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되면서 엄마들끼리 대화를 나누는 동안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여주는 사례가 빈번하다. 아이들이 돌아다녀서 다칠 염려가 없고 조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영유아에게는 되도록 스마트폰을 보여주지 않는 것이 좋으며, 보여주더라도 하루 15~20분 이내로 부모와 함께 보는 것이 낫다고 조언한다. 사진은 28일 서울 문래동의 한 카페에서 엄마들이 얘기를 나누는 사이 아이들이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고 있는 모습이다. 이 모습은 부모의 동의를 얻어 재현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2014 기획] 당신의 디지털, 안녕하신가요
① 아이에게 건넨 위험한 장난감
① 아이에게 건넨 위험한 장난감
떼쓸 때마다 쥐여준 스마트폰에…2살배기 ‘중독의 늪’ 늘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에 영유아들이 부모와 함께 노출되면서 보육의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겨났다. 스마트폰을 ‘마법의 보육도우미’로 쓸 것인가 말 것인가. “순간순간 항상 유혹을 느껴요. 아이에게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바쁘고 급한 상황에서 아이를 어딘가에 집중시켜야 할 때 항상 스마트폰을 사용할까 하는 유혹을 느끼죠.” 13개월 남아를 키우는 양아무개(33·서울 강남구)씨의 얘기다. 양육자의 보살핌을 많이 필요로 하는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스마트폰은 마법의 강력한 기능의 육아도우미다. 스마트폰에서 소리가 들리고 자극적인 영상이 보이면 울던 아이도 금세 울음을 멈추고 조용해진다. 그사이 부모는 빨리 집안일을 처리할 수도 있고, 잠시 화장실도 다녀올 수 있다. 자동차나 기차, 버스, 비행기 등에서도 아이들은 계속 움직이고 싶어하는데, 부모들은 스마트폰으로 아이들을 조용하게 만들고 가만히 있도록 만든다. 힘들고 지루하고 통제 불가능한 육아 상황이 스마트폰 하나면 뚝딱 해결되는 것이다. 최근 5년간 스마트폰 보급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스마트폰이 영유아의 삶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우리나라의 가구당 스마트폰 비율은 2012년 기준 63.7%로 전년도의 31.3%에서 1년 동안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스마트폰 노출 연령도 갈수록 하향화돼, 스마트폰 사용을 시작하는 평균 연령이 2.27살로 조사됐다. 부모가 바쁠 때, 아이 달랠 때
효과 만점인 ‘마법의 육아도우미’
“아이에게 좋지 않단 걸 알면서도
순간순간 유혹 느껴요” 최초사용 평균연령 2.3살로 ‘뚝’
자극적 영상이 젖먹이들 현혹
안주면 짜증 작동 안되면 ‘쾅쾅’
“중독 영유아들 공격 성향 심각” 반응이 즉각적인 스마트폰은 인터넷·텔레비전과 마찬가지로 영유아에게 오랜 시간 노출되면 폐해가 심각하다. 많은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에 너무 이른 나이에 노출되면 영유아의 뇌 발달이 저해되고 성장과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부모들은 스마트폰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보다는 다양한 이유를 들어 ‘스마트폰 육아’에 나서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12월15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의 한 키즈카페 안, 추운 날씨 때문에 실내놀이터를 찾은 부모와 아이들로 북적거렸다. 아이들이 노는 공간과 앉아서 음식을 먹는 식탁이 놓인 공간으로 구성된 이 놀이터에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부모와 아이들은 쉽게 목격됐다. 30개가 넘는 식탁 가운데 다섯곳 정도에서만 서로 대화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나머지 식탁의 어른들은 모두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었다. 일부 아이들은 뛰어놀고 와서 쉬거나 부모와 대화를 하기보다, 부모의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거나 유아용 게임을 했다. 소라(가명·4살)와 민준이(가명·6살)도 나란히 앉아 태블릿과 스마트폰으로 한글 따라쓰기와 그림 그리기를 하고 있었다. 아버지 소아무개(37·서울 영등포구)씨는 “1시간 반 정도 놀다 아이들이 지쳐 보여 교육용 앱을 틀어줬다. 게임이나 동영상은 못 하게 한다. 나이에 맞는 유아용 프로그램만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부모들은 대부분 교육적 목적으로 스마트폰을 보여주는 것은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강했다. 5살 아이와 6개월 신생아를 키우는 명아무개(32·서울 성북구)씨는 아예 ‘스마트폰 육아’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경우다. 청소를 하거나 식사 준비를 할 때, 차 타고 이동할 때, 아이에게 밥을 먹일 때 명씨는 스마트폰으로 아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보여준다. 명씨는 “다른 아이들도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는데 우리 아이만 안 보여주면 오히려 더 스마트폰을 보고 싶어할 것이다. 전자파가 걱정되지만 지나친 억제보다는 적절하게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명씨는 또 아이가 먼저 요구해서 보여주는 것보다는 자신의 필요에 의해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혼자서 두 아이를 보살펴야 하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스마트폰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서 한 여성이 아기에게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주고 있다. 김정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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