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선생님의 고충
돌봄강사 근무시간 대폭 줄이고
한명당 학생수도 두배가량 많게
학교서 비용 줄이려 ‘한계’ 강요
돌봄받는 소외학생들 더욱 소외 경북 영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돌봄강사로 일하는 ㄱ(42)씨는 30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한숨부터 내쉬었다. 하루 4시간씩 일하던 그는 지난 3월 학교와 계약을 갱신하면서 한 주에 12시간30분 일하는 초단기 근로계약을 맺었다. 사용자는 2년 이상 일한 시간제 노동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하지만, 주당 15시간 이하로 일하는 경우는 여기서 제외된다. 돌봄강사는 다문화 가정이나 조손 가정, 한부모 가정, 맞벌이 가정 등의 자녀들을 일정 시간 동안 돌봐주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다. ㄱ씨가 돌보는 학생들 중에는 다문화 가정이나 조손 가정 자녀가 특히 많다. “가정에서는 이 아이들의 공부를 신경 써주지 못하는 게 사실이에요. 그래서 제가 문제집 등으로 가르쳤는데, 이젠 그럴 수 있는 시간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어요.” 지난해 그는 오후 2시에서 6시까지 일했다. 이제는 3시30분부터 6시까지 2시간30분만 일한다. 그가 돌보는 학생 13명 가운데 10명은 오후 4시30분에 학교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일하는 1시간 동안 그는 간식을 준비하기도 벅차다. 그는 “지난해 오후 2시에 출근할 때는 간식을 직접 조리해 아이들에게 주고 공부도 도와줬다. 그러나 이젠 슈퍼에서 파는 빵 위주로 간식을 바꾸게 됐고, 아이들 공부 상태도 알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학교 비정규직이 크게 늘면서 학교가 정규직 교원과 비정규직 교원을 가르는 차별의 공간이 되고 있다. ㄱ씨처럼 학교에서 가장 낮은 ‘계급’으로 분류되는 학교 비정규직이 학교에서 가장 소외된 학생들을 맡고 있다. 비정규직의 입지가 점점 약화되면서 소외된 학생들의 교육은 점점 한계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지켜보는 일반 학생 교육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경북 지역의 또다른 초등학교 돌봄 강사 ㄴ(50)씨는 하루에 36명의 학생들을 돌본다. 지침상 20명까지 돌볼 수 있게 돼 있지만 노동자 한 명을 덜 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게 학교 입장이다. ㄴ씨는 “최근에는 돌봄교실 끝나고 학원에 가야 할 아이가 놀이터에서 놀다가 학원 차를 놓치기도 했는데, 아이들이 너무 많아 신경을 못 써서 생긴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장애 학생들을 돌봐주는 특수교육보조원 ㄷ(49)씨는 이 학교에서 8년간 일을 해서 개별 학생들의 특성을 학교에서 가장 잘 안다. 하지만 학기마다 장애 학생을 위한 계획을 짜는 ‘개별화 교육’에는 참여하지 못한다. 교사 신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장애 학생을 괴롭히는 아이를 제지했는데, 그 학생이 ‘지가 선생도 아니면서’라고 말해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서울의 초등학교 급식실 조리사인 ㄹ(59)씨도 서럽다. 그가 학생들에게 ‘골고루 먹으라’고 하면 ‘그런 얘기는 엄마한테도 많이 듣거든요’라며 거칠게 대꾸하는 일도 있다고 했다. 그는 “교사들이 자기 업무에 바빠 식사예절 같은 것을 도와주지 못하는데, (비정규직인) 우리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비정규직인 영어회화 전문강사들은 수준별 영어 수업 때 항상 성적이 낮은 학생들이 모인 반만 맡는다. 성적이 좋은 아이들은 정규직 교사가 맡는다. 2년간 교장의 성희롱에 시달리면서도 제대로 항의하지 못한 강사도 있다. 그는 “수업시간에 한 학생이 ‘교장과 사귀냐’고 물었는데, 순간 망치로 머리를 맞은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학교비정규직본부의 이태의 본부장은 “학교에서 이뤄지는 교육은 정규 교사들뿐만 아니라 학생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모두의 일이란 점에서 학교 비정규직 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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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당 학생수도 두배가량 많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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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받는 소외학생들 더욱 소외 경북 영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돌봄강사로 일하는 ㄱ(42)씨는 30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한숨부터 내쉬었다. 하루 4시간씩 일하던 그는 지난 3월 학교와 계약을 갱신하면서 한 주에 12시간30분 일하는 초단기 근로계약을 맺었다. 사용자는 2년 이상 일한 시간제 노동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하지만, 주당 15시간 이하로 일하는 경우는 여기서 제외된다. 돌봄강사는 다문화 가정이나 조손 가정, 한부모 가정, 맞벌이 가정 등의 자녀들을 일정 시간 동안 돌봐주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다. ㄱ씨가 돌보는 학생들 중에는 다문화 가정이나 조손 가정 자녀가 특히 많다. “가정에서는 이 아이들의 공부를 신경 써주지 못하는 게 사실이에요. 그래서 제가 문제집 등으로 가르쳤는데, 이젠 그럴 수 있는 시간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어요.” 지난해 그는 오후 2시에서 6시까지 일했다. 이제는 3시30분부터 6시까지 2시간30분만 일한다. 그가 돌보는 학생 13명 가운데 10명은 오후 4시30분에 학교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일하는 1시간 동안 그는 간식을 준비하기도 벅차다. 그는 “지난해 오후 2시에 출근할 때는 간식을 직접 조리해 아이들에게 주고 공부도 도와줬다. 그러나 이젠 슈퍼에서 파는 빵 위주로 간식을 바꾸게 됐고, 아이들 공부 상태도 알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학교 비정규직이 크게 늘면서 학교가 정규직 교원과 비정규직 교원을 가르는 차별의 공간이 되고 있다. ㄱ씨처럼 학교에서 가장 낮은 ‘계급’으로 분류되는 학교 비정규직이 학교에서 가장 소외된 학생들을 맡고 있다. 비정규직의 입지가 점점 약화되면서 소외된 학생들의 교육은 점점 한계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지켜보는 일반 학생 교육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경북 지역의 또다른 초등학교 돌봄 강사 ㄴ(50)씨는 하루에 36명의 학생들을 돌본다. 지침상 20명까지 돌볼 수 있게 돼 있지만 노동자 한 명을 덜 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게 학교 입장이다. ㄴ씨는 “최근에는 돌봄교실 끝나고 학원에 가야 할 아이가 놀이터에서 놀다가 학원 차를 놓치기도 했는데, 아이들이 너무 많아 신경을 못 써서 생긴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장애 학생들을 돌봐주는 특수교육보조원 ㄷ(49)씨는 이 학교에서 8년간 일을 해서 개별 학생들의 특성을 학교에서 가장 잘 안다. 하지만 학기마다 장애 학생을 위한 계획을 짜는 ‘개별화 교육’에는 참여하지 못한다. 교사 신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장애 학생을 괴롭히는 아이를 제지했는데, 그 학생이 ‘지가 선생도 아니면서’라고 말해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서울의 초등학교 급식실 조리사인 ㄹ(59)씨도 서럽다. 그가 학생들에게 ‘골고루 먹으라’고 하면 ‘그런 얘기는 엄마한테도 많이 듣거든요’라며 거칠게 대꾸하는 일도 있다고 했다. 그는 “교사들이 자기 업무에 바빠 식사예절 같은 것을 도와주지 못하는데, (비정규직인) 우리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비정규직인 영어회화 전문강사들은 수준별 영어 수업 때 항상 성적이 낮은 학생들이 모인 반만 맡는다. 성적이 좋은 아이들은 정규직 교사가 맡는다. 2년간 교장의 성희롱에 시달리면서도 제대로 항의하지 못한 강사도 있다. 그는 “수업시간에 한 학생이 ‘교장과 사귀냐’고 물었는데, 순간 망치로 머리를 맞은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학교비정규직본부의 이태의 본부장은 “학교에서 이뤄지는 교육은 정규 교사들뿐만 아니라 학생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모두의 일이란 점에서 학교 비정규직 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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