다. 김씨는 “페이스북 친구 중엔 실제로 가깝지 않은 사람도 많은데 그들한테까지 나의 사생활을 알리고 싶진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 여자친구는 “오해만 쌓일 바에야 차라리 페이스북 ‘친구’를 하지 말자”고 해, 친구 관계를 끊었다. 스마트폰으로 다른 사람을 만날 기회가 쉬워지고 많아진 것도 연인들을 불안하게 한다. 회사원 김승균(가명·29·남)씨는 지난해 8월께 스마트폰에 ‘정오의 데이트’라는 앱을 깔았다. 매일 낮 12시가 되면 새로운 이성을 사진과 함께 소개해주는 앱이다. 서로 관심이 있음을 나타내면 대화도 시작할 수 있다. 하루는 여자친구가 김씨의 핸드폰을 보다가 이 앱을 깐 것을 알게 됐다. 김씨는 “호기심 반, 재미 반으로 앱을 깔았다”고 해명했다. 여자친구는 김씨가 앱을 깔기만 하고 다른 사람과 대화한 흔적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앱을 지우게 했다. 스마트폰은 이별을 할 때도 전에 없던 씁쓸한 뒷맛을 남기기도 한다. 직장인 이유진(가명·24·여)씨는 전 남자친구와 사귀면서 커플용 앱인 ‘비트윈’을 썼다. 이 앱은 연인끼리만 대화하고, 날짜별로 사진을 앨범으로 만들고, 기념일을 챙겨준다. 두 사람은 7개월가량 연애를 하며 많은 사진과 대화를 이 앱에 쌓았다가 최근 헤어졌다. 이씨는 이별 뒤에도 이 앱을 바로 지우지 못하고 2개월가량 남겨뒀다. 이씨는 “결국 그 앱과 그 안의 데이터를 지울 땐 왠지 모를 허탈감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은 새로 사귄 남친과 다시 이 앱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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