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 의심 아들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조오영 전 청와대 행정관(왼쪽 사진)과 조이제 서울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오른쪽 사진)이 17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각각 들어서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조 행정관, 팩스 요청은 시인
법원, 조오영·조이제 영장 기각
검찰 ‘윗선’ 수사 난항 빠져
법원, 조오영·조이제 영장 기각
검찰 ‘윗선’ 수사 난항 빠져
채동욱(54) 전 검찰총장의 혼외 의심 아들 개인정보 불법유출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은 조오영(54) 청와대 행정관이 조이제(53)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에게 직접 사람을 보내 채아무개군의 신상정보를 전달했다고 보고 이 사람의 신원을 조사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또 조 행정관으로부터 “조 국장에게 ‘가족관계등록부를 팩스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이런 사실은 조 행정관과 조 국장이 문자메시지로 채군 관련 정보를 주고받았다는 청와대 자체조사 결과와 크게 엇갈려 이 사건을 둘러싼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17일 법원은 검찰이 조 행정관과 조 국장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개인정보보호법 및 가족관계등록법 위반 혐의)을 기각했다. 두 피의자의 진술에 의존해왔던 검찰 수사가 팩스 기록 등을 통한 증거물 확보에 더 치중할 수밖에 없게 됐다.
■ 서초구청 방문한 제3자는 누구? 이날 검찰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조 행정관은 “조 국장에게 팩스 번호를 가르쳐주고 가족관계등록부를 보내달라고 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채군의 가족을 확인할 수 있는 가족관계등록부 자체를 입수하려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조 행정관이 조 국장에게 가족관계등록부가 아닌 단순 개인정보 확인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적다고 보고 있다. 조 행정관이 청와대 방문신청용 본인인증시스템을 이용하면 특정인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의 일치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조 행정관의 지시를 받은 제3자가 서초구청을 직접 방문해 조 국장에게 채군의 개인정보를 전달하고 수신용 팩스 번호를 알려준 뒤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를 팩스로 받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중이다.
그러나 조 국장은 검찰 조사에서 “채군의 정보가 정확한지 확인해달라는 요청을 문자로 받았다. 사전에 채군의 개인정보를 받거나, 가족관계등록부를 팩스로 보낸 적이 없다”며 조 행정관의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청와대도 자체조사 결과 조 행정관이 조 국장에게 문자메시지로 채군의 개인정보 확인을 요청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 정보 잘못 입력 뒤 8초 만에 다시 조회 조 국장의 진술대로라면 사건의 배후인물이 미리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를 입수하고도 조 행정관과 조 국장을 ‘꼬리’로 만들어 잘라버리기 위해 이런 상황을 꾸몄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6월11일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 열람은 김아무개(57) 서초구청 오케이민원센터팀장이 2차례 시도했다. 최초 열람 시도는 오후 2시47분22초에 이뤄졌다. 첫 열람 시도에서는 주민등록번호가 틀려 조회에 실패했으나 8초 만에 재시도가 이뤄져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 열람에 성공했다. 조 국장이 조 행정관과 문자를 주고받은 오후 4시51분~5시47분보다 2~3시간 앞서 열람이 이뤄진 것이다. 특히 8초 간격으로 조회가 이뤄진 것으로 보아 애초 제대로 된 채군의 주민등록번호가 김 팀장에게 전해졌으나 단순 오타로 인해 최초 열람이 실패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는 “조 행정관이 문자로 보내준 채군의 주민등록번호가 틀려 다시 문자를 보내 제대로 된 주민등록번호를 받았다”는 조 국장의 진술과 어긋난다.
■ 진척 없는 ‘윗선 수사’ 가장 큰 문제는 조 행정관의 진술이 계속 바뀌고, 관계자들의 진술과 배치되는 증거가 드러나면서 검찰 수사가 ‘윗선’을 향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청와대 조사 과정에서 조 행정관이 ‘윗선’으로 지목한 안전행정부 김아무개(49) 국장은 이미 혐의를 벗었다. 조 행정관은 검찰 조사에서 ‘윗선’으로 김씨가 아닌 제3자를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조 행정관의 진술은 이미 신뢰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갔다.
검찰은 윗선뿐 아니라 조 행정관의 지시를 받아 채군의 개인정보와 팩스 번호를 조 국장에게 전달한 연락책이 누구인지도 밝혀야 한다. 이 연락책이 구체적으로 어떤 지시를 받고 두 사람 사이를 연결했는지 밝혀내지 못하면 수사는 윗선에 닿기도 전에 미궁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장영수)가 조 행정관과 조 국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이처럼 진술이 서로 엇갈리고 주장의 근거도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엄상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들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뒤 “현재까지의 범죄혐의 소명 정도 등에 비춰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수사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검찰은 제3의 관련자들을 밝히기 위한 물증 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검찰은 지난 9일 서초구청에서 제출받은 ‘6월1~15일 방문자 기록’, ‘6월11~15일 팩스 송수신 기록’ 등을 검토하고 있다.
정환봉 서영지 이정연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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