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의 한 중학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조리사들이 학생들에게 점심식사를 나눠주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학교비정규직본부 제공
교육 현장의 비정규직 실태
“우리 담임은 기간제 교사
1년에 두번이나 바뀌어”
“우리 담임은 기간제 교사
1년에 두번이나 바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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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강사·체육코치 등 직종 50여개
“어른들은 교육 중요하다면서 왜…
언제 관둘지 몰라 신뢰형성 어려워” 4교시 수학 수업에는 20대 기간제 여교사가 들어왔다. 하루 6~7교시 가운데 2~3시간은 기간제 교사가 가르친다. 이 시간에는 30명의 학생 가운데 대여섯이 잠을 잔다. 정규직 교사가 가르치는 수업 시간에 비하면 갑절 정도 많다. 성진이는 “기간제 교사들은 권위가 덜하니까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는 비율이 더 적어요. 무서운 남자 정규직 선생님이 가르치는 수업 땐 아무도 안 자죠”라고 말했다. 낮 12시30분, 종이 울리자마자 학생들이 앞다퉈 복도로 뛰어나가 배식대 앞에 줄을 선다. 한 학생이 “소시지 더 주세요. 왜 더 안 줘요”라고 목소리를 높혔다. 어머니뻘인 40대 후반의 급식보조원이 난처한 표정으로 “다른 학생들이 못 먹잖니”라고 달랬다. 학생은 뒤돌아서서 욕을 내뱉었다. 비정규직인 급식보조원은 아무 말도 못하고 굳은 표정으로 학생들에게 배식을 이어갔다. 오후 4시께 수업이 끝나고 성진이는 집에 갔다가 5시30분까지 학교로 돌아와 2시간 동안 방과후 학교 수업을 들었다. 일주일에 4일 동안 진행되는 수업 중 절반인 영어 수업을 기간제 교사가 맡는다. 이렇게 성진이의 하루는 비정규직으로 시작해 비정규직으로 끝난다. 성진이는 “학교를 다니면서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인 분들과 같이 있을 때가 더 많아요. 그런데 비정규직 분들은 언제 그만둘지 모르니까 학생들하고 깊이 관계를 맺기가 어렵거든요. 어른들은 교육이 중요하다면서 왜 교육자들을 불안한 상황에 두는지 잘 모르겠어요”라고 말했다. 초·중·고교 전체 교원 가운데 기간제 교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7년 4.1%에서 2012년 9.0%로 5년 새 2배나 늘었다. 돌봄강사와 특수보조원, 영어전문회화강사 등 각종 시간강사도 같은 기간 1527명에서 1만4120명으로 10배 가까이 폭증했다. 기간제 교사의 절반은 담임을 맡고 있다.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2010~2012년 교원 담임 현황’을 보면, 지난해 전국 초·중·고교 기간제 교원 3만9974명 가운데 45.9%(1만8344명)가 학급 담임을 맡았다. 2년 전에 비해 2배나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담임을 맡은 정규직 교원 수는 22만7000명에서 22만2000명으로 5000명가량 줄었다. 학교엔 교사 말고도 훨씬 많은 비정규직들이 있다. 전문상담사, 행정·전산·교무 직원, 실습보조원, 사서, 조리사, 영어회화전문강사, 체육코치, 기숙사 사감 등이다. 현재 학교 비정규직은 50여개 직종으로 분화돼 전체 학교 직원의 43%가량을 차지한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교에서 기간제 교사와 상담교사 등 고용이 불안한 비정규직을 늘리면 한 교사가 한 학생을 총체적으로 책임 있게 가르치는 교육이 이뤄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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