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이슈 담은 학교내 벽보, 면학 분위기 해칠 우려”
중·고교에 전달…“학생들의 표현의 자유 막나” 비판
중·고교에 전달…“학생들의 표현의 자유 막나” 비판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자는 내용의 이른바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고등학교로까지 확산되자 교육 당국이 이를 금지하라는 식의 내용이 담긴 공문을 일선 학교에 보낸 것으로 확인돼 비판이 집중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18일 ‘학년말 학교 면학 분위기 유지를 위한 생활지도 협조’라는 제목의 공문을 전국의 시·도교육청에 발송한 것으로 20일 드러났다. 이 공문을 받은 시·도교육청은 시·도 안의 중·고교에 같은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냈다.
서울시교육청이 최근 일선 학교에 보낸 공문에는 “최근 일부 학교에서 학생들이 사회적 이슈와 관련된 내용을 학교 내에서 벽보 등을 통해 주장함으로써 학년말 학교 면학 분위기를 해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각 중·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편안하고 안정된 학교 분위기 속에서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더 큰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생활지도에 만전을 기해주시기 바란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공문 내용에는 직접적으로 “대자보를 금지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지는 않지만, 이 공문을 받은 일선 학교장들은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일선 학교들의 분위기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에서 붙이는 대자보가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 조성에 피해를 줄 우려가 있다는 얘기가 나와서 생활지도를 철저히 해달라는 의미로 보낸 것이다. 사회적 논란의 여파가 학교 안으로 들어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하병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교육부가 이런 방식으로 학생들의 대자보를 금지한다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막는 것과 같다. 민주시민 교육을 목표로 하는 학교가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도록 오히려 교육부가 나서는 셈이다. 정권에 충성하려다 보니까 무리수를 두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일 고려대 주현우(27)씨가 붙인 ‘안녕들 하십니까’란 제목의 대자보에서 시작된 대자보 붙이기 열풍은 대학가는 물론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며 사회 현상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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