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의 감찰 착수에 불복하며 사의를 표명한 채동욱 검찰총장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진상조사 발표 “청와대에 사표수리 건의”
“혼외자 있다고 판단 내린 것은 아니다”
“혼외자 있다고 판단 내린 것은 아니다”
법무부가 27일 “채동욱(54)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 절차를 진행한 결과 의혹이 사실이라고 의심하기에 충분한 진술 등을 확보했다”며 “청와대에 채 총장의 사표 수리를 건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무부의 조사 결과는 주변 진술과 정황을 종합한 수준인데다 법무부 스스로도 ‘혼외자가 있다고 판단을 내린 건 아니다’라고 밝혀, 진상규명이란 취지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발표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상철 법무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5시께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기자실을 찾아 “(채 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이 사실이라고 의심하기에 충분한 정도의 진술이나 자료가 확보됐다. 진상조사 내용과 검찰의 조속한 정상화 필요성, 채 총장이 진상규명에 협조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현재 시점에서 사표를 수리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해 사표 수리를 (청와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채 총장이 임아무개 여인이 경영한 부산의 카페와 서울의 레스토랑 등에 상당 기간 자주 출입했고 △2010년 임씨가 부인을 칭하며 당시 고검장이었던 채 총장의 사무실을 방문하여 대면을 요청하였다가 거절당하자 부속실 직원들에게 ‘피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꼭 전화하게 해달라’고 말하는 등 관계를 의심하게 하는 언동을 했으며 △임씨가 의혹이 최초로 보도되기 직전인 지난 6일 새벽 여행용 가방을 꾸려 급히 집을 나가 잠적한 것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임씨가 채 총장 집무실을 찾아갔다’는 것만 새로운 정황일 뿐 나머지는 이미 알려진 사실들이어서, 법무부의 발표 내용이 일부 언론의 의혹제기와 같은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부장검사는 “임씨와 혼외관계를 맺고 있었다면 사무실에 찾아와 소란을 피울 정도로 놔두지 않고 오히려 관리하지 않았겠느냐. 법무부가 제시한 근거만으로는 의혹이 사실이라고 단정하기 미흡하다. 전형적인 흠집내기식 발표다”라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추가 근거가 있느냐’는 질문에 “여러 참고인의 진술을 확보했다. 언론에 보도된 것 이외의 내용도 있는데 구체적인 건 말씀 못 드린다. 이를 통해 부적절한 처신이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진술과 정황자료가 확보됐다. 그동안 채 총장이 밝혀 온 내용과 다른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 대변인은 ‘혼외자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판단을 내린 건 아니다”라며 “유전자 검사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사실이라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진술이 확보됐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안인 만큼 남아 있는 법 절차를 통하여 구체적 내용이 더 밝혀질 것”이라며 법무부 차원에서의 진상조사는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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