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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기고] 좋은 일자리 향한 ‘직업 계단’ 만들어야 / 양호경

등록 2013-02-04 21:01수정 2013-02-04 22:16

양호경  청년유니온 정책기획팀장
양호경 청년유니온 정책기획팀장
2013 기획 격차사회를 넘어

청년 실질실업 120만명 실업률 21%
OECD 국가중 단기직 비율 최고
꿈-생계 중간 ‘다른 선택지’ 줘야

4년 전에 만난 26살 청년은 대기업 비정규직이었다. 휴대전화 영업점의 매장 관리 일을 하던 그의 꿈은 30살이 되기 전 정규직이 되는 것이었다. 그 청년은 지금 정규직이 되었을까?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겠다는 꿈으로 24살부터 5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다른 청년은 28살부터는 7급·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가 결국 31살에 중소기업에 취직했다.

사회는 청년들에게 꿈을 가지라고 한다. 공공기관이나 대기업만 가려하지 말고, 열정을 갖고 도전하라 한다. 하지만 청년들은 내년에 몇 명을 뽑을지도 모르는 공무원 채용 공고만 기다리고 있다. 청년들의 유일한 꿈은 ‘먹고 살 수 있는 안정적인 직업’을 갖는 것이다. 30대에 결혼을 하고, 40대에는 집을 장만하고, 은퇴 후에는 안정적인 노후를 설계할 수 있는 보통의 중산층이 되는 것이 바로 대부분 청년들의 꿈이다.

꿈같은 직업인 공무원과 공기업, 대기업 직원은 전체 고용의 15% 수준에 불과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중소기업의 경우 4대보험 보장 및 후생복지가 대기업에 못 미친다. 당장의 생계 때문에 눈을 낮춰 들어간 직장도 불안정하다. 통계청의 청년부문 조사에 따르면, 첫 직장 평균 근속 기간은 1년7개월에 불과하다.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떨어지기는 쉬워도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올라가기는 어렵고, 중산층의 꿈은 더욱 멀어진다.

먹고 살기 위한 청년들의 꿈도 좌절되고 있다. 경제활동인구 조사에서 직전 5주간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하지 않아 ‘쉬었음’이라고 응답한 청년이 2008년 24만9000명에서 2011년에는 30만9000명으로 늘었다. 직전 1년 동안 구직 경험은 있으나 직전 1주 동안 일거리가 없을 것 같다는 등의 이유로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구직 단념자’도 같은 기간 3만4000명에서 4만9000명으로 늘었다. 청년 실질 실업률 21%, 실질 실업자 수 120만명은 중산층이 되는 꿈조차도 꿀 수 없는 청년들의 숫자이다. 우리 사회는 청년들의 소박한 꿈조차 응원해 줄 수 없는 것인가. 10대, 20대, 30대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라고 하는데, 사회는 여전히 밥먹여 주지 않는 꿈을 강요할 수 있는가.

청년들의 탓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년 이하 단기 일자리 비율이 가장 높고, 10년 이상 장기근속 일자리 비율이 가장 낮은 나라다. 일자리에 대한 거의 유일한 사회적 안전망인 고용보험의 소득대체율이 가장 낮고, 최저임금도 오이시디 국가 중 평균 이하다. 반면 대학 등록금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고, 이력서에 한 줄 쓰기 위해 직무랑 상관없는 어학연수도 다녀와야 한다.

진짜 꿈에는 돈이 든다. 밥도 먹어야 하고, 쉴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다. 사회는 청년들의 노동력을 싸게 쓰지 말고 그들의 꿈과 열정을 비싼 값에 사줘야 한다.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임금이 높다는 북유럽 국가만큼은 아니더라도 최저임금을 높이고, 청년고용할당제 등으로 좋은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비정규직으로 일을 시작해도 더 나은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계단을 만들어야 하고, 실업 상태에서도 낙오되지 않게 사회적 안전망을 촘촘하게 깔아야 한다.

‘꿈이냐, 생계냐’의 두 개뿐인 선택지가 아니라 그 중간 어딘가에 다른 선택지가 있어야만 청년들이 꿈과 열정을 키울 수 있다. 그 시작은 모든 노동에 정당한 대가를 쳐 주어야 한다는 기본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양호경 청년유니온 정책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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