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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스마트폰 보는 자주 보는 3살 이하 아이, 뇌에 ‘깁스’ 두른 꼴

등록 2013-12-31 22:11수정 2014-01-02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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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도 미디어 영향 놓고
“재앙”-“과민” 진단 엇갈리지만
‘영유아 땐 악영향’엔 한목소리

뇌 성장 위해 다양한 자극 필요한
영유아기에 디지털 영향 계속 땐
의사소통·사회성 발달 해칠 우려
디지털 미디어가 어린이와 청소년의 뇌와 정신에 미치는 영향은 세계적으로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크게 엇갈리는 논쟁적 주제다. 경계론을 펼치는 쪽에서는 즉흥적이고 이기적인 ‘인터넷 세대’가 성인으로 자라나면 예상치 못한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대쪽에선 이는 디지털이 낯선 어른들의 과민반응이며, 다중수행작업(멀티태스킹)에 능란하고 협력적 사고방식을 지닌 신인류가 등장했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만 3살 미만의 영유아에게 디지털 미디어를 자주 노출시키는 것이 아이의 두뇌 발달에 좋지 않을 가능성은 찬반 양쪽 모두 대체로 동의하는 지점이다.

우리의 마음과 지능을 구성하는 뇌의 신경망은 외부 자극에 의해 끊임없이 바뀐다. 이를 ‘신경가소성’이라 말한다. 신경가소성의 기본적인 원칙은 ‘쓰면 발달하고 그러지 않으면 잃는다’(use it or lose it)는 것이다. 인간의 뇌를 구성하는 회로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는 행동과 받는 자극에 따라 끊임없이 변한다는 게 다양한 연구 결과로 뒷받침되고 있다. 영국 런던대학(UCL)의 엘리너 매과이어 박사는 런던 시내의 복잡한 도로를 누비는 택시 운전사의 뇌를 조사한 결과 기억과 연관되는 ‘해마’라는 부위의 크기가 일반인보다 더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경험과 학습에 따라 회로가 변화하고 나아가 특정 부위의 물리적 부피도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다.

그런데 영유아 시기는 발달 과정상 어느 때보다 이런 신경회로가 활발하게 만들어지는 시기다. 김붕년 서울대 의대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성인기에 비해 아동기의 뇌 신경가소성이 훨씬 강하고 유연하다. 이때 어떤 자극이 부족하면 나중에는 회복할 기회를 영영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결정적 성장의 시기에 특정 자극에만 강하게 노출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말이다. 이홍석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는 “영유아 시기는 (뇌신경의) 연결고리들 가운데 자신이 사용하지 않는 고리들을 제거하는 ‘가지치기’ 작업이 활발하게 일어난다”고 말했다.

문제는 디지털 미디어가 이 시기에 편중된 자극의 경험을 아이에게 유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한덕현 중앙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36개월 미만 영유아에게 디지털 미디어는 해로울 수 있다. 다양한 자극이 필요한 시기인데 한 가지 자극만 과도하게 주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스마트폰을 비롯해 컴퓨터 모니터, 텔레비전(TV) 등 스크린 미디어는 아이들의 흥미를 쉽게 끄는 요소를 갖추고 있다. 빠르게 전환하는 화면과 그에 따르는 소리, 그리고 손가락 터치(접촉)를 통해 쉽게 동작하는 방식 등이 그러하다.

디지털 미디어가 영유아에게 미칠 영향의 위험은 우선 보는 방식 자체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대개 아이는 화면을 볼 때 가만히 앉아서 눈을 화면에 고정시킨다. 이런 방식은 매우 부자연스럽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김영훈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장(소아청소년과)은 “우리는 일반적으로 무엇을 볼 때 눈 근육들을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사물을 세밀히 관찰하게 된다. 그런데 디지털 화면은 두 눈을 한 지점에 고정시켜 눈 근육이 움직이지 않게 된다. 이는 몸 전체의 근육으로 전달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눈과 근육 등에서 전달되는 다양한 감각들이 뇌로 들어오면서 얻게 되는 감각의 통합적인 수용을 막게 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이를 “마치 몸 전체가 깁스로 고정된 모습과도 같다”고 빗대어 설명했다. 동시에 화면 앞에 앉아 오래 움직이지 않다 보면 무기력증 등으로 인해 의지 발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내용은 어린아이가 받아들이기에 부담되거나 자극적일 수 있다. 화면의 정보들은 아이의 수용 능력을 넘어선 경우가 많은데, 이때 아이는 조각들만 받아들이게 되고 보는 화면과 듣는 말들 사이에서 연관성을 끄집어내기 힘들다. 김 원장은 “이에 뇌는 단편적이고 연상적인 사고 처리를 위해서만 활성화되며 이는 아직 발달중인 뇌의 미세신경회로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비현실적이거나 폭력적인 장면은 아이의 정서에 해를 끼친다.

유아기의 디지털 미디어 사용이 향후 아이가 자라면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 인지·정서적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는 지적도 있다. 둘 사이의 관계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서로 상승효과를 불러올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됐다. 미국 시애틀의 ‘어린이병원과 지역의료센터’는 2009년 2살 이전에 아이가 하루 한 시간씩 텔레비전을 볼 때마다, 7살 때 주의력 장애를 보일 확률이 10%씩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김영훈 원장은 “돌 이전부터 하루 2시간 이상씩 디지털 자극에 노출된 아이들은 점점 중독이 되고, 의사소통 및 사회성 발달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방적인 디지털 자극 습득이 쌍방향의 의사소통 시간을 빼앗으면서 언어 발달에 장애를 가져오거나 사회성 학습의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디지털 미디어 접촉이 무조건 해롭다는 식의 일방적인 접근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한덕현 교수는 “디지털뿐만 아니라 어떤 행동도 과하면 자라나는 아이에게 좋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단백질이 필요하다고 비타민·탄수화물 없이 단백질만 먹여선 안 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특정 활동이 아니라 ‘편식’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붕년 교수는 “스마트폰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풍부한 콘텐츠를 담고 있다. 문제는 편중되고 왜곡된 활용”이라고 말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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