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안행부 김 국장에게 떠넘겨
비상식적 결론 내고 ‘대질 신문’ 막아
열쇠 쥔 조 행정관 추가 소환 조사
직속 상관 이재만 등 배후 의심돼
비상식적 결론 내고 ‘대질 신문’ 막아
열쇠 쥔 조 행정관 추가 소환 조사
직속 상관 이재만 등 배후 의심돼
채동욱(54) 전 검찰총장의 혼외 의심 아들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청와대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이후 사건은 진실게임 양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은 조이제(53) 서울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이 채 전 총장 혼외 아들로 의심받는 채아무개군의 가족관계등록부를 6월11일 조회했고, 그 배경에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소속 조오영(54) 행정관의 요청이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 행정관의 ‘윗선’이나 ‘배후’ 찾기는 아직까지 미궁에 빠진 모양새다.
청와대 조오영 행정관이 서초구청 조이제 국장에게 채군의 개인정보 조회를 요청한 사실이 밝혀진 뒤, 채 전 총장 혼외 아들 의혹의 진원지는 청와대로 지목됐다. 조 행정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직속 부하 직원이다. 이 비서관과 조 행정관은 상당히 친밀한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2일 <한겨레>가 이 사실을 보도하자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가 이틀 뒤인 4일 “조 행정관이 안전행정부 공무원의 부탁을 받고 한 것이다. 청와대와는 관계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내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지목을 받은 김아무개(49) 안전행정부 국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김 국장이 조 행정관의 부인과 같은 고향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잘 알고 지낸 것은 맞지만 채군의 신상정보를 부탁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김 국장은 “6월11일 당일 조 행정관에게 문자메시지를 두 차례 보내고 전화통화를 한 차례 했지만 주말 부부동반 모임에 관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해명했다. 더구나 주민등록등본 등 개인정보를 직접 관리하는 안행부의 간부 공무원인 김 국장이 채군의 개인정보를 청와대에 확인하려 한 것도 비상식적이라는 반론이 나온다.
김 국장은 이런 사실을 청와대 조사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밝혔지만, 청와대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통화 내역을 근거로 김 국장이 개인정보 유출에 개입했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당시 김 국장은 조 행정관과 대질을 원했지만 청와대 쪽이 허락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서둘러 김 국장을 지목한 이유는 통화와 문자메시지 내용이 복원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조 행정관과 김 국장의 진술이 엇갈리면 윗선이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을 공산이 크다.
청와대는 김 국장이 박근혜 정부 들어 사실상 청와대에서 나갔다며 이명박 정부 쪽 인사라는 사실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김 국장이 포항에서 고등학교를 나왔다는 이유로 ‘영포라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청와대가 김 국장을 지목한 것 자체가 전 정권 관련자들의 소행으로 몰아가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인다.
하지만 김 국장은 경북 영천시 부시장을 지낸 뒤 안행부로 옮겨왔고,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 소속돼 있었다. 채 전 총장 ‘찍어내기’를 주도했다는 의심을 받는 곽상도 전 민정수석과 근무 시기가 1~2개월가량 겹친다. 김 국장은 “영포라인 모임에 발도 들여본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사건의 열쇠를 쥔 핵심 인물은 여전히 조오영 행정관이다. 그의 직속 상관인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그와 서울시에서 함께 근무했던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등도 여전히 ‘배후’라는 의심이 해소되지 않는 상태다.
검찰은 청와대 발표가 나온 다음날인 5일 김 국장의 사무실과 집을 압수수색하고 앞서 서초구청 조 국장도 압수수색했지만, 의혹의 핵심 인물인 조 행정관의 사무실이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 행정관은 청와대 자체 감찰조사를 받은 3일 휴대전화를 검찰에 임의 제출했고, 4일과 6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8일 조 행정관을 추가로 소환조사했지만, 조사 내용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다.
또 <조선일보>의 혼외 아들 의혹 보도가 나온 하루 뒤인 9월7일 청와대의 연락을 받고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를 빨리 발급하라고 독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임아무개(53) 서초구청 과장은 검찰 수사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된 상태다. 임 과장은 서울중앙지검에 파견을 나가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중희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함께 근무한 경력이 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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