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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안녕 못한’ 대자보…학생들은 붙이고 학교는 떼어버리고

등록 2013-12-18 19:56수정 2013-12-24 09:41

민달팽이 유니온, 청년유니온, 연세대 총학생회, 반값등록금국민본부, 참여연대 청년행동단 등 소속 청년들이 18일 오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후문과 외벽에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붙이고 있다. 이 대자보는 10분 만에 경찰들이 둘러싼 가운데 청사 경비직원이 뜯어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민달팽이 유니온, 청년유니온, 연세대 총학생회, 반값등록금국민본부, 참여연대 청년행동단 등 소속 청년들이 18일 오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후문과 외벽에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붙이고 있다. 이 대자보는 10분 만에 경찰들이 둘러싼 가운데 청사 경비직원이 뜯어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안녕들 하십니까’ 신드롬 오프라인으로 빠르게 확산
▷ 화보 더보기 : 응답하라! ‘안녕’ 대자보

SNS에서 집회·기자회견까지
‘안녕들…’ 바람 오프라인에 번져
정부청사·국회에도 대자보 등장
주부·KBS 기자도 동참

서울·광주 등 고교에 잇단 대자보
학교쪽서 철거·학생에 “엄벌” 경고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의 주인공들이 18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을 찾았다. 처음으로 대자보를 붙인 고려대 학생 주현우(27·경영학)씨와 두번째 대자보를 썼던 강태경(25·철학)씨의 손에는 또다른 대자보 한 장이 들려 있었다.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이 ‘안녕들 하십니까’에 화답하며 붙인 대자보에 다시 응답하는 이 대자보는 같은 학교 강훈구(23·정치외교학)씨가 썼다.

‘안녕들 하십니까’ 바람이 온·오프라인에서 연대하며 확산하는 중이다. 대자보를 붙이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공유되는가 하면, 집회와 기자회견도 열리고 있다.

■ 연대하는 ‘안녕들’ 강훈구씨는 “자신의 안녕을 말하는 것이 불순한 일이라면, 이제 한없이 불순해지겠다”고 적었다. 대자보에는 “누군가는 우리를 불순한 외부세력이라고 부르지만 철도가 민영화되면 안녕할 수 없는, 직원들이 무더기로 직위해제되어 안녕할 수 없었던 우리는, 우리가 안녕하기 위해 서울역으로 나갔던 진짜 내부세력이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날 정부서울청사 후문에도 대자보 3장이 붙었고, 경찰과 경비직원이 10분 만에 모두 떼어냈다. 민달팽이 유니온, 청년유니온, 연세대 총학생회 소속 청년 10여명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한솔 연세대 총학생회장은 대자보에서 “밀양 송전탑 반대를 외치는 사람들, 철도 민영화 반대 파업과 목소리조차 내기 힘든 소수자를 지지하고 응원한다. 같이 살아가는 대안들을 찾아나가고 싶다”고 썼다.

이날 오전 제주시 연동 한라병원 앞 버스정류소 게시판에는 ‘연동 아줌마’라는 이의 대자보가 붙었다. 그는 “그저 세금 꼬박꼬박 잘 내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저도 이제 안녕하지 못하다. 내가 행복한 나라,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 국민이 행복한 나라, 모두가 안녕한 나라. 그런 나라에서 정말 안녕히 잘 살고 싶다”고 적었다.

■ “부끄럽다, 다시 뛰겠다” 민주당 의원들도 ‘안녕들 하십니까’에 동참했다. 원혜영 의원은 17일 국회 의원회관 8층 게시판에 “개인의 안녕만을 추구하는 것의 의미를 다시 따져보는 물음 앞에 지금의 현실에 이르기까지 온 힘을 다해 막지 못한 것을 반성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저부터 다시 뛰겠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였다.

유은혜 의원도 의원회관 사무실 앞에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묻는 아들·딸들에게’란 제목의 대자보를 붙였다. 유 의원은 “사회 곳곳에서 안녕하지 못하다는 신음과 절규가 터져나오는 건 돌이켜보면 우리의 책임이 크다”고 자성했다.

<한국방송>(KBS) 기자도 나섰다. 고려대 출신의 이경호 기자(전국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는 이날 고려대 정경대 후문 부근에 ‘부끄러운 선배여서 저도 안녕치 못합니다’라는 대자보를 붙여 “공영방송은 매일 저녁 무척이나 ‘안녕한’ 뉴스만 내보내고 심지어 일부 언론은 사회의 목탁이 아닌 독이 된 지 오래”라고 썼다.

■ 학생은 붙이고 학교는 뜯어내고 전국 곳곳의 고등학교에선 학생이 대자보를 붙이고 학교는 떼어버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겨레> 취재 결과, 서울 서초구 동덕여고에선 17일 한 학생이 철도 파업을 지지하는 대자보를 붙였지만, 등교시간 전인 아침 7시께 철거됐다. 학교는 오전 11시께 “대자보를 붙이면 엄벌에 처한다”는 경고방송도 했다. 이 학교에는 18일 오전 또다른 대자보가 붙었고 곧바로 제거됐다. 여기에는 “자유로운 의견 표현과 교류는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적혀 있었다.

노원구 혜성여고엔 경찰까지 출동했다. 이 학교 윤영식 교장은 대자보가 나붙자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들이 찾아왔지만 적용할 혐의가 없어 수사에는 나서지 않았다. 서대전여고에선 15일, 광주 풍암고에선 16일 대자보를 학교가 떼는 일이 빚어졌다.

송호균 박승헌 조혜정 최원형 기자, 제주/허호준 기자 ukno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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