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온도가 영하 10도까지 떨어진 한파 속에서도 주최쪽 추산 1만5000명(경찰 추산 2000명)이 참여한 ‘국정원 시국회의’ 주최 ‘안녕 대자보 촛불집회’가 21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렸다. 직접 대자보를 써서 단상에 올라 정부를 규탄하는 참석자들의 연설을 촛불을 손에 든 시민들이 듣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지금껏 대학 등에 600여개 걸려
1228개 걸고 12월28일 한자리에
‘안녕들’ 나아갈 방향 토론키로
1228개 걸고 12월28일 한자리에
‘안녕들’ 나아갈 방향 토론키로
▷ 화보 더보기 : 응답하라! ‘안녕’ 대자보
‘내가 만드는 응답하라 1228’ 행사가 열린다.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이 전국 곳곳에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1228개를 붙인 뒤 12월28일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다.
최근까지 전국 대학과 고등학교 등에는 600여개의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걸려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28일 행사에선 철도노조 파업과 경찰의 강경 대응 등 현 시국은 물론 앞으로 ‘안녕들 하십니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토론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행사 시간과 장소에 대해선 시민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
원래 대자보 1228건의 인증샷을 모으자는 ‘응답하라 1228’ 캠페인은 처음 고려대에 대자보를 붙인 주현우(27·경영학과)씨와 함께 ‘안녕들 하십니까’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는 강태경(25·철학과)씨 등이 제안한 것이었다.
이들은 지난 21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안녕들 하십니까? 1221 대자보 번개’ 모임에서 이 캠페인의 구체적인 의미를 설명하고,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로 발전시키자고 제안했다. 288개 시민사회단체로 꾸려진 ‘국정원 시국회의’와 민주노총이 함께 마련한 이날 행사에는 시민 500여명과 전국철도노조 결의대회를 마친 철도노조원 3000여명(경찰 추산 1500여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스톱(STOP) 민영화, 힘내라 철도파업’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는 이들이 많았다.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지지의 뜻 외에도 다양한 이야기들이 터져나왔다. 성공회대 권현수(21·사회과학부)씨는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우리 사회의 부조리함에 분노가 일어 이 자리에 섰다. 안녕들 하지 못한 이 만남들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실질적인 대안으로 이어질 수 있게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고려대에 다니는 최하영(23·한국사학과)씨는 “인권이 교문 앞에서 멈춰서 안녕하지 못하다”며 고등학교의 대자보 금지를 지시한 교육부를 성토했다. 그는 “학생이 학업에 열중해야 하기에 정치참여를 막는다면 직장인은 일을 해야 해서 정치참여를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정치는 정치인만 할 수 있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자들의 안녕을 위해 시민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제안도 잇따랐다. 인천공항공사의 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정과 임금차별을 철폐하라”고 요구했다. 삼성전자서비스에서 일하는 정찬희(33)씨는 “최저생계비도 안 되는 급여를 주면서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회사 때문에 안녕하지 못하다. 세계 1등 기업의 이면에서는 여름 성수기에 단 하루의 휴가도 얻지 못한 노동자가 과로로 목숨을 잃고, 회사에 근로기준법을 지키라고 외친 노동자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승헌 김경욱 기자 abc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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