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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12월 19일] 안녕들 하십니까?

등록 2013-12-18 22:13수정 2013-12-24 09:40

▷ 화보 더보기 : 응답하라! ‘안녕’ 대자보

남들 다 하는 거 따라하는 걸 오그라들어 하는 24살 동국대학교 사회학과 학생입니다. 그러나 저도 ‘이거’는 좀 따라해보고 싶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여러분 덕분에 안녕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 역시 저 덕분에 안녕하셨습니다. 세상이 언제부터인가 숭악하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안녕해야만 했습니다. 우리는 이 와중에도 토익책이 대형서점 판매 1위를 놓치지 않도록 만들었습니다. 홍대와 강남, 신촌의 불이 꺼지지 않도록 도왔습니다.

모든 선거에서 이 시대를 참 ‘안녕’하게 사는 사람들에게 승리를 안겨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 사회가 참 안녕하였다면서 앞으로도 안녕하도록 만들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2013년 겨울 어느날 한 대학생의 글이 우리 스스로 다시 한번 묻도록 만들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우리는 신문과 시사보다 연예와 가십에 열광했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보다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채우려 참 바삐 살아왔습니다. 정치인들과 재벌들의 참으로 소설스러운 이야기보다 한 언론의 말 같지도 않은 파파라치 짓에 열광했습니다. 국가 예산이 어디로 빠져서, 왜 우리에게 돌아오는 몫은 홀쭉해졌는지보다, 여성 연예인의 시구 몸매에 열광했습니다. 우리가 언젠가 될 확률이 높은 비정규직 문제보다는 나의 토익점수가 걸린 문제에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사회의 모든 모순과 위선과 부조리를 “잘못이기는 한데, 어쩔 수 없잖아”라며 안녕해왔습니다.

취직은 참 안 됩니다. 등록금도 참 안 됩니다. 내 지갑도 참 안 됩니다. 그래서 ‘나’라도 살아야 했습니다. ‘우리’가 위기인데, ‘나’는 안녕해야 했습니다. 우리 모두가 참 ‘안녕’했습니다. 이제는 ‘안녕’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여러분들을 보며 안녕할 수 있도록 최면을 걸었습니다. 여러분 역시 수많은 ‘나’들을 보며 안녕하셨을겁니다. 그렇게 ‘우리’는 안녕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안녕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 그동안 참 안녕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안녕하지 못하겠습니다. 우리 이제는 ‘안녕’하지 맙시다. ‘안녕’에 안녕을 고합시다.

이제는 ‘안녕’ 못한 동국대 사회학과 강성준


 <한겨레>는 이 시대 ‘안녕하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를 싣는 ‘대자보판’을 지면에 마련했습니다. 사연을 전자우편(ruok@hani.co.kr)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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