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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KBS 기자도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동참

등록 2013-12-18 21:19수정 2013-12-24 09:40

이경호 기자, 모교에 “부끄러운 선배여서 저도 안녕치 못합니다”
<한국방송>(KBS) 기자가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대열에 동참했다.

이경호 한국방송 기자는 18일 오후 고려대 정경대 후문 부근에 ‘부끄러운 선배여서 저도 안녕치 못합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인 이 기자는 이 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공영방송의 공정하지 못한 보도가 ‘안녕하지 못한’ 사회에 책임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공영방송 기자가 언론 현실에 대한 부끄러움을 밝힌 것이라 눈길을 끈다.

이 기자는 “부끄러운 언론인 선배여서 안녕하지 못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사실과 정의를 전달하는 것이 기자라고 배웠고 미력하나마 한국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고자 했기 때문에 방송 기자의 길을 선택했다”는 그는 “그러나 제가 일하는 일터인 공영방송이 오히려 진실을 외면하고 사실을 축소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펜과 마이크를 들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공영방송은 매일 저녁 무척이나 ‘안녕한’ 뉴스만 내보내고 있고 심지어 일부 언론은 사회의 목탁이 아닌 독이 된 지 오래라서, 후배님들이 철 지난 대자보를 다시 꺼내 진실을 전달할 수밖에 없는 서글픈 현실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 기자는 “안녕하지 못하게 싸우겠습니다, 투쟁하겠습니다”라며 “앞으로는 절대 언론인 길을 걷는 후배들이 부끄럽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은 절대 안녕하지 못하지만 그래서 더욱 안녕하도록 싸우겠다”는 다짐으로 글을 맺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다음은 이경호 기자의 ‘대자보’ 전문이다

부끄러운 언론인 선배여서 안녕하지 못합니다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이 말밖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방송기자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역사의 현장에 서 있고자 언론인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사실과 정의를 전달하는 것이 기자라고 배웠고, 그렇게 모범 답안에 충실하고자 했습니다. 미력하나마 한국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 펜과 마이크를 들 수 없습니다. 제가 일하는 일터인 공영방송이 오히려 진실을 외면하고 사실을 축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학생들이 “안녕들하십니까” 물으며 절대 ‘안녕치 못한’ 현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수천 명의 철도 노동자들이 직위해제를 당하면서까지 파업으로 철도 사영화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밀양의 할매 할배들은 목숨을 걸고 고압송전탑 건설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수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지난 대선에서 벌어진 국가기관의 선거 부정을 규탄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공영방송은 매일 저녁 무척이나 ‘안녕한’ 뉴스만 내보내고 있습니다.

심지어 일부 언론은 사회의 목탁이 아닌 독이 된 지 오래입니다. 오히려 권력의 무기가 되어 약자를 공격하는 수단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후배님들이 철 지난 대자보를 다시 꺼내 진실을 전달할 수밖에 없는 서글픈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곳이 제 일터인 언론 현장이어서, 제 동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그곳으로 펜과 마이크를 잡고 있어서, 그래서 저는 안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안녕하지 못해도 싸우겠습니다. 투쟁하겠습니다. 언론이 밉고 싫지만 바꿔야 하기 때문에, 역사는 때로 후퇴할지언정 결코 후진하지 않았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싸우는 사람이 있어야 희망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절대 언론인 길을 걷는 후배들이 부끄럽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은 절대 안녕하지 못하지만, 그래서 더욱 안녕하도록 싸우겠습니다.

2013년 12월18일

고대 국어교육과 89학번 이경호(전국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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