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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뛰놀며 몸과 마음 큰다는데, 스마트폰 놀이터만 북적북적

등록 2014-01-01 22:42수정 2014-01-02 16:02

수업을 마친 어린이들이 지난달 13일 서울 전농동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손에 꼭 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이야기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수업을 마친 어린이들이 지난달 13일 서울 전농동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손에 꼭 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이야기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2014 기획]
부족한 놀이시간
틈만 나면 게임·SNS 삼매경
생기 잃고 창의성 줄어들어

“부모가 놀이 즐거움 알려주면
폰 있어도 중독 피할수 있어”
“스마트폰이 없을 땐 친구들과 축구를 많이 했어요. 밖에 못 나갈 땐 보드게임을 하거나 얘기하면서 놀고 베개 싸움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친구들과 모이면 무조건 스마트폰 게임을 해요.”

스마트폰이 생긴 뒤 초등학생 재훈(13·가명)이의 노는 방법이 달라졌다. 남학생은 게임, 여학생은 카카오스토리와 카카오톡이 놀이의 대세다. 재훈이는 “밖에 나가도 축구나 야구를 함께 할 친구들이 없다”며 “친구들과 함께 놀기 위해서는 온라인게임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창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놀아야 할 초등학생들이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느라 집 밖에서 뛰어놀지 않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부모들이 고무줄 놀이, 숨바꼭질, 딱지치기, 술래잡기, 구슬치기를 하며 친구들과 함께 놀았다면, 이제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친구 삼아 놀고 있다. 친구들이 동네 놀이터 아닌 소셜네트워크와 온라인게임에 모두 모여 있으니 친구를 만나려면 스마트폰으로 접속을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초등학생들은 스마트폰이 아니라도 지나친 사교육과 선행 학습으로 이미 놀이 시간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 2009년 발표한 ‘아동·청소년 생활패턴 국제 비교분석 보고서’를 보면 한국 초등학생들의 취미·여가 시간(2008년 기준)은 하루 평균 29분에 불과하다. 반면 학원·과외 등 사교육 시간은 2.06시간, 개인 학습시간이 1.15시간이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학습 시간은 지나치게 길고, 수면 시간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놀이전문가 권오진 아빠학교 교장은 아이들이 노는 시간이 부족하면 생기를 잃고 창의성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다. 그는 “아이들은 공을 차면서 자신감이나 도전 정신을 키운다. 넓은 공간을 뛰어다니며 자유로움을 느낀다. 이 모든 게 창의성의 원천”이라며 “사교육과 선행학습, 스마트폰이 아이들의 놀 권리를 빼앗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놀이의 즐거움에 흠뻑 빠지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권 교장은 “아빠들이 나서서 일상 생활에서 아이와 몸을 써서 놀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온 몸의 근육을 움직이며 놀아본 아이들은 가만히 앉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 보면 온 몸이 근질근질해지는 것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아빠가 아이와 놀기 위해서 특별한 기술을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신문지 격파 놀이, 가위·바위·보 해서 소원 들어주기, 거실에서 씨름하기와 같은 신체 놀이는 초등학교 저학년들이 좋아한다. 초등학교 고학년은 무엇을 하고 놀지 아이에게 물어보고 그것에 동참하면 된다. 권 교장은 “아빠가 퇴근하기 전 ‘오늘은 뭐하고 놀까’ 하고 아이에게 전화해서 물어보라. 아빠와의 친밀한 관계를 쌓은 아이들은 스마트폰의 즐거움보다 관계에서 오는 즐거움을 알게 된다. 그런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쥐어줘도 중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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