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환경지회 조합원입니다. 브이아이피(VIP)가 공항에 오면 숨어있으라고 합니다. 우리가 더러워서인가요? 쓰레기 치우니까 우리도 더럽나요? 서비스 평가 때는 점수를 잘 받아야 한다고 화장실에서 나오지도 못하게 합니다. 화장실 안에서 빵으로 식사를 때웁니다. 왕복 3시간, 인천 시내에서 공항으로 출근해 주 6일 일해 받는 돈은 교통비랑 식대까지 130만원. 그래도 우리 가족 생계에 보태려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오늘로 벌써 파업 13일째입니다. 은박지 하나 깔고, 집에서 가져온 이불 덮고, 새벽이면 추워서 벌떡벌떡 눈이 뜨이는 곳에서 농성중입니다. 저도 비정규직이지만 공항에 비정규직이 90%나 되는지는 몰랐네요. 신입이나 13년차나 똑같은 임금이니 근속수당 좀 달라고, 우리 노동조합 좀 괴롭히지 말라고, 일이 너무 힘드니 교대제도 좀 바꾸고 정규직은 40만원 받는 교통비 우리는 18만원인데 3만원 더 올려달라고 나왔습니다.
공항 안에서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7보1배도 했습니다. 7보1배를 하며 일하던 공간을 지날 때는 눈물이 다 났습니다. 내가 일하던 자리에 대체인력이 일하고 있었어요. 다리가 불편한 조합원도 같이 절을 하고, 파업하는 사람들, 야근 끝내고 온 사람들, 아가씨들, 총각들, 나이든 사람들까지. 20대부터 60대까지 모두 모여 공항바닥에 엎드려 절하는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서 눈물이 났습니다. 다리가 후들거려도 악에 바쳐 더 큰 소리로 ‘비정규직 철폐’를 외쳤습니다. 우리는 안녕하지 못해 나왔습니다. 가진 것 배운 것 없다고 무시하기에 이렇게 나왔습니다. 처음엔 비정규직이 뭔지도 몰랐어요. 내 나이 50이 넘어서야 노동조합이란 걸 해봅니다. 민중가요도 ‘임을 위한 행진곡’하고 ‘파업가’ 밖에 몰라도, 우린 신나게 집회에 나옵니다.
안녕하지 못한 우리 비정규직들, 요즘 젊은 사람들 너무 고생하는데 꼭 힘내세요. 마지막으로 우리야 나이먹어 임금 못 받는 거 괜찮지만, 젊은 우리 설비조합원들, 애기들도 때어 놓고 집회에 나온 탑승교 애기 엄마들, 청년들 보면 마음이 너무 아파요. 얼마 전에는 철도 집회도 갔습니다. 철도 조합원들도 힘내세요. 마지막으로 외쳐봅니다. 인천공항 투쟁 승리하자! 비정규직 철폐하자!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환경지회 한 조합원
<한겨레>는 이 시대 ‘안녕하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를 싣는 ‘대자보판’을 지면에 마련했습니다. 사연을 전자우편(ruok@hani.co.kr)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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