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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누군가의 요청으로 알아봤으나 누군지는 말할 수 없다”

등록 2013-11-27 21:10수정 2013-11-28 08:49

국가정보원
국가정보원
‘원세훈 측근’ 서초구 국장, ‘채동욱 정보’ 불법 유출 시인
‘국정원 배후설’ 속속 드러나…검찰 구속영장 청구 방침
채동욱(54) 전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로 지목된 채아무개군의 가족관계등록부를 불법 조회한 의혹을 받는 조아무개(53) 서울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이 국가정보원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채 전 총장의 사퇴를 압박한 혼외 아들 논란에 국정원이나 원세훈(62) 전 국가정보원장이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더 커지게 됐다.

27일 국정원·검찰 등의 말을 종합하면, 조 국장은 원 전 원장이 국정원장으로 부임한 직후인 2009년 3월부터 9월 말까지 국정원 부속실에서 일한 뒤 행정안전부로 복귀했다가 2010년 1월부터 서초구청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앞서 조 국장은 원 전 원장과 함께 서울시에 근무하다 2008년 원 전 원장이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 장관으로 임명되자 행정비서관으로 발탁돼 행안부에서 일했다.

조 국장을 비롯해 지금까지 검찰 수사를 통해 개인정보 유출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난 서울 서초구청 관련자들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인맥’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진익철 서초구청장 역시 원 전 원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으며,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임아무개 감사담당관은 ‘진 구청장 라인’으로 통한다는 게 구청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검찰은 조 국장이 지난 6월 중순께 누군가로부터 채군의 주민등록번호를 넘겨받은 뒤 민원서류 발급을 총괄하는 ‘오케이(OK)민원센터’ 김아무개 팀장에게 조회하도록 하고 여기서 얻은 개인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조 국장이 채군의 개인정보를 열람할 개인적 동기가 전혀 없는 만큼, 국정원 등 다른 국가기관과의 연관성에 주목하고 있다.

조 국장은 이와 관련해 <한겨레> 기자에게 “누군가의 요청으로 김 팀장에게 알아보라고 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사람이 누군지는 말할 수 없다. 그 사람이 정치권에 있는지 아닌지도 나는 모른다. 분명한 건 국정원이나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연락한 적이 없었고 외부의 요청은 이쪽과 확실히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 국장은 또 “(채군에 대해) 조회를 했는데 주민등록번호가 틀려 두세차례 다시 통화를 한 기억이 난다. 그러나 전화기도 검찰에 압수돼 통화내역을 확인하기도 힘들다. 정확히 무엇을 알아봐 달라고 한 건지 지금은 말할 수 없고 검찰에서 얘기하겠다. 당시 열람한 채군이 채 전 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과 관련된 인물인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검찰은 채군의 개인정보를 열람한 시기를 전후해 조 국장의 휴대전화 통화기록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압수물과 휴대전화 통화내역 분석을 마치는 대로 조 국장을 불러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국장이 채군의 개인정보를 무단 열람한 시점이 6월 중순이라는 점도 국정원의 개입 의혹을 증폭시킨다. 국정원의 대선 여론조작 및 정치개입 사건과 관련해 채 전 총장은 지난 5월 말부터 10여일 동안 법무부와 마찰을 빚다 결국 원 전 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고 검찰은 6월14일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압수수색과 자료 협조 문제를 놓고 국정원과 잦은 충돌을 빚기도 했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국정원이 눈 밖에 난 채 전 총장의 사생활을 몰래 캐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또 검찰은 지난 9월6일 <조선일보>가 채 전 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을 보도한 다음날 청와대 관계자가 서초구청에 찾아와 가족관계등록부 확인을 요청했다는 오케이민원센터 김 팀장의 진술을 확보하고 경위를 파악중이다. 검찰은 정부기관에서 채군 등의 개인정보를 입수한 사실이 드러나면 적법한 절차를 거쳤는지, 해당 정보가 어떤 용도로 활용됐는지 등도 규명할 예정이다.

한편 국정원 관계자는 “조 국장은 국정원장 부속실에 짧은 시간 근무했다. 국정원 직원이 조 국장에게 가족관계등록부 조회를 부탁했을 리 없다”고 말했다.

김정필 정환봉 서영지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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